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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통법 정착 해법이라는 KT ‘순액요금제’, 누구를 위한 요금제일까

통신이야기 14.10.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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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창규 대표 취임 이후 KT가 재미있는(?) 상품을 많이 내놓고 있다. 이번엔 약정 요금할인을 폐지해 명목 요금제와 실제 납부액을 같게 만든 ‘순액요금제’라는 것을 들고 나왔다. 오는 12월 판매 예정이다.

순액요금제는 약정과 요금할인이 없으니 위약금도 없다. 예를 들어 지금 ‘완전무한67’ 요금제는 월 7만3700원이 기본료다. 2년 약정을 하면 1만7600원을 요금할인 해준다. 실 납입액은 월 5만6100원이다. 순액요금제는 약정과 요금할인이 없는 기본료 월 5만6100원으로 출발한다. 음성과 데이터 등은 같은 조건이다. 약정에 따른 요금할인은 약정 기간을 채우지 않으면 위약금이 발생한다. 순액요금제는 이것이 없다.

KT는 기존 요금제 이용자가 자유롭게 순액요금제로 바꿀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약정 기간이 남아도 위약금 없이 교체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전 요금제에 따른 단말기 보조금이 있다면 그 위약금은 내야한다.

약정 요금할인은 2010년 방송통신위원회의 휴대폰 보조금 27만원 가이드라인 도입 후 일반화 됐다. 가이드라인으로 과다 보조금 지급이 어려워지자 보완 성격으로 등장했다. 약정 요금할인은 기기 할인으로 포장해 판매 일선에서 소비자 착시 효과를 유도하는데 악용됐다. 일종의 편법 보조금이다. 순액요금제는 따지고 보면 2010년 방통위 가이드라인 이전 요금제로 돌아간 요금제다.

KT의 ‘스마트스폰서’가 시발이다. 시간이 지나며 일반적 요금 형태로 자리를 잡았다. 다만 KT는 스마트스폰서 때문에 상당기간 골머리를 썩었다. 해마다 요금할인을 더 해주도록 설계한 것이 화근이었다. 고객 입장에선 좋았지만 KT는 가입자가 오래 있을수록 매출이 떨어지는 상황에 봉착했다. 2년 약정 시대를 열었으면서도 2년 약정 시대 고객 분석이 부족했다.

KT의 순액요금제는 지난 17일 ▲미래창조과학부 최양희 장관 ▲방통위 최성준 위원장 ▲SK텔레콤 하성민 대표 ▲KT 남규택 부사장 ▲LG유플러스 이상철 대표 ▲삼성전자 이상훈 사장 ▲LG전자 박종석 사장 등이 참석한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조기 정착을 위한 간담회 직후 발표됐다. 12월 시행 요금제를 10월에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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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를 연결하면 정부의 압박에 대한 KT의 해답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역시 조만간 비슷한 요금제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이 요금제로 인해 이익을 보는 곳이 어딘지를 분석해 봐도 그렇다.

통신사 입장에서 일단 이 요금제는 착시로 인한 통신비 과다 논란을 제거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요금이 내려간 것은 실적에 영향이 없다. 약정 요금할인은 회계처리를 매출할인으로 한다. 공개한 매출액에서 이미 빠져있다. 지난 2분기 통신사 가입자당평균매출액(ARPU)은 ▲SK텔레콤 3만6013원 ▲KT 3만3619원 ▲LG유플러스 3만5636원이다. 롱텀에볼루션(LTE) 일반 요금제 최저치 3만4000원 안팎이다. 그래서 통신사는 그동안 요금이 올랐다는 지적에 청구요금을 봐야 한다고 항변해왔다. 위약금 수익 감소가 있지만 위약금 대납 관행에 들어갔던 비용과 상쇄할 수 있다.

약정 요금할인 폐지에 따른 고객 이탈은 그리 걱정할 사안은 아니다. 약정 요금할인이 없어진 것이지 약정이 없어진 것이 아니다. 기기 구매 지원금을 받거나 추가 요금할인을 받으려면 여전히 24개월 약정은 필수다. 지원금과 추가 요금할인 지원 조건을 어기면 위약금을 내야 한다. 고객을 묶는 방법은 약정에서 결합으로 변하고 있다.

법적 책임 회피 수단도 될 수 있다. 단통법은 약정 요금할인을 대리점과 판매점이 보조금으로 홍보하는 것에 대한 처벌 조항이 있다. 통신사는 관리 책임을 져야한다. 순액요금제는 이를 방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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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입장에서 변화는 그리 크지 않다.

굳이 따지자면 요금 명세서가 명확해진 점이다. 사용패턴보다 높은 요금제에 가입해 온 관행은 약정 요금할인을 기기 보조금처럼 설명해 온 대리점과 판매점 영업 방식이 1차적 원인이지만 가입자 역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순액요금제는 논란의 여지 자체가 없다. ‘가입한 요금제=실제 월납부액’이다. 여기에 하나 더하면 위약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약정 지원금에 대한 위약금은 발생하지만 약정 요금할인 위약금은 안 내도 된다.

이 요금제 최대 수혜자는 정부다.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를 초단기적으로 거둘 수 있다. 명목 요금제는 통신사 매출에 잡히지 않고 실제 소비자가 지불하는 액수와 맞지 않음에도 불구 각종 통계에 인용됐다. 스마트폰 시대들어 요금이 급증했다는 비판의 근거가 됐다. 통계 착시다. 기존 요금제 이용자가 순액요금제로 전환하면 실제 납부액은 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정부는 1인당 최소 약정 요금할인액 만큼 월 부담을 줄여줬다고 주장해도 무방하다. 통신사는 앞서 언급한대로 이러나저러나 상관없다. 갑자기 비싼 돈을 받아왔던 것이 되지만 정부가 하는 일에 뭐라 하기는 힘들다.

순액요금제 보도자료에서 KT는 “복잡한 요금 구조의 단순화를 통해 고객과 시장의 혼란을 줄이고 고객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을 확대하기 위해 전격 시행을 결정했다”며 “이를 통해 고객 혜택 확대와 가계 통신비 인하에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명목 요금을 실 납부액 수준으로 내려 가계 통신비 인하를 강조하는 것은 분명 역발상이다. 그러나 이것이 정부가 줄곧 주장한 소비자 중심 정책인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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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액요금제가 소비자에게도 이득이 되려면 최대 지원금을 주는 요금제 기준 하향이 수반돼야 한다. 현재는 무약정 기준 9만원 이상 요금제 가입자만 최대 지원금을 받는다. KT로 보면 약정 요금할인 기준 ‘완전무한129’는 돼야 한다. 소비자는 명목 요금 인하가 아니라 실 납부액 인하를 원한다. 가계통신비 인하 생색내려다 만만치 않은 후폭풍을 맞을 수 있다. 지원금 전액을 받기 위해 순액요금제 월 9만원을 가입해야 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짓이다.

한편 이 요금제로 피해를 보는 쪽도 있다. 제조사다. 제조사는 통신사의 변칙 보조금, 즉 약정 요금할인의 최대 수혜자였다. 대부분의 소비자가 이를 보조금으로 인식해 손 안대고 코를 푸는 효과를 거뒀다. 높은 출고가 문제도 비켜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이런 이득을 누리기 어려워진다. 출고가 자체와 할부금이 명확히 드러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