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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뱅크, 일본 휴대폰 제조사의 ‘트로이 목마’ 될 수 있을까

디바이스세상 14.08.22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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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자업체의 흥망성쇠는 시기가 다를 뿐 본질은 같다. 전 세계 어떤 기업보다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제품을 내놓아 초기 시장을 주름잡는다. 자신만의 기술표준을 확립해 경쟁자 진입을 차단하려고 시도한다. 하지만 시장을 너무 앞서가거나 비싼 가격 탓에 고전하게 된다. 경쟁이 치열해지면 내수 시장에 집중한다. 내수시장이 위협을 받는 순간 업계 제팬이 이뤄지고 시장에서 도태된다. 휴대폰도 그랬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 2004년 전 세계 휴대폰 시장 상위 5개사는 노키아 모토로라 삼성전자 LG전자 소니에릭슨(현 소니모바일) 등이다. 교세라 파나소닉 NEC 산요 샤프 등이 10위권 내에서 뒤를 이었다. 소니에릭슨을 제외한 대부분의 일본 제조사는 이미 일본 국내 위주 전략을 펼칠 때다. 시장 특수성 탓에 그래도 생존에는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애플과 ‘아이폰’이었다. SA의 최근 자료에 일본 제조사가 상위에 이름을 올린 적은 없다. 이들의 자리는 이미 중국 제조사가 채우고 남았다.

아이폰은 일본에서 처음으로 시장을 주도한 해외 제품이다. 아이폰 등장 이전 그 어떤 제조사도 일본 시장에서 업계 판도를 흔들 정도 영향력을 미친 적이 없다. 가입자 3위 소프트뱅크는 아이폰을 통해 일본 이동통신업계 주도권을 잡았다. 가입자 1위 NTT도코모는 삼성전자 등 다른 해외 스마트폰을 도입해 맞섰다. 그만큼 일본 제조사의 설 땅이 좁아졌다. 휴대폰은 유통 과정에 통신사 역할이 절대적이다. 휴대폰 단독으로는 ‘폰’이 될 수 없어서다.

소프트뱅크의 스프린트 인수와 T모바일 인수 시도 등은 소프트뱅크 자체 규모의 경제를 키우려는 것도 있지만 일본 휴대폰 제조사의 새로운 기회가 될 전망이다.

통신사의 구매력과 세계 시장 발언권(통신 표준 등에 관한)은 가입자 규모와 기술로 결정된다. 소프트뱅크가 미국과 일본을 아우르는 시장에서 제품을 유통한다는 것은 소프트뱅크와 손을 잡을 경우 국가 단위 세계 주요 시장인 미국과 일본에 발을 디딜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통신사와 협력을 하니 물량 소화 가능성은 높다. 즉 점유율 올리기는 최적의 조건이 되는 셈이다. 일본만 놓고 보면 소프트뱅크와 손을 잡으면 미국은 덤이다. NTT도코모나 KDDI보다 작지만 어쩌면 더 매력적 거래처다.

이런 면에서 샤프의 ‘아쿠오스크리스탈’의 행보가 주목된다. 이 제품은 화면 테두리(베젤)가 없는 폰으로 화제가 된 스마트폰이다. 색다른 디자인은 사실 일본 휴대폰 제조사의 강점이자 단점이기도 하다. 디자인 호불호는 차치하고 아쿠오스크리스탈은 소프트뱅크용과 스프린트용 양쪽에 공급한다. 샤프가 소프트뱅크를 통해 미국을 공략한다.

이 시도가 성공할 경우 일본 휴대폰 제조사와 소프트뱅크의 관계는 상당히 긴밀해질 것으로 보인다. NTT도코모와 KDDI 영향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소프트뱅크는 ▲일본 통신 영향력 확대 ▲미국 시장 단말기 차별화 전략 성공 ▲일본 ICT업계 발언권 상승 등 유무형의 이득을 노릴 수 있다.

한편 이 방법은 국내 통신사나 제조사 역시 주시할 필요가 있는 해외 전략이다. 국내 통신사는 통신사대로 제조사는 제조사대로 해외 진출에 나섰다가 큰 손해만 본 경우가 많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아닌 이상에는 혼자 힘은 무리가 따른다. 소프트뱅크가 보여준 사례는 새로운 상생 모델이다. 국내 산업 육성과 매출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어 보인다. 설익은 창조경제보다는 소프트뱅크 방식이 현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