2020년은 금융 및 공공 시장의 IT사업에 큰 변화가 올 것으로 전망된다.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기술적 발전 요소도 변화 요소 중 하나이지만 그보다 시장 경쟁구도의 변화에 업계의 관심이 뜨겁다.  

무엇보다 삼성SDS의 금융 및 공공시장 복귀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금융 대형 사업의 경우 LG CNS와 SK(주) C&C가 사실상 시장을 양분해왔는데 여기에 삼성SDS가 다시 참여하면서 3파전 구도가 재현될 전망이다. 

당장 삼성SDS는 내년도 우체국금융 차세대사업, 신한생명-오렌지라이프 IT통합 사업 등 대형 사업 참여가 확실해 보인다. 1300억원 규모의 산업은행 IT아웃소싱 사업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눈치다. 금융권은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발주처 입장에서는 그동안 사업 발주 시기를 놓고 LG CNS와 SK(주) C&C 양사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었다. 사업 수행이 가능한 모집단의 수가 적으니 선택이 폭이 좁았던 탓이다. 

공공시장도 예전과 다른 구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신기술 사업에 대한 IT서비스 대기업의 참여가 활발해지는 분위기다. 대형 사업의 경우 대기업 참여 제한 예외조치가 내려지기도 한다, 

지난달 26일 2차 입찰 마감이 예정된 기획재정부 차세대 예산회계시스템 구축사업의 경우도 사실상 삼성SDS와 LG CNS의 맞대결로 이뤄졌다. 올해도 이러한 대형 사업에 IT서비스 대기업의 참여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공공 시장은 금융 시장보다 조금 더 복잡하다. 대기업 사업 참여 제한 이후 중견기업들이 덩치를 불려온 탓이다. 대우정보시스템, 아이티센 등이 중견기업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조직과 규모를 확대했다. 아이티센은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이 추진 중인 대형 사업인 차세대 지방교육행ㆍ재정통합시스템 1단계 성공적 구축을 최근 완료하기도 했다. 

이들 기업은 과거 IT서비스 빅3가 자의반 타의반으로 공공시장에서 배제되면서 배출된 인력을 대거 흡수하기도 했다. 적어도 사업 추진 경험 및 역량 면에서는 대기업의 DNA를 그대로 받아들인 셈이다. 

실제 최근 대형 사업에 이들 업체들이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하기도 했다. 대기업이 떠나간 자리를 메꾸고 경험을 쌓아온 만큼 일각에선 단독사업도 가능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 아이티센의 경우 디브레인 사업 단독 참여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금융시장에서도 나름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아이티센은 우체국금융 응용프로그램 유지보수사업, 국세청 해외금융정보시스템 구축, 차세대 국세행정시스템 운영사업, 한국산업은행 인프라 통합유지보수 사업을 수주, 운용했으며 대우정보시스템은 우체국금융 IT아웃소싱, 산업은행 IT아웃소싱 사업을 수주, 운용 중이다. 

결국 금융과 공공시장의 플레이어가 다양해지고 있는 셈이다. 삼성SDS의 금융 공공시장 철수 이후 금융시장이 LG CNS와 SK(주)C&C 등 2강으로 재편되고 공공시장은 중견기업들이 중견이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로 사실상의 덩치를 키웠다. 

플레이어가 다양해지는 것은 발주처인 금융사, 공공기관에선 환영할 만한 일이다. 발주처는 사업 발주에 다양한 경쟁자가 참여함으로서 협상력을 높이고 사업 품질을 높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다만 수행사인 IT서비스업계는 온도차가 있어 보인다. 다시 가격 경쟁이 재현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한 IT서비스업체 관계자는 “국가 조달 프로세스의 특성은 경쟁업체가 가격에서 소위 낮게 ‘지르면’ 기술 점수에서 3, 4점 차이를 내야 하는데 사실상 기술점수로 차이 낼 방법이 없다. 고객도 예산타당성 검토 등을 통해 넉넉하게 잡아놓은 예산이 아닌데 이를 낮추면 사업 수행에 있어서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술 역량이 대동소이한 지금 사업의 당락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가격이라는 점에서 가격경쟁이 재현되는 것은 다시 시장을 10여년 전으로 돌리는 것 밖에 안 될 것이란 우려다. 

관건은 내년도 사업의 시작이다. 공교롭게 금융과 공공시장에 차세대시스템의 큰 시장이 선다. 농협은행의 정보계차세대를 비롯해 우정사업본부 우체국금융 차세대, KDB산업은행 IT아웃소싱 등 금융과 공공을 아우르는 사업이 발주된다. 

이들 사업을 놓고 IT서비스 빅3는 물론 중견 IT서비스업체들의 합종연횡이 계속될 전망이다. 이들이 협력 과정에서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구사할지가 내년도 IT서비스 시장의 방향을 가늠할 방향키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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