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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풀은 정말 택시를 잡아먹을까

통신방송 18.10.24 09:10

택시업계의 카풀 반대 집회가 이달 들어 3번 있었다. 가장 큰 규모로 진행된 것이 지난 18일 광화문에서 열린 전국단위 집회다. 택시운수 종사자 6만여명이 모여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웠다. 택시업계 내부적으로는 결집력을 다지고 조직력을 외부에도 보여준 셈이지만, 일반 시민들에게는 닿지 못했다. ‘생존권’과 ‘투쟁’ 외에 새로운 논리가 나오지 않았다. 

카풀 반대 집회가 되려 역효과를 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집회 당일 카풀 서비스 ‘풀러스’, 기사 포함 승합차 서비스 ‘타다’의 호출 수가 평소 대비 약 2.5배, 6배로 각각 늘었다. 같은 날 풀러스의 드라이버 숫자도 전일 대비 10배로 늘었다. 이날 일부 운행을 중단한 택시의 대안으로 신종 모빌리티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던 것으로 보인다. 

여론도 여전히 카풀에 우호적이다. 지난 22일 발표된 리얼미터 카풀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카풀을 찬성한다는 응답이 56.0%, 반대한다는 의견이 26.7%로 나타났다. 특히 카풀 잠재고객으로 추정되는 사무직에서 찬성이 70%로 높았다. 

카풀 도입 자체는 이미 막기 어렵다는 평가다. 정부 기조 역시 규제를 해소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다만 연착륙을 위해 단계적 도입이 필요하다는 정도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역시 지난 21일 “카풀제 도입은 택시업계가 안착할 수 있도록 단계적 도입을 해나가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택시업계는 23일 성명서 발표를 통해 이를 "안일한 인식"이라고 비판했다. 


 

◆‘200만’ 카풀 드라이버 가능할까? 

택시업계는 “카풀업체가 운전자 200만명을 모집해, 이 중 80%가 하루 2회 운영할 경우 택시 하루 총운행실적(538만건)의 약 59%가 잠식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내 택시 4단체가 조직한 카풀반대 비상대책위원회가 내놓은 수치다.

그러나 200만 카풀이라는 숫자는 상당히 과장됐다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다. 통계청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등록차량대수는 약 2250만대다. 수도권과 비교해 지방은 인구 밀집도가 낮아 카풀 잠재 가동률이 낮다. 풀러스가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방에만 별도 쿠폰을 뿌린 적도 많았지만 큰 소득을 보지 못했다. 실질적인 카풀 무대는 수도권이다. 

서울시에 등록된 자동차 숫자는 300만대 수준이다. 여기에 카풀용으로 등록할 수 없는 화물차, 영업용차, 특수차 등을 빼면 서울에서 카풀이 가능한 차는 다시 250만대로 줄어든다. 카카오 카풀은 현재 기준 경차 소형차 렌터카는 대상 차량에서 제외된다. 최초 등록일 이후 만 7년을 넘어도 받지 않는다.

현재 경차 비중은 전체 차량의 10%에 약간 못 미치며, 연식 10년 이상 초과 차량은 전체 차량의 30% 수준이다. 물론 제외조항 중 교집합은 일부 있겠지만 실제 가용 가능한 차량 숫자가 크게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조건을 충족하는 인원 중 실제 카풀에 도전할 비욜은 또 극소수다. 

이는 카카오 이전 풀러스나 럭시에서 활동하던 드라이버 숫자를 통해서도 간단하게 유추해볼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카풀 드라이버 전체 숫자는 겨우 5만명 수준이다.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드라이버의 숫자는 이보다 훨씬 적다. 

올해 초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하 코스포)이 주최한 토론회에서도 최성진 코스포 전문위원(現 코스포 대표)는 “승차공유 서비스 이용건수는 택시의 0.1%에 불과하다”며 “100배 이상 급속 성장한다고 해도 10%에 불과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럭시와 풀러스의 지난 3년간 누적콜 수는 200만건 이하로 추정되고 있다. 택시의 하루 운행 실적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카풀 기사들 “수익 때문에 카풀 하는 것 아냐” 

풀러스나 럭시같은 스타트업이 아니라 IT 공룡 ‘카카오’가 카풀을 하면 다르다는 반론도 있다. 

이는 일리 있는 지적이다. 카카오T 플랫폼이 확보한 회원수는 2000만에 달한다. 기존 업체들과 달리 별도로 이용자를 모으기 위한 마케팅 활동이 필요치 않다. 카카오카풀 드라이버 모집 며칠 만에 10만명 이상이 앱을 다운받았다. 상당한 성과임은 분명하다. 다만 이들 모두가 드라이버 신청을 했다고는 볼 수 없다. 꾸준히 드라이버로 활동할 가능성은 더 낮다. 

약 5킬로미터 거리를 택시로 이동할 경우 이용자가 내는 요금은 5500원 수준이다. 기존 카풀 서비스 요금은 택시비의 70~80% 수준이므로 같은 거리 기준 4000원이라고 가정하고, 여기에 수수료 20%와 세금 6.6%를 제하면 드라이버는 1회 주행에 약 3000원을 손에 쥐게 된다. 

그러나 이마저도 드라이버와 라이더의 합승 및 하차 지점이 거의 동일할 경우에 한해서다. 경로가 일치하지 않는다면 라이더를 태우기 위해 이동하면서 추가적으로 연료와 시간이 들어간다. 가스를 연료로 사용하는 택시에 비해 자가용은 거리 당 원가가 더 많이 든다. 고급차일수록 차량 감가상각비도 생각해야 한다. 

