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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가만난사람(28)] 펜만 있으면 동화가 TV속으로…세이펜전자 김철회 대표

통신방송 18.10.27 21:10

 

특이한 이력이다. PC가 좋아 프로그래머가 됐다. 요즘 말로 소프트웨어(SW) 개발자다. SW를 알리기 위해 출판사를 차렸다. 출판사를 운영하다보니 어린이 교육에 관심이 생겼다. 어린이를 알기 위해 유치원을 차렸다. 어린이 교육과 SW를 융합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철회 세이펜전자 대표<사진>가 ‘세이펜’을 만들기까지 거친 길이다. 세이펜.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한 번쯤 들어본 이름이다. 펜을 종이에 가져가면 펜이 책의 내용을 읽어준다. KT 인터넷TV(IPTV)가 있는 집이면 책의 내용을 TV로도 볼 수 있다. 종이에 담긴 내용에 따라 펜은 한글 선생님이 영어 선생님이 놀이 친구가 된다.

“더 많은 사람이 저렴한 비용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생각했다. SW강사부터 느꼈던 것이다. 그래서 책을 썼고 출판사를 차렸다. 교육의 출발인 아동을 생각했고 아동에게 적합한 교육 방법을 찾기 위해 유치원부터 출발했다. 세이펜도 정보통신기술(ICT) 기기보다는 교육의 도구 중 하나로 여겼던 것이 확산 비결이었다. TV로 들어가면서 더 큰 기회가 열렸다. IPTV는 쌍방 소통을 할 수 있다. 교육의 평등과 균형을 추구할 수 있는 수단이다.”

세이펜은 새로운 기술은 아니었다. 바코드 스캐너를 응용했다. 스캐너의 ‘삑’ 소리 대신 음성 또는 영상을 보여주는 원리다. 2005년 첫 제품이 나왔다. 비슷한 서비스는 바로 생겼다. 50여개까지 늘었다. 10여년이 지난 지금 관련 시장은 사실상 교통정리가 끝났다. KT IPTV 세이펜 서비스는 무료다. 세이펜과 전용 책만 있으면 된다. 100여개 출판사 2만여권의 도서 영상 및 음성 콘텐츠를 제공한다. 성인용 학습 콘텐츠도 있다. KT 인공지능(AI) 셋톱박스 ‘기가지니’와 연동했다. 발화가 좋지 않은 아이의 말도 알아들어 KT와 손을 잡았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우리가 잘해서 이렇게 된 것은 아니다. 그들이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교육의 가치와 경험을 팔았지만 경쟁사는 펜을 팔았다. 출판사가 학부모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몰랐다. 사후서비스(AS)도 미진했다. 우리는 모든 제품을 한국에서 만든다. 대신 튼튼하게 만들고 모듈화 해 AS 비용을 줄였다. 이 과정을 통해 고객이 우리 쪽으로 모아졌다고 본다.”

김 대표가 강조한 것은 사업의 기본이다. 기술이 좋다고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기술도 좋아야 성공한다. 내 기술인지 남의 기술인지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에 맞는 기술은 무엇인지가 중요하다. 생태계는 선순환을 이끄는 밑바탕이다. 애플도 그렇게 스마트폰 세상을 차지했다. 

“창업을 하고 회사를 키우기 위해선 거인(대기업)의 어깨에 올라타야 한다. 융복합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물론 거인이 어깨에서 나를 떨어뜨리지 못하도록 목줄을 감아야 한다. 힘이 없으면 거인이 어깨에 올려줘도 스스로 떨어진다. 목줄은 고객과 약속이다. 그 정도의 자생력은 있어야 한다. 상생의 원칙은 서로에 대한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우리가 없으면 고객과 서비스를 하지 못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보다 큰 회사와 손을 잡는 일을 주저하지 않게 했다.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항상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세이펜 사업이 궤도에 올라갈 때까지 김 대표는 고졸이었다. 교육의 경험을 전하는데 학벌은 상관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경영학을 공부하게 된 것은 회사를 보다 잘 운영하기 위해서 그는 만학도로 경영학을 공부했다. 지금은 경희대 경영대학원 서비스MBA 교수로 재직중이다. 마치 그의 좌우명 ‘결핍이 만든 성공’처럼 그는 부족한것을 메꾸게 된 것이다.

세이펜전자 등의 작년 매출액은 700억원 정도다. 직원은 50여명. 2000년대 전후 입사한 장기근속자가 많다. ‘신호등을 같이 건너는 연대감’을 직원과 자신과 관계라고 설명했다. 지금은 세이펜을 응용한 기업(B2B)시장 공략을 추진하고 있다. 인터뷰를 한 날도 이 일 때문에 밤을 새고 잠시 집에 다녀온 상황이었다.

“독불장군은 없다. 내가 간절하니까 끝없이 노력했다. 직원과 유대감, 꿈이 같았다. 직원은 콘텐츠 개발과 디자인 등 자기 맡은 바 책임을 다 하고, 세이펜 기술 개발과 시장 개척은 대표가 전담하고 있다. 세이펜은 구성원 전부가 서로 잘 하는 일은 하는 것뿐이다. 그게 세이펜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