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가 금융권 전방위로 확대되며 상용화된 서비스도 연이어 나오고 있지만 보험권의 경우 생각보다 핀테크 접목이 활성화되고 있지 못하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보험 상품은 보험사와 고객과의 트랜잭션이 활발히 일어나지 않는다. 보험 가입 단에서 보험사와 고객과 치열한 수 싸움이 벌어지지만 가입 이후에는 보험사도 고객도 더 이상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는다.

통상 보험 고객은 가입 이후에는 보험가입증서를 장롱 속에 넣어두고 꺼내보지 않는다. 사고 등 보험금 지급 사유가 발생해야 다시 보험사와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난다. 금융사와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해야 핀테크가 접근할 수 있는 여지가 만들어지는데 보험은 그러한 접점이 좁은 것이 현실이다.

쉽게 말해 보험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도 고객이 앱을 실행시킬 이유가 없다면 아무리 혁신적인 서비스라도 사장될 수 밖에 없다.

이처럼 핀테크가 결국 고객의 금융생활을 보다 다양하고 편리하게 누릴 수 있게 도와주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보면 보험은 은행, 증권, 카드 보다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험권의 핀테크 접목 노력은 속도를 내고 있다. ‘인슈어테크’라는 용어가 따로 있을 정도로 글로벌 시장에서 보험 핀테크 시장 개척 움직임은 본격화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보험 핀테크는 여러 가지 제약이 많다. 흔히 핀테크 업체들이 겪는 어려움 중 하나가 기존 금융사와의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느냐다. 실제로 핀테크 업체들은 자신들의 사업모델을 금융사에 설득시키기 위해 지리한 싸움을 계속한다. 반면 보험의 경우 이종 산업과도 갈등을 겪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헬스케어 분야다. 서비스의 폭이 넓지 않다보니 보험사들은 우선 자신들의 특화분야. 즉 건강 및 의료와 관련한 핀테크를 시도하고 있다. 이는 고객이 앱을 실행시킬 이유를 확보해야 한다는 대명제와도 부합한다.

스마트폰에서 특정 앱을 실행하기 위해선 그 앱이 적어도 일주일에 1번 이상 사용자에게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사용자 스스로 필요에 의해서 앱을 실행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

보험사들은 이런 관점에서 건강관리 등 헬스케어 앱에 주목하고 있다. 혈당 관리 등 매일 체크해야 하는 건강관리 기능을 보험사 앱을 통해 제공해 사용자들이 앱을 보다 자주 실행하고 오래 머무를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타진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만난 한 보험사 관계자는 “헬스케어 생태계에 관련된 업체들의 항의로 적극적으로 서비스를 전개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헬스케어 시장에 왜 보험사가 직접 뛰어드느냐는 항의다. 이는 병원 뿐만 아니라 헬스케어 업체들한테서도 나오는 불만이다.

서로 생존을 위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데 여기에 거대 보험사들이 들어오는 것에 탐탁지 않아 하는 분위기다. 보험사들도 고민이다. 헬스케어 등 건강관리 분야에 대해 보험사들이 가지고 있는 데이터는 상당하다. 잘만 활용하면 서비스 질 개선은 물론 새로운 수익창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헬스케어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영세한데다 최근 대기업 '갑질'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도 부담이다. 이래저래 헬스케어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우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따라서 이미 헬스케어 관련 서비스를 앱을 통해 제공하고 있는 보험사들은 이를 알리는 것을 주저하고 있기도 하다.

핀테크는 금융사만의 문제는 아니다. 다양한 이종산업이 용광로에 녹아들어가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형태다. 이러한 과정에서 기존 시장 구성원과의 마찰은 불가피해보인다. 하지만 고객들은 이미 새로운 서비스, 혁신적인 서비스에 열광하고 있다. 때로는 과감한 결정이 오히려 전체 시장에 도움을 주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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