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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vs 애플 특허전: 시작도 끝도 ‘미국’…양사 4년 전투가 남긴 것은?

디바이스세상 14.08.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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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애플이 4년여에 걸친 특허소송을 정리하는 분위기다. 미국을 제외한 국가에서 소송을 철회키로 합의했다. 양사의 소송은 지난 2011년 4월 애플이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 삼성전자를 제소(1차 본안소송, C 11-1849)하며 막을 열었다. 양사는 아프리카를 제외한 전 대륙에서 서로 특허침해를 주장하며 다퉜다.

양사의 대결은 양사뿐 아니라 특허제도와 특허소송 전반에 대한 전 세계적 고민을 던졌다.

첫 번째는 표준특허를 판매금지 무기로 사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논란이다. 결론부터 보면 표준특허는 무기로서 힘을 잃었다.

표준특허는 삼성전자가 애플을 공격한 수단이다. 기술표준은 산업의 근간이다. 이 특허를 이용치 않으면 시장 진입 자체를 할 수 없다. 그래서 표준에 들어간 특허는 일정 사용료를 내면 모든 기업에 사용을 허가해야 한다. 이것이 프랜드(FRAND) 원칙이다. 삼성전자의 공격논리는 애플이 합당한 사용료 납부를 거부하고 무단으로 특허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제품 판매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삼성전자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유럽연합(EU)은 2011년 11월 삼성전자를 반독점혐의로 조사하기 시작했다. 특허료 미납보다 진입 방해를 더 큰 문제로 삼은 셈이다. 삼성전자는 2012년 12월 유럽에서 표준특허로 제기한 애플 판매금지 소송을 철회했다. 2013년 10월에는 ‘1년 이상 협상을 하고 제3자 중재안을 받아들이기로 한 회사는 5년 동안 표준특허로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고 EU집행위원회에 제안했다. EU는 지난 4월 표준특허 남용과 관련 삼성전자 반독점 위반 조사를 ‘합의종결’했다.

미국 행정부도 표준특허로 판매금지를 하는 행위에 반대했다. 2013년 6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애플의 삼성전자 표준특허 침해가 인정된다며 애플 제품 미국 수입금지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이 결정은 2개월 만에 뒤집혔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이 거부권을 행사한 탓이다. USTR이 ITC 판결을 거부한 것은 1987년 이후 처음이다. USTR은 “표준특허는 프랜드 문제를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며 “수입금지가 미국 경제와 소비자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도 고려했다”고 결정문을 통해 설명했다.

두 번째는 디자인 특허의 인정 범위는 어디까지인가이다. 디자인 특허는 애플이 삼성전자를 공격한 무기다. 지금은 세상을 떠난 스티브 잡스 전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삼성전자를 ‘카피캣’이라고 비난한 것도 디자인이 컸다.

애플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애플은 지난 2012년 11월부터 12월까지 한 달 동안 영국 홈페이지에 ‘삼성전자는 애플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라는 공지를 실었다. 주요 일간지에 광고문도 게시했다. 애플이 이런 공지를 올린 까닭은 영국 법원이 지난 2012년 7월 삼성전자 태블릿이 애플의 디자인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애플은 영국 법원의 명령을 편법으로 수행했다가 호된 질책을 받았다. 영국 법원 판결은 EU에서 같은 효력을 발휘했다.

ITC도 지난 2013년 8월 애플이 삼성전자에 제기한 소송에서 디자인 특허를 인정치 않았다.  ITC는 “삼성전자는 MP3플레이어 옙 YP-T7J을 통해 아이폰 디자인이 애플 고유의 것이 아님을 입증했다”라고 설명했다. YP-T7J은 2006년에 출시한 제품이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 2차 본안소송(C 12-0630)의 배심원 평결도 애플의 디자인 특허를 인정하지 않았다.

마지막은 특허와 특허소송이 정보통신기술(ICT)업계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소송 이전 특허소송을 통해 상대편 제품을 판매금지 시키는 일은 주로 특허만 보유한 특허관리전문회사(NPE)가 써 온 방법이다.

이번 소송 과정에서 애플은 ‘특허로 경쟁사의 발목을 잡는 회사’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자신의 특허는 과도한 사용료를 요구하고 상대의 특허는 인정치 않는 이중적 태도도 지적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후발 주자를 가로막기 위해 표준특허를 공세의 도구로 활용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소송 이후 비슷한 소송이 줄을 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기득권을 뺏긴 회사가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디지털카메라를 먼저 개발했지만 돌아보지 않아 문을 닫게 된 코닥까지 소송에 뛰어들었다. 새로운 기술 개발과 그 가치에 대한 보상이었던 특허가 ICT업계의 거대한 진입장벽이 돼버렸다.

한편 삼성전자와 애플의 소송은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미국 소송은 사실상 양사 특허전의 주전장이었다. 소송만 놓고 보면 소모전이 되가는 국지전은 접고 전력을 주전장에 집중했다. 전선이 하나로 응축된 만큼 승패와 득실이 명확해졌다. 전투는 끝나가지만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휴전의 가능성은 높아졌지만 휴전협상이 임박했다고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