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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LGU+ ‘VR 동맹’, AR은 왜 빠졌을까?

통신방송 20.08.04 11:08

 

통신업계 경쟁사 KT와 LG유플러스가 또 한번 손을 잡았습니다. 이번에는 서로의 플랫폼에서 각자의 가상현실(VR) 콘텐츠를 공유하기로 했는데요. 즉, KT의 VR 플랫폼인 ‘슈퍼 VR’에서 LG유플러스의 자체 제작 VR 서비스를 볼 수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한 것이죠. KT와 LG유플러스 이용자들은 통신사 관계없이 즐길 수 있는 거리가 늘어나니 좋은 소식입니다.
 

양사의 입장에서도 서로간 협력을 통해 VR 콘텐츠 생태계를 넓힐 수 있는 기회입니다. 사실 VR 시장은 당초 업계의 기대만큼 무르익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VR 기기가 아직 고도화되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이용자가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현저히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서도 주로 중소 제작사들이 나서다 보니 규모가 크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한가지 눈길을 끄는 게 있다면, 같은 실감형 미디어 서비스인 증강현실(AR)은 아예 협력 분야에서 빠졌다는 건데요. 실감미디어는 흔히 HMD로 알려진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를 장착하고 가상세계를 보는 VR, 그리고 현실공간 위에 가상의 존재와 사물을 증강시켜 볼 수 있는 AR이 대표적으로 꼽힙니다. 거의 ‘세트’라 불릴 정도로 통신사들이 주력해온 5G 양대 서비스죠.
 

그렇다면 KT와 LG유플러스가 AR을 뺀 VR 동맹만 맺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는 실감미디어 시장을 바라보는 양사의 전략적 입장이 다르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예컨대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각각 독자적인 VR·AR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SK텔레콤은 ‘점프 VR’과 ‘점프 AR’, LG유플러스도 ‘U+ VR’과 ‘U+ AR’ 플랫폼을 따로 두고 전용 콘텐츠를 공급하고 있죠.
 

반면 KT는 플랫폼으로 따지면 사실상 VR에만 주력하고 있습니다. 타사와 달리 ‘슈퍼 VR’과 ‘슈퍼 VR tv’ 등 VR HMD를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있고요. 국내외 VR 테마파크인 ‘브라이트’ ‘브리니티’ 사업도 있습니다. 반대로 AR 서비스는 미미한 수준입니다. 물론 AR 기반의 교육 서비스나 영상통화 앱인 ‘나를’을 선보이고 있긴 하지만 눈에 띄는 AR 콘텐츠가 전무합니다.
 

KT는 이와 관련해 “현재 KT는 슈퍼 VR 위주로 실감형 콘텐츠를 공급하고 있다”면서 “경쟁사들은 VR과 AR 모두 5G 트래픽을 유발시키는 무선 서비스의 형태로 접근하고 있지만 KT는 AR과 달리 VR의 경우 인터넷TV(IPTV) 등에 결합할 수 있는 하나의 미디어 플랫폼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AR은 서비스, VR은 이를 넘어선 플랫폼으로서의 가치가 있다는 것이죠.
 

아이러니하게도 LG유플러스는 따지자면 VR보다 AR에 더 많은 투자를 해왔습니다. AR 기기인 AR 글래스를 통신3사 중 가장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있기도 하고요. 자연히 AR글래스로 볼 수 있는 AR 콘텐츠를 많이 확보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입니다. 실제 자체 AR 스튜디오를 설립하는 데 100억원을 들이기도 했죠. AR 또한 플랫폼으로서 가치가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이러한 구도를 볼 때, 어쩌면 남은 SK텔레콤이 또 다른 카드가 될지 모르겠습니다. KT와 달리 VR과 AR 플랫폼 및 콘텐츠를 모두 갖추고 있는 SK텔레콤과 이번에는 ‘AR 동맹’을 맺을 수도 있겠네요. SK텔레콤은 점프 AR 플랫폼에 ‘초현실 AR 카메라’를 장착하고, 우리 문화재인 창덕궁을 AR로 구현해 관람하는 서비스를 출시하는 등 콘텐츠 저변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KT의 각기 다른 실감형 미디어 전략이 과연 어떤 성과를 내게 될까요? 확실한 건 VR이든 AR이든 모두 5G 그리고 언택트 시대에 성장 가치가 높은 산업이라는 것입니다. 이미 단순한 즐길거리 콘텐츠를 넘어 비대면 회의와 수업, 원격 진료 등 산업 전반에 다채롭게 활용되고 있으니까요. 통신사들의 경쟁과 협업도 좋은 결과를 냈으면 합니다.
 

[권하영 기자 블로그=잇(IT)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