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정보통신기술(ICT) 전시회 ‘소비자가전전시회(CES)2018’이 막을 내렸다. 이 행사는 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다. 올해는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현지시각) 진행했다. CES2018은 ‘스마트시티’가 ‘기술’ 측면에선 생각보다 빨리 도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했다.

CES2018은 참가업체 중 절반 이상이 중국 업체. 중국 업체는 정부의 전폭적 지원과 방대한 내수시장을 근간으로 빠르게 힘을 키우고 있다. 다만 전시회에서 시선을 끌기엔 아직 부족하다. 일반(B2C) 관객은 미래를 보기 위해 전시회를 찾는다. 이들에게 중국 업체 전시관은 어디서 본 듯한 제품의 나열이다. 신기함을 보여주는 곳도 아니다. 이곳 말고 갈 곳이 한 두 곳이 아니다. 중국 업체 전시관은 주로 기업(B2B) 관객이 찾는 이유다. 해당 업체가 어떤 제품을 어떻게 얼마에 만들었는지를 살펴야 격차를 벌리거나 따라잡을 수 있다. 또 한국과 일본 업체를 견제하는 수단으로 중국 업체를 활용할 가능성을 따져봐야 한다.

중국 대표 기업은 하이얼이다. 하이얼은 지난 2016년 제너럴일렉트릭(GE) 가전사업부문을 인수했다. GE 브랜드로 미국 등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하이얼은 TV와 생활가전에서 삼성전자 LG전자에 가장 근접한 업체다. CES2018에선 GE보다 하이얼을 전면에 내세웠다. 제품 나열 방식 전시관 구성은 설명을 듣기는 편했지만 그만큼 전시관이 비어보였다.

하이얼은 인공지능(AI) 플랫폼 ‘유플러스(U+)’를 내세웠다. 스마트홈 허브다. 냉장고에 터치스크린을 부착해 정보를 공유하는 ‘링크 쿡’을 발표했다. 카메라를 탑재 냉장고를 열지 않고 내용물을 확인할 수 있다. 식재료를 파악해 모자란 물품을 구입할 수 있다. 원산지 추적과 유통기한 관리 기능도 있다. 또 인치별 퀀텀닷발광다이오드(QLED)TV를 선보였다. 제2의 삼성전자와 다름없다. 유플러스는 ‘빅스비’ 링크 쿡은 ‘패밀리허브’다. QLED TV는 삼성전자의 대표 프리미엄TV다.

제2의 삼성전자는 화웨이도 마찬가지다. 화웨이는 통신장비, 통신기기, 통신칩셋 등 삼성저자 무선사업부와 같은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 세계 스마트폰 3위다. 통신장비는 선두를 위협하는 수준이다. 고가폰 ‘메이트10·10프로’로 미국 상륙을 준비했다. 통신사를 통해 판매하려 했지만 일이 틀어졌다. 자급제로 공급한다. 자급제는 소비자가 찾아야만 제품을 판매할 길이 열린다. 체험 위주 전시관을 꾸민 이유다. 가상현실(VR) 기기 공략도 개시했다.
창홍은 AI 스마트홈을 내밀었다. 소비자가 창홍에 원하는 것은 스마트홈보다는 가격이다. 구색은 갖췄지만 큰 관심을 받지 못한 까닭이다. 대신 다초점 프로젝터가 관심을 받았다. 정면이 아닌 측면에서도 화질의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 창홍의 설명. 대신 각도를 잘 맞춰야 한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올레드)TV ‘월페이퍼’가 TV 얼굴마담이다. 올레드TV는 백라이트가 없어 액정표시장치(LCD)TV에 비해 얇게 만들 수 있다. 제2의 LG전자다.
TCL은 프레임TV로 발걸음을 잡았다. ‘CES2017’에서 최고 혁신상을 받은 삼성전자 ‘더 프레임’의 판박이다. 이름도 전시 방식도 유사했다. 베끼기의 대표 사례로 인용됐다. 삼성전자는 ‘라이프스타일TV의 확산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위안을 삼았지만 씁쓸한 기색을 숨길 수 없었다. TCL은 TV를 이용한 파사드도 활용했다. 그러나 TV를 쌓아두는 조형물은 유행이 지났다. LG전자는 터널에 이어 협곡까지 만들었다. 올레드 협곡을 감상한 관객을 TV 파사드로 붙잡기는 쉽지 않다.

중국 업체 중 전시 그 자체로 인기를 모은 곳은 하이센스다. ‘2018 러시아 월드컵’ 후원사라는 점을 부각했다. 축구로 시선을 모은 뒤 관람객 동선을 자연스럽게 초고화질(UHD) 8K TV로 유도했다. 8K TV는 CES2018을 통해 시장 진입을 타진한 대표 품목. 삼성전자 소니 등이 8K TV를 공개했다.

제품 전시 방식 역시 단순 나열이 아닌 테마로 구성해 색다름을 추구했다. 물론 내용을 채운 것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유사 제품. TV는 이름 자체가 ‘라이프스타일TV’다. 이전 컬러TV에서 디자인을 따온 ‘클래식TV’, 가정용 로봇과 연동한 스마트가전을 전시했다. 자동차 부품(VC) 공략도 시작했다. 자동차용 카메라 ‘프랜스포트아이’도 체험할 수 있었다.

한편 한국 중국 일본 기술 수준은 이미 종이 한 창 차이다. 브랜드 가치와 시장별 접근법이 3국 업체의 경쟁력이다. 일본의 위기는 해외보다 내수에 집중하며 시작했다. 한국의 도약은 해외에 승부를 걸었기 때문이다. 중국은 일본과 한국 사이 어딘가에 있다. 앞으로도 중국이 한국 일본을 역전할 수 있을지 한국이 일본과 중국의 견제를 버텨낼 수 있을지 끝없는 경쟁은 이어진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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