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을까? 금융권의 IT부서가 항상 고민했던 화두다. 특히 최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움직임이 금융권에서 본격화되면서 금융사의 IT부서는 이전과는 다른 상황에 직면했다. 디지털, 즉 IT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는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늘어나면서 금융사 내부에서도 IT부서에 이러한 역할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IT부서는 비즈니스 인에이블러(Business enabler)로서의 역할에 익숙하지 않다. 여태까지 조직 내부에서 그러한 요구가 없었기 때문에, 또 현업에서도 이러한 역할을 IT부서에 요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훈련되지 못했다.

최근 금융권에서 불고 있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움직임은 IT부서에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한 금융 IT 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브릿지 컨설팅’에 대한 금융권의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브릿지 컨설팅이란 용어는 일반화되어 있지는 않지만 현업과 IT와의 간극을 줄여주기 위한 컨설팅 개념이다. 

이전에도 현업과 IT와의 간극은 모든 기업이 풀어야 할 숙제였다. 현업이 요구하는 서비스와 IT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일치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는 사업의 개념을 명확히 하고 요구사항을 정확히 전달하는 프로세스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면 대 면을 중요시하는 국내 조직문화의 여건도 일정 부분 반영됐다. 

이 관계자는 “신한은행이 일산으로 통합했던 개발인력들을 다시 본사 및 주변으로 재배치한 것도 면대면 조직문화에서 이러한 간극이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서서히 IT와 비즈니스가 결합한 시도들이 서서히 선을 보이고 있다. 최근 동산담보물 관리에 사물인터넷(IoT)기술이 사용되고 있는 것도 한 예다. 최근 신한은행은 ‘동산담보물 관리 효율화를 위한 IoT 단말기 도입 및 관리 시스템 구축’ 사업을 발주하고 사업자 선정에 나섰다. 

공장담보/동산담보 대출 등의 동산담보물에 센서를 부착해 위치, 가동 등의 데이터를 취득할 수 있는 IoT 관련 시스템 및 여기서 나오는 데이터를 은행의 데이터와 연계하고 분석, 활용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사업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5월 IoT와 빅데이터에 기반한 ‘동산담보 대출 활성화 방안’을 마련했으며 IBK기업은행이 첫 IoT 기반 동산담보대출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부동산과 달리 동산의 경우 은행에서 대출을 실행하기에는 여러 가지 제약이 많았다. 물건의 확인부터 관리까지 인력이 동원되어야 하는 데 이를 IoT를 통해 해결했다. 그동안 효율적인 관리가 어려워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던 동산담보대출 시장에 은행들이 잇따라 나서고 있는 것도 이러한 IT기술이 발달이 됐다. 

다만 IT부서가 비즈니스 인에이블러가 되기 위해선 소비자들의 요구사항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하는데 IT부서는 이러한 경험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그러나 최근 들어 IT부서 차원에서도 소비자 요구에 대한 컨설팅과 설문조사에 직접 나서는 등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한 금융사 IT부서 관계자는 “최근 IT부서가 주관이 돼 스마트 앱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 조사 등에 나섰는데 보통 현업에서 주관하던 활동을 IT부서가 진행하는 것도 요즘의 변화상을 반영하는 일”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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