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로 접어들며 본격적인 여름 휴가시즌에 돌입했다. 매번 휴가는 떨릴 수 밖에 없지만 그만큼 안전에 신경이 쓰이기도 한다. 최근 일본을 강타한 폭우와 홍수, 인도네시아 발리의 아궁산 화산 분화 등 자연재해는 사람의 힘으로 어찌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도 하다. 

공교롭게도 이번 휴가를 발리로 다녀왔는데 가서 얼마 안 돼 발리 응우라이 공항이 화산재 때문에 한시적으로 폐쇄되기도 했다. 이러한 자연재해를 예측할 순 없었지만 인재 등 다양한 여행 중 사고에 미리 대비하기 위해 여행자 보험은 하나 드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다만 여행을 준비하다 보면 여행자 보험과 같은 것에 미리 신경을 쓰기 어렵기도 하다. 기자도 공항에 도착해서야 여행자 보험 생각이 났다. 하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요즘은 인슈어테크, 즉 보험과 IT의 결합을 통해 보험 가입이 보다 쉬어졌기 때문이다. 

인슈어테크 업체들은 보험사와 협력해 완벽한 비대면으로 보험가입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복잡한 절차도 필요 없다. 마음만 먹으면 보험 가입은 숨 쉬는 것처럼 쉬운 시대가 왔다. 물론 보장여부는 본인인 스스로 확인하고 따져야 한다. 인슈어테크 시대에도 보험약관은 여전히 어렵다. 정작 혁신이 필요한 것은 보험 서비스가 아니라 알아먹기 쉬운 약관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아이였다. 아이가 있는 경우 모바일에서 보험가입을 신청하기 어려웠다. 온라인에서의 본인확인에 있어 14세미만의 아동은 여러 제약사항이 많다. 지난 5월 방송통신위원회가 만 14세 미만 아동도 민간 아이핀 발급이 가능하도록 정책을 바꿨지만 공항 내부에서 이러한 업무를 처리하기란 사실 어렵다. 또 아이핀 발급을 아이에게 강요할 생각도 없다.

때문에 공항에서의 여행자 보험 가입은 투-트랙으로 이뤄졌다. 일단 공항 내부 보험사 지점에 방문해 아이의 보험가입을 진행했다. 여행 기간과 여행지등을 얘기하면 대략적인 보험가격이 나온다. 가입하기로 결정하면 그다음부터는 본격적으로 ‘볼펜’이 등장할 때다. 

창구에서 내어주는 다양한 서류에 사인, 혹은 ‘동의’를 표하는 ‘문구 그대로 적기’에 나선다. 노트북으로 대부분의 텍스트를 기록하는데 익숙하다 보니 간만에 볼펜을 잡아본다. 내가 쓰는 악필에 내가 놀라며 여행 가기도 전에 피곤해진다.

가입이 완료되면 깜짝 놀랄 정도로 편지봉투 가득 보험증권 등 서류를 담아준다. 공항 수속대에서 이미 짐을 붙이고 기내에 가져갈 짐은 최소화한 상태에서 육중한 종이뭉치는 다시 부담으로 다가온다. 그래도 아이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마련했다는 점에 위안을 삼는다. 

반면 어른들의 보험 가입 절차는 이렇다 할 것이 없었다. 공항 수속과정에서 짐을 붙이고 공항 내부에서 여행자 보험을 취급하는 지점을 찾아 걸어가는 길에 여행자 보험 가입을 모두 마쳤다. 진정한 모바일 여정이었다. 걸어가면서 보험가입을 완료하는 경험에 여행 전문가가 된 느낌이어서 뿌듯했다. 

보다 자세하게 설명하자면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통해 여행자 보험을 검색하고 마음에 드는 보험사 사이트를 방문하면 그다음부터는 통상적인 절차가 진행된다. 인터넷전문은행 가입처럼 화상 통화를 통한 본인확인, 신분증 촬영 절차도 없는 만큼 어디 자리를 잡고 가입할 필요도 없다. 

두툼한 서류뭉치를 여행 내내 보관할 부담도 없다. 내가 가입한 보험 가입서와 증권 등은 온라인 세상 어딘가 저장되어 있을 것이다. 굳이 확인해볼 필요도 못 느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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