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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역시 디테일에…SKT, LTE폰 쓰는 3G가입자 요금할인 ‘불가’ 이유는?

통신이야기 14.10.0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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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요즘 자주 인용되는 문구다. 1일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시행됐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법 시행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제는 정말 보조금이 아니라 고객 우선으로 경쟁 패러다임을 바꾸겠다”고 입을 모았다. 또 “단통법 조기 정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 말을 믿는 업계 관계자는 거의 없다. 고객 우선이라는 통신사의 말이 언제나 허언으로 끝났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포장만 바뀌고 속은 그대로다.

시행 첫 날 정부 업계 소비자 모두 어리둥절했다. 통신사의 지원금(기기 구매 보조금)은 생각보다 낮았고 유통은 준비가 덜 됐다. 소비자는 관망했다. 정부가 오죽하면 지원금을 올렸으면 좋겠다고 했을까.<관련기사: 최성준 방통위원장, 생색내기?… ‘통신사, 지원금 더 써라’ > 언론은 전 국민을 호갱으로 만든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는 단통법 시행 첫 달 있을 수 있는 문제다. 아무래도 1주일 단위 지원금 정책은 통신사나 유통이나 익숙치않다. 경쟁사 동향을 살피기 위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다. 상대편이 얼마를 쓸지 어떤 방식으로 쓰는지, 고객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데이터베이스(DB)가 모여야 불이 붙어도 붙는다. 지원금은 제조사 재원도 투입된다. 제조사의 태도는 어떤지도 봐야 한다. 통신사 보조금이 낮으면 제조사가 높은 출고가로 버티긴 어렵다. 현재 통신사의 전략은 제조사의 출고가 인하 또는 추가 보조금 유도를 꾀하는 것도 있다. 정부도 소비자도 한 달 정도는 지켜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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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시행 초기 지켜봐야 하는 것은 과연 단통법 의도가 통신사 제조사 유통의 정책으로 제대로 투여됐느냐다. 일단 ‘지원금을 받지 않고 이동통신서비스에 가입하는 소비자에게 지원금에 상응하는 추가 요금할인을 제공하겠다’는 정부의 의도는 차질을 빚고 있다.

<관련기사: 단통법, 3G 가입자는 찬밥?…SKT·KT, LTE폰 쓰면 요금할인 ‘불가’>

미래부 관계자는 “단말기가 3세대(3G) 이동통신용이든 롱텀에볼루션(LTE)용이든 요금제가 3G든 LTE든 보조금을 받지 않은 사람에게도 같은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 요금할인을 도입한 이유”라며 “상황을 보다 면밀히 살펴볼 것”이라고 했다. 미래부는 이런 사태를 예측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단통법 시행 전 배포한 질의응답(Q&A)에도 이런 내용은 없다. 그렇지만 현재로서는 미래부가 통신사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SK텔레콤은 기사가 나간 뒤 추가 설명을 통해 “약관에 LTE폰을 3G로 쓰는 사람은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명기돼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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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관을 찾아봤다. SK텔레콤 T월드와 스마트초이스에서 직접 링크로 제공하는 SK텔레콤 약관에서 이 같은 내용을 찾을 수 없었다. SK텔레콤의 보조금 대신 요금할인을 선택할 수 있다는 설명에도 그런 내용은 없다. SK텔레콤이 거짓말을 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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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월드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를 해서만 볼 수 있는 워드 파일 문서(별표)에 그 조항이 숨어있었다. 그것도 ‘2.요금제 다) 약정할인제도 스페셜약정할인제도’ 세부내용에 한 줄 들어있었다. ‘대상요금제 이외의 요금제 및 LTE단말기는 스페셜약정할인제도 가입불가’라고 말이다. SK텔레콤이 LTE폰을 이용하는 3G 가입자에게 지원금 대신 요금할인을 주지 않는 근거가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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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지원금 대신 요금할인을 받으려면 SK텔레콤은 ‘선택약정할인’을 골라야 한다. 선택약정할인을 하려면 24개월 약정을 해야 한다. 3G 요금제 이용자가 24개월 약정을 하려면 스페셜약정할인제도에 가입해야 한다. 그런데 스페셜약정할인은 LTE단말기 불가다. 스페셜약정할인을 할 수 없다. 스페셜약정할인을 못하니 24개월 약정을 못하고 24개월 약정을 안 하니 SK텔레콤이 지원금 대신 요금할인을 해줄 이유가 없다. 말장난 같지만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약관에 있으니 말이다.

고객 중심 서비스를 한다고 약속했으니 SK텔레콤이 이를 시정할까. 기대하지마라. SK텔레콤은 이날 “약관 변경 계획은 없다”라며 선을 그었다. 그도 그럴 것이 LTE폰을 3G 가입자가 마음대로 이용하게 하면 3G를 LTE로 전환하는데 영향이 있다. 3G보다는 LTE가 돈이 된다. 통신사는 그동안 단말기를 이용해 이동통신가입자를 전환시켜왔다. 2세대(2G) 이동통신 가입자를 3G로 넘길 때도 그랬다. 이미 2G 휴대폰 신제품은 구경한지 오래다. 3G는 그나마 가입자가 많고 알뜰폰(MVNO, 이동전화재판매)아 있어 중저가폰이라도 출시하는 것이다. 이런 관행은 꼼수도 아니다.

이에 따라 3G 요금제를 유지하고 있는 이들 중 중고폰이나 자급제폰을 구입해 요금할인을 받으려는 계획이 있다면 재검토하시기 바란다. SK텔레콤의 사례를 자세히 들었지만 KT도 마찬가지다. LG유플러스는 어차피 3G가 없다. 3G 요금제를 계속 쓰는 한 갤럭시노트4도 아이폰6도 제 값 주고 다 사고 제 돈 내고 다 쓰지 않으면 그림의 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