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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에 상륙한 ‘관세 태풍’… 소비자들이 견뎌낼 수 있을까

통신방송 19.09.02 14:09

1일(현지시간), 지금 미국은 초대형 허리케인 ‘도리안’(Dorian)이 바하마를 강타하고 플로리다로 점차 접근하면서 비상상황이다. 

CNN, 뉴욕타임즈 등 현지 주요 언론들도 ‘재앙적’(Catastrophic)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북상하는 도리안의 이동 경로를 속보로 전달하고 있다. 2005년, 뉴올리언즈 등 미 남부지역에 재앙적 피해를 안겼던 허리케인 ‘카트리나’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미국으로서는 당연한 반응이다.   

그리고 이날 또 하나의 강력한 태풍이 미국에 상륙했다. ‘관세 태풍’이다. 공언했던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미 동부시간으로 1일 밤 0시를 기해 총 1120억 달러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15%의 관세를 부과했기 때문이다. 이 태풍의 영향권은 미국 전역이다. 

관세부과 대상은 무려 3243개 품목에 달한다. 숫자가 주는 무미 건조함 때문에 그 의미가 잘 전달이되지 않지만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생활필수품이 관세 부과 대상이 됐다고 생각하면 된다. 다만 스마트폰 등 몇몇 IT제품만 크리스마스 이후로 연기됐다. 

시장에선 이제 중국측의 보복 조치가 관심일지 모른다. 중국은 앞서 지난달 23일, 미국의 관세인상 조치에 대항해 75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관세 부과 조치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중국은 재선을 노리고 있는 트럼프에 타격을 주기위해 공화당 지지세가 강한 농산물과 자동차산업과 관련한 품목을 겨냥했다. 

그러나 정말로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중국의 보복조치가 아니라 실제로 미국 소비자들에게 닥칠 ‘혼란’의 크기다. 

20년 전, 미국에서는 ‘과연 중국없이 살 수 있나?’라는 내요의 언론 기획물이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 유사한 기획 프로그램이 있었다. ‘중국산 제품이 너무 많이 침투해 있다’는 문제 의식에서 출발한 이 기획의 결론은 허무하게 끝났다. 이미 셀 수 없을 만큼 중국산이 너무 많아서 일일이 따지는게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번 관세부과 조치로, 미국의 소비자들은 이제 중국산 제품이 없는 사상 초유의 상황을 경험할 수도 있게 됐다. 물품(또는 용역)의 시장가격 결정체계에서 소비자가격을 올리는 여러 요인이 존재한다. 이 중 수입관세 인상은 직접적인 효과를 기대하고 사용하는 매우 강력한 국가의 정책 수단이다.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관세의 15% 인상은 그대로 물품 가격에 전가된다. 그런데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복잡한 수입절차를 감안하면 실제 가격은 15%보다 더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물품 가격이 15% 인상되면 그에 비례해 운송료, 창고보관료, 운송보험료 등 부대 비용도 동시에 올라가는 품목들이 적지않기 때문이다. 물류망의 연쇄적인 비용상승을 초래한다.         
미국의 소비자들은 9월1일부터 거의 모든 생필품에서 15% 인상된 가격표를 보고, 구매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다. 뉴욕 연방준비제도이사회 등 미국내 관련 기관들은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부과로 인해, 1가구당 연간 600~1000달러를 평균적으로 더 지출해야 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가계가 기존보다 더 지출할 돈이 없다면 문제는 좀 달라진다.  결국 지출을 줄여야만 가계 재정의 균형이 맞춰지기 때문이다. , 앞으로 미국 소비자들은 기존보다 구매력이 떨어진 삶을 살아야한다는 얘기다. 과연 미국 소비자들이 이같은 '삶의 후퇴' 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가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이다.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는 결과적으로 ‘자해’(自害)에 가깝다. ‘관세 부과’와 같은 강력한 수단은 자국내 특정 품목을 보호하는 등 특수한 상황이 발생했을때만 한시적으로 사용해야한다. 이는 그동안 수십년간의 세계무역 관행에서 습득한 중요한 경험칙이다. 미국 내에서 ‘미국 기업과 소비자에게 피해가 갈 뿐 실익이 없다’는 반발이 거세게 나오고 있는 것은 이 떄문이다.

또한 관세부과로 인한 미국내 가계의 가처분소득의 저하가 만약 ‘경기침체’(Recession)라는 논쟁으로 이어지게 된다면 이는 전혀 다른 폭발력을 가진 뇌관을 건드리는 셈이다. 

미국은 중국과의 엄청난 무역적자를 해소하기위해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시작했고, 결국 여기까지 왔다. 하지만 현재까지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사용한 전술은 누구 맷집이 강한지 겨뤄보자는 식의 ‘백병전’에 가깝다. 출혈이 심한 전술이다.

특히 생활 필수품을 총망라한 ‘관세 인상’으로 미국내 일반 가계가 미-중 무역전쟁의 직접적인 피해를 입게 됐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소비자들의 불만, 일반 여론을 등지고 싸워야하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