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세계 3대 정보통신기술(ICT) 행사 ‘MWC’가 위기를 맞았다. 

이 행사는 매년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가 주관한다. 올해는 2400여개 업체가 전시에 참여한다. 10만9000여명의 방문객이 찾는다. 방문객의 59%가 부장급 이상이다. 약 4000명의 언론과 애널리스트가 현장 취재를 한다. 하지만 이 전망은 옛말이 됐다. 중국에서 발원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때문이다.

MWC의 모태는 ‘GSM월드콩그레스’다. 1995년 시작했다. 프랑스 칸에서 열렸다. 3세대(3G) 이동통신 활성화와 함께 ‘3GSM월드콩그레스’로 이름을 바꿨다. 2006년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장소를 옮겼다. 2008년부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Mobile World Congress)’로 탈바꿈했다. 2014년 ‘MWC상하이’를 신설했다. 2017년 ‘MWC아메리카’를 만들었다. 2019년부터 모바일월드콩그레스의 약자인 MWC로 명칭을 정정했다.

지난 10년 동안 글로벌 ICT 전시회는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로 수렴했다. CES는 TV 생활가전 중심 행사에서 ICT 융합을 다루는 최대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자동차를 비롯 ICT업체로 분류하지 않았던 곳까지 관심을 갖는다. 

기업은 홍보와 영업을 위해 전시회에 참가한다. 통신과 관련한 사업을 하는 업체에게 통신사는 상수다. 통신사가 투자를 해야 매출이 발생할 기회가 생긴다. 스마트폰도 통신장비도 사물인터넷(IoT)도 빅데이터도 클라우드도 통신서비스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이들에게 MWC는 확실한 마케팅 창구다. 통신사가 만든 행사기 때문이다. 전 세계 통신사와 언론을 대상으로 전시회 참가비용만으로 홍보와 영업을 동시에 할 수 있다. CES와 한 달 차이임에도 불구 MWC가 살아남은 이유기도 하다.

중국이 MWC에서 영역을 확대하기 시작한 것은 4세대(4G) 이동통신부터다. 4G는 휴대폰과 통신장비 업계 재편을 유발했다. 

휴대폰은 스마트폰으로 진화했다. 노키아 모토로라 소니 LG전자 등 일반폰 시대 5강을 형성했던 업체는 삼성전자를 제외하곤 회사 주인이 바뀌거나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이들의 빈자리는 중국업체가 채웠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2019년 3분기 기준 분기 100만대 이상 세계 스마트폰을 공급한 업체는 총 8개. 삼성전자 애플을 빼면 ▲화웨이 ▲샤오미 ▲오포 ▲비보 ▲레노버-모토로라 ▲리얼미 6곳이 중국 업체다.

통신장비는 화웨이와 ZTE가 부상했다. 중국 업체다. 화웨이는 통신장비 1위다. 알카텔-루슨트는 노키아와 합병했다. 노키아와 에릭슨은 2위 다툼 중이다. 5세대(5G) 이동통신 대응도 화웨이가 빨랐다. 미국의 화웨이 배제에도 불구 유럽과 우리나라가 화웨이 통신장비를 버리지 못하는 것도 그래서다. 중국 업체는 가격경쟁력으로 출발 기술을 선도하는 수준에 올라섰다.

MWC의 위기는 여기서 시작한다. 중국은 세계 최대 공장이자 시장이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확산 우려를 막는 최선의 방법은 중국 전시와 참관객을 최소화해야 가능하다. 그러나 중국 전시와 참관객을 줄일 경우 홍보와 영업의 의미가 퇴색한다. GSMA의 딜레마다. 스페인 정부의 딜레마기도 하다. 안전을 위해선 차단이 확실하지만 경제를 생각하면 쉽게 내릴 수 있는 결정이 아니다.

통신사 중 올해 큰 손은 중국 미국 한국 일본 등이다. 5G 확대 및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는 곳이다. 중국 통신 3사는 MWC 참관을 취소했다. 미국과 한국은 줄일 수 있는 만큼 줄였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장사를 해야 하는데 살 사람이 안 온다. 우리나라를 비롯 중국 등 주요 업체가 전시를 철회하거나 작게 하기로 했다. 기술 동향을 살피려 해도 볼거리가 없다. MWC 관람료는 799~2699유로(약 103~349만원)이다. 현 상황에서 ‘과연’이라는 생각이 드는 금액이다. 언론과 애널리스트의 관심도 멀어졌다. 국내의 경우 대부분 매체가 찾았지만 올해는 5개 내외로 급감했다. 

GSMA는 지난 9일(현지시각) 사실상 중국 참관객 참석을 제한하는 조치를 실행했지만 때가 늦었다. 취소한 예약 등을 되돌리기 어려운 시점이다. 만에 하나 MWC에 참가한 임직원이 귀국 후 해당 국가에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확산 주범이 된다면 처하게 될 위험이 더 크다.

한편 ‘MWC2021’도 영향을 받을까. 그럴 가능성은 낮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세계 확산 걱정은 중국 정부의 초기 대응 실패가 유발했다. 늦어도 상반기 정리될 문제다. MWC를 대체할 수 있는 행사가 없다. 통신사는 ‘통신 생태계 관리자’다. 통신사의 뜻을 거스를 수 있는 업체는 많지 않다. 이번에도 실명으로 GSMA의 대응을 비난한 통신 관련 업체는 없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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