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디지털 금융시대가 본격적으로 분출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각 금융그룹의 디지털 역량 확보가 중요해지고 있다.

이미 하나금융그룹, DB금융지주 등 금융그룹 차원의 임직원 대상 ‘코딩’ 교육이 활성화되고 있으며 외부 인재 영입 등 조직의 체질을 바꾸기 위한 시도가 꾸준히 계속되고 있다. 

이처럼 금융그룹 차원의 디지털 역량 확보가 가속화되고 있지만 금융그룹 IT사업을 지원하는 금융 IT자회사들의 경우 이러한 디지털 전환에 보조를 맞추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조직 정체가 문제다. 모든 금융 IT자회사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간부급 직원의 경우  금융그룹에서 금융IT자회사로 자리를 옮기는 것이 개인 커리어의 마지막이라는 인식이 있다. 실제 몇몇 금융 IT자회사는 이런 식으로 자리를 옮겨온 임원들이 은퇴를 준비하기도 한다.

이러한 문화는 조직 역동성 면에서 마이너스라는 지적이다. 실제 최근 소위 잘 나가는 금융 IT자회사들의 경우 인력 교류가 활발한 편이다. 하나금융그룹의 IT 전략 및 실행을 전담하는 하나금융티아이의 경우 그룹 내 유력 인사가 순환보직으로 와서 머물다가 다시 그룹이나 은행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업무가 순환되다 보니 전체적으로 조직에 활력을 줄 수 있다. 특히 기존 금융업무와 달리 금융 IT자회사의 업무는 ICT기업, 특히 SI(시스템 통합) 업체와 사업적으로 동일하다는 점에서 실제 IT사업이 어떻게 수행되고 어떤 어려움이 있는 지 등을 경험할 수 있다. 

일부 금융 IT자회사의 경우는 현업에서 IT로 보직을 옮겨도 그 경험을 다시 현업으로 가져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는 지적이다. 

물론 조직의 인력 순환만이 금융 IT자회사의 경쟁력을 이끌어내는 것은 아니다. 금융권의 특수한 상황은 고려돼야 하겠지만 활발하게 외부사업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하나금융티아이도 금융 솔루션을 패키지화 해 해외 시장을 두드리고 있으며 IBK기업은행의 IT자회사인 IBK시스템은 최근 GS칼텍스에 RPA 솔루션을 구축하기도 했다. 

스스로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는 금융 IT자회사가 있는 반면 아직도 그룹의 지원조직 이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곳도 있다. 하지만 디지털 금융 시대에 스스로의 역량 강화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결국 조직의 관성이 바뀔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금융 IT자회사 뿐만 아니라 금융그룹 차원의 판단도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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