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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최고였던 회사가 근로수당 떼먹기까지…뭐가 문제였나

통신방송 18.04.11 17:04
최근 게임회사 아이덴티티게임즈(대표 구오하이빈)가 비난 여론에 휩싸였습니다. 회사가 초과 근로수당을 지급한 것처럼 이체확인증 사본을 날조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직원 160여명의 3년치 초과 근로수당 6000여만원입니다. 실제로는 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던 셈인데요.

그랬던 회사가 노동부 시정지시를 받자 곧바로 근로수당 지급을 완료했습니다. 아이덴티티게임즈 측은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내부 감사를 진행하면서 노동부 조사에도 적극 협조하고 있다”면서도 “담당 관리자가 지난해 말 퇴사했기 때문에 경위 파악에 다소 시간이 소요되고 있으며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횡령 등 사적 이익을 취득한 정황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습니다.

퇴사한 담당 관리자의 잘못이지 현 경영진과는 무관하다는 입장 자료를 낸 것인데요. 이 같은 회사 발표와 관련해 기사 댓글 및 커뮤니티 반응은 제각각입니다. 어찌됐건 구오하이빈 대표가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됐으니 이후 나올 조사 결과가 주목됩니다.

최근 사회적으로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워라밸(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이 주목받고 있는데요. 근로수당 미지급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비판을 받을 수 있는데, 아이덴티티게임즈의 경우 한발 더 나아가 이체영수증을 날조했습니다. 이에 노동부 관계자는 여러 매체를 통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엄벌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업계 최초 사내 수영장 갖춘 회사로 주목받았건만 

아이덴티티게임즈의 사태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이 회사가 몇 년 전만해도 게임업계 최고 복지를 갖춘 업체로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삼성동 사옥 시절 업계 최초로 사내 수영장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게임업계를 떠나 사옥에 수영장을 갖춘 곳은 거의 없다시피 한 시절이라 각종 미디어에 종종 소개되기도 했는데요. 사내에 암벽등반 시설은 물론 헬스장, 카페테리아, 오락실, 수면실 등 다양한 레저, 편의시설을 갖춰 인기가 높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아이덴티티게임즈는 ‘수당을 떼먹은 회사’로 불명예스런 시선을 받고 있는데요. 그 사이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경영진도 사옥도 바뀌고 퇴사자 비율도 높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무엇이 이 회사를 변하게 했을까요.

다소 황당하다고도 볼 수 있는 이번 사태는 제보를 통해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됐습니다. 분명 일은 했는데 수당은 받지 못하고 영수증 처리가 이뤄지니 제보가 이뤄진 것 아닐까 짐작할 수 있는데요.

이번 사태와 관련해 노동부에 조사를 의뢰했던 게임개발자연대 김환민 사무국장은 “여러 제보가 합쳐져서 노동청에 확인조사를 의뢰했다”며 “평소에 제보를 받거나 하지만 이번 경우는 황당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수당 미지급은 업계 전반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지만 영수증 조작은 처음 확인된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게임 노동조합 필요 없나…여전히 ‘나몰라라’ 시선 많아

앞서 언급한대로 근로수당 미지급은 게임업계 전반의 문제입니다. 재작년께부터 정부의 근로감독이 들어오면서 점차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대형 회사의 경우 사회적 시선이 집중되는 탓에 워라밸을 위한 근무환경 조성에 적극 나서고 있는데요. 스타트업 등 작은 회사의 경우 근로환경이 열악합니다.

게임산업 노동조합 역할을 하고 있는 게임개발자연대 김환민 사무국장에게 업계 내 노조 결성 움직임은 없느냐고 물었더니 다소 부정적인 대답이 돌아옵니다.

노동자라는 인식 자체가 부족할 뿐 아니라 노조에 부정적인 반응도 상당수라고 합니다. 설문조사를 하면 노조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지만, 보통 관련 조사에 적극 응하고 의견을 개진하는 사람들이 노조에 긍정적인 것이지, 설문조사에 응하지 않은 사람들의 경우 노조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김 사무국장의 설명입니다. 게임 개발자들의 경우 개인적 성향이 강해 노조가 뿌리내리기 힘든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국내 정보기술(IT) 업계 최초로 네이버에 노조가 생겼지만, 게임업계의 경우 이변이 없는 한 당분간 노조 소식은 들리지 않을 전망입니다. 앞으로 게임개발연대는 상시 들어오는 신고와 제보를 처리하면서 노동환경 개선이 힘써나갈 계획입니다. 

김 사무국장은 “퇴근카드를 찍어놓고 일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액션을 취할 것”이라며 “게임업계 노동 문제 개선과 관련해 우리 이름이 안 들어가 있어도 뒤에선 게임개발자연대가 함께 참여하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대호기자 블로그=게임 그리고 소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