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부터 유럽연합(EU)에서 전 회원국을 대상으로 PSD2(Payment Services Directive 2) 시행에 나섰다. PSD2의 핵심은 고객이 동의한 경우 은행권은 타 산업군(써드파티)에 오픈 API 형태로 금융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금융사 외에도 고객 동의를 받은 타 서비스 업체가 고객 계좌 정보에 대한 접근이 허용 되고 은행에서 타인의 계좌로 직접 자금을 이체해주는 등의 업무가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은행을 중심으로 금융사가 독점해 온 고객의 계좌정보와 결제 프로세스가 오픈된다는 의미로 사실상 모든 산업군의 금융 서비스 취급이 가능해진 셈이다. 

이처럼 금융 고객에게 많은 가치를 줄 것으로 기대되는 PSD2지만 유럽에선 이를 두고 금융사와 IT업계의 갈등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이 독점해온 지급결제 시장에 IT업체들이 전면적으로 들어올 조짐을 보이며 이들 간의 대립이 점차 수면위로 올라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오픈뱅킹 및 핀테크 스타트업과의 협력과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국내 은행권에도 시사하는 점이 크다는 분석이다.

우선 은행들은 ‘인증 게이트웨이’ 선점을 통해 생태계 선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PSD2에선 온라인 결제 시 강력한 고객 인증(Strong Customer Authentication)적용을 의무화하고 있는데 그동안 유럽 은행들은 신용카드 확인 등 표면적으로 우리나라보다 편의성이 강조된 인증 프로세스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강력한 고객인증 방식을 은행이 독점함으로서 핀테크 등 타 산업군의 시장 침투속도를 저해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증 게이트웨이를 은행이 독점하고 이를 타 산업군에 열어주는 방식을 통해 시장을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일각에선 은행들이 공개해야 하는 은행 API의 폭이 생각보다 넓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현지 핀테크 업체들을 통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은행들이 오픈 API 형태로 금융정보를 제공하게 되어 있는데 형식적인 API 제공에 그치고 실제 비즈니스와 금융 서비스를 연계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의 API 공개에 그치고 있다는 우려가 현지 핀테크 업체들을 통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오픈 API와 관련해선 우리나라도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다. 현재 금융결제원이 제공하는 금융 오픈플랫폼의 이용 수수료는 건당 400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오픈 API의 활용이 극대화되기 위해선 이러한 건당 수수료의 인하가 필수적이라고 핀테크 업계는 입을 모으고 있다. 

일부 핀테크 업계에선 건당 수수료가 핀테크 업체들의 은행 시장 진입을 막기 위한 은행권의 ‘묘수’라는 주장도 나오는 상황이다. 유럽의 PSD2 형태의 오픈 뱅킹 정책이 우리나라에서 바로 시행되기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 하지만 1단계 방식의 PSD2라고 할 수 있는 금융 오픈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생각보다 빠르게 국내 은행 시장도 개방형 시대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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