상당수 카풀 드라이버들은 “수익이 목적이 아니라, 카풀 그 자체를 즐기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고 반응하고 있다. 무료한 퇴근길에 말동무를 삼을 사람을 찾기 위함이지, 카풀로 돈을 벌려다간 스트레스만 더 받는다는 것. 실제로 지난해 카풀 드라이버 수익을 보전해준 것은 대부분 운영사가 요금 외 프로모션으로 제공했던 인센티브 수익이었다. 이는 지속가능한 사업 모델이 아니다. 카풀 회사들의 운영난으로 인센티브가 줄어들자 상당수 드라이버들은 이탈하는 모습을 보였다. 

승객 입장에서도 마찬가지. 택시의 서비스에 불만을 가진 사람이 많지만, 카풀 역시 마음에 맞는 사람끼리 매칭될 확률은 복불복이다. 라이더는 뒷자리가 아니라 앞자리에 타야 한다거나, 성별이 다른 드라이버가 매칭되는 것이 불편할 수 있다. 예의 없는 사람을 만난다면 서로 나쁜 기억만 남는다. 상황이 급한데 눈앞에 택시를 투고 카풀 매칭을 기다릴 사람도 없다. 승객 노쇼, 드라이버 잠수 문제도 있다. 

카풀을 찾는 사람들은 이같은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에 재미를 느낀다거나, 택시가 잡히지 않는 지역, 시간에 불가피하게 시도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택시와 카풀의 교차점이 생각보다 크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로 소비자 입장에서 택시 대체제가 될 수 있는 것은 VCNC의 승합차 서비스인 ‘타다’ 쪽에 가깝다. 

◆그럼 택시는 왜 ‘카카오’ 카풀을 물고 늘어지나 

택시업계의 단체행동은 큰 효과를 보지 못했고, 앞으로도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 앞선 집회들은 외부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한 그들만의 잔치가 됐다. 집회 역시 자발적 참석보다는 지도부에 의해 동원된 성격이 크다. 집회 현장에서 만난 택시기사들은 막연한 격분은 보였지만 자세한 현안을 파악하고 있는 경우는 드물었다. 이미 기존 업체에서 카풀이 서비스되고 있다는 설명에 놀라는 기사들도 있었다. 

핵심은 카풀 반대가 아니다. 카풀 반대를 통해 택시가 무엇을 얻어낼 수 있냐는 것이다. 법인 택시기사들은 장시간 근무와 높은 사납금, 낮은 수입에 시달린다. 택시 회사들도 기사를 못 구해 절반 이상 택시를 놀리는 곳이 많다. 개인택시 기사들은 1억원 가까이 주고 산 면허값이 떨어질까 불안하다. 이들은 양보할 것이 없다. 상대가 카카오든 정부든 얻어내는 것이 있어야 협상에 응할 수 있다. 

집회 현장에서는 ‘요금인상’이 가장 많이 언급됐다. 택시기사도 택시회사 대표도 같은 말을 했다. 국내 택시요금은 비슷한 생활 수준의 외국과 비교하면 분명 저렴한 편이다. 지난 2013년 이후 5년 동안 3000원 유지 중이다. 현재 서울시를 비롯해 각 지자체에서 인상을 논의하고 있지만 아직 확정된 안은 없다. 모빌리티 업계가 수익금 중 일부로 기금을 마련하는 방안도 있다. 우버의 경우 일부 국가에서 택시 발전기금 납부 의무를 지고 있다.

한 택시업계 종사자는 “수익성이 좋아지면 투입되는 기사의 질도 높아지고, 자연히 승차거부도 줄어들고 서비스도 좋아진다”고 했다. “나아가 요금 자율화가 가능해지면 콜버스와 같은 형태의 택시 서비스로 승차난을 해소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심야 승차거부도 특정 지역에 '택시 스테이션'을 만들면 예방할 수 있다고 했다. 물론 택시회사 수익만 늘고 기사들 삶의 질이나 서비스는 개선되지 않을 수 있다. 택시 내부에서도 뚜렷하고 구체적인 개선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또 택시가 가장 우려하는 지점은 ‘카풀’이 ‘우버’처럼 운영될 경우다. 카풀과 택시가 본격적으로 갈등을 빚기 시작한 것도 풀러스가 지난해 ‘시간 선택제’를 도입하면서다. 24시간, 다회 운행 카풀도 명분은 있다. 출퇴근 시간이 다양해진 것은 사실이고, 심야에 공장이나 물류센터로 출근하는 사람도 있다. 장거리 출퇴근자는 한번 운행에 2~3명을 태울 수도 있다. 법에는 어긋나지 않는다. 

그러나 아직 드라이버의 편법적 활용을 골라낼 방안이 나오지 않았다. 카풀 전업 드라이버를 막지 못하면 앞서 논한 전제는 모두 의미가 없어진다. '시간 선택제'는 이용자가 특정 출퇴근 시간대를 미리 등록하긴 하지만, 몇 개의 카풀 앱을 같이 사용하면 간단히 우회할 수 있다. 운행횟수도 같은 방식으로 늘릴 수 있다. 

낮 시간에는 여전히 택시가 남아돈다. 기존 카풀 업체들은 수익성을 위해서든, 기술력이 부족해서든 카풀이 아닌 편법 주행을 철저하게 걸러내지 않았다. 택시업계가 카풀을 물고 늘어지는 데는 이들 책임도 있다. 카카오카풀은 연내 정식 출시될 것으로 점쳐진다. 그때 내놓는 서비스는 이런 문제가 분명 개선돼야 한다. 단순한 스마트폰 '콜뛰기'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형두 기자>dudu@d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