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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삼성전자·애플 소송전, 2008년 노키아·퀄컴 소송전과 ‘닮은꼴’

디바이스세상 13.02.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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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소송은 양쪽 모두 승자라고 주장한 노키아와 퀄컴의 특허소송처럼 될 것이다. 특허소송은 패배자가 없는 싸움이다.”

지난 2011년 4월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전쟁 발발 직후 외국계 정보통신기술(ICT)업체 관계자의 전망.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양사 특허소송 양상은 그의 예측대로 노키아와 퀄컴의 특허소송과 유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노키아와 퀄컴은 지난 2005년부터 2008년까지 3년에 걸쳐 전 세계에서 특허소송을 벌였다. 노키아가 퀄컴에 지급해 온 로열티가 도화선이다.

노키아와 퀄컴은 지난 1990년부터 상호 특허 사용 협약을 맺었다. 2001년 갱신했다. 통상 회사와 회사의 특허 사용 협약은 쌍방으로 이뤄진다. 기술 수준은 차이가 있다. 더 내는 쪽과 덜 내는 쪽이 있다. 노키아와 퀄컴은 노키아가 더 내는 쪽 퀄컴이 덜 내는 쪽이었다. 당시 노키아는 휴대폰 1대 당 6달러 2005년까지 10억달러 이상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노키아와 퀄컴은 2005년 10월 소송을 시작했다. 양사는 2007년 4월 특허 협약 계약 종료를 앞두고 있었다.

유럽연합(EU) 반독점규제위원회에서 시작한 전선은 미국 법원 등 유럽 개별 국가 법원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등으로 확대됐다. 전쟁을 진행하던 중 특허 계약은 만료됐다. 양사의 승패는 엇갈렸다. 대체적으로는 퀄컴에 불리한 분위기였다. 미국 ITC마저 퀄컴이 특허침해를 이유로 요청한 노키아 제품 판매금지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2008년 7월 양사는 합의했다. 노키아는 퀄컴에 향후 15년 동안 퀄컴 특허를 사용키로 한 계약을 체결했다. 로열티는 선불이다. 지난 로열티도 주기로 했다. 통신 특허 일부도 양도키로 했다. 양사 소송은 철회했다. 표면적으로는 퀄컴 완승이다. 하지만 업계와 양사는 노키아가 사실상 승리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노키아와 퀄컴은 서로 자기가 이겼다고 주장했다. 왜 일까.

노키아는 퀄컴에 줘야 할 로열티를 대폭 낮췄다. 소송을 하지 않았으면 다 줘야할 돈을 소송 덕에 깎았다. 장사는 장사대로 했다. 판매금지 등 타격을 입지도 않았다. 퀄컴은 못 받을 돈을 얼마라도 건졌다. 그것도 미리 말이다. 노키아가 반란에 성공했다면 다른 제조사까지 줄줄이 덤빌 수 있었다. 통신 특허 로열티라는 상품 판매 외적인 수익원이 사라진다. 소송 분위기도 좋지 않았다. 이를 지켰다. 양쪽 모두 승리라 지칭해도 이상할 것은 없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애플이 먼저 소송을 냈다. 2011년 7월 미국 캘리포니아 지방법원에서 시작했다. 미국에서 점화된 소송은 한국 일본 유럽 호주 등 전 세계로 번졌다. 미국 ITC나 EU 반독점 조사도 같은 꼴이다.

이 전쟁의 발단은 애플이 요구한 로열티 계약을 삼성전자가 받아들이지 않아서다. 애플은 삼성전자에 스마트폰 1대당 30달러 태블릿 1대당 40달러의 로열티를 달라고 했다. 상호 특허 공유를 하면 20%를 빼준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애플에 표준특허 사용료로 1대당 6달러를 청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부분 지역에서는 삼성전자가 미국에서는 애플이 유리한 형국이다. 영국에서는 애플이 삼성전자 태블릿이 자사 제품 디자인을 따라 하지 않았다는 광고를 하는 굴욕을 당하기도 했다. 반면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 지법 1차 소송 배심원 평결에서 10억5000만달러(1조2000억원)을 삼성전자가 애플에게 물어주라는 결정이 났다. 판결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배상금은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ITC 수입금지 여부 결정은 8월 이후로 미뤄졌다.

삼성전자는 배상액을 배심원 평결대로 주더라도 지난 2년 동안 소송의 최대 수혜자다. 삼성전자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휴대폰 사업을 담당하는 통신부문에서 올린 영업이익은 31조8600억원이다. 배심원 평결에서 부과한 배상금은 이중 4% 정도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 시리즈를 통해 스마트폰 1위 휴대폰 1위에 올라섰다. 이 시기 기존 휴대폰 업계 강자는 삼성전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몰락했다. 가치 있는 지출이다. 더불어 삼성전자는 애플과 소송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렸다. 환산할 수 없는 무형의 이득이다. 추후 애플에게 로열티를 내게 되더라도 애플이 당초 요구했던 수준보다는 떨어질 것도 분명하다.

애플은 배상액도 로열티도 못 받으면 손해도 이런 손해가 없다. 앞서던 스마트폰은 역전당했다. 태블릿은 추격당했다. 특허소송 연발로 기업 이미지도 실추됐다. 배상액이 깎이더라도 받기는 해야 명분이라도 건질 수 있다. 수입금지 역시 8월이면 삼성전자에게 실제적 타격은 줄 수 없지만 추후 로열티 협상에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 노키아와 퀄컴처럼 삼성전자 애플도 이미 양자 모두 승자라고 할 수 있는 상태가 된 셈이다.

협상의 때도 무르익었다. 노키아 퀄컴 사례를 보면 상호 특허 협약을 맺겠지만 삼성전자가 애플에 로열티를 내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삼성전자가 부품쪽 주도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상쇄 또는 매우 낮은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소송 이후 노키아와 퀄컴은 둘 다 승자를 자청했지만 운명은 갈렸다. 노키아는 추락했고 퀄컴은 재도약했다. 노키아는 스마트폰 시대를 보지 못했고 퀄컴은 롱텀에볼루션(LTE) 기술을 선점했다. 노키아는 사운을 걸고 있는 윈도폰 스마트폰에 퀄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만 사용한다. 운영체제(OS) 개발사 마이크로소프트(MS) 정책 때문이다. 지난 2011년에는 퀄컴의 행사에 노키아 최고경영자(CEO)가 처음으로 찬조 연사로 불려나왔다. 그것도 HTC 다음으로 말이다. 해외 언론들은 소송 역사를 들춰내며
노키아의 굴욕이라고 보도했었다.

소송전이 닮은꼴이었던 것처럼 이후도 닮은꼴일지 주목된다. 강한 회사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고 살아남는 회사가 강한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