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플래툰 쿤스트할레에서 ‘제4회 서울 레코드페어’가 열렸다.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를 자극해서인지 많은 관객이 몰렸다. 4회까지 개최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매니아들의 열정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레코드 페어에 쏠린 관심은 이른바 ‘LP’가 희귀해 졌기 때문이다. 테이프와 더불어 한 시대를 풍미하던 LP는 컴팩트 디스크(CD)에 밀려 뒷전으로 밀려났다. 그러나 최근 상황을 보면 CD역시 MP3로 대표되는 디지털 음원에 밀려 예전만큼의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CD플레이어 제조업체에도 영향을 미쳐 일부 일본 기업은 CD 플레이어의 핵심 부품인 ‘픽업’ 생산을 중단하고 있는 실정이다. 확실한 것은 LP-테이프-CD로 이어지던 음원 저장매체가 이제 물리적 형태가 없는 디지털 음원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LP와 같이 CD 역시 틈새시장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디지털 음원이 음악 재생시장의 핵으로 떠오르면서 관련 산업계도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특히 LP와 CD를 재생하는 턴테이블과 CD플레이어에서 기계적인 메커니즘이 중요시 됐다는 점과 달리 디지털 음원의 경우 소프트웨어의 역할이 중요해졌다는 점이 차별화된다. 물론 CD 플레이어의 경우도 전자회로와 재생 칩 등 디지털 기술이 집약된 것이 사실이지만 디지털 음원 재생의 경우와는 사뭇 다르다. 디지털 음원은 이른바 CPU와 메모리를 가지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컴퓨팅 기기에서 재생이 가능하다. 단순히 재생을 위해서라면 스마트폰, MP3플레이어, 노트북, 그리고 TV 등 재생장치의 한계가 없어진 것.재생장치의 한계가 없어졌다는 것은 무수한 생태계 형성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음악을 매개로 다양한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다. 이는 전통적인 제조업체에서 부터 서비스, 유통, 심지어 개인 사업자까지 디지털 음원을 매개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할 수 있다는 뜻이다. 디지털 음원을 둘러싼 시장의 변화는 이미 시작되고 있다. 최근 애플은 닥터 드레 헤드폰으로 유명한 비츠 일렉트로닉스를 30억 달러에 인수했으며 국내의 경우도 SK텔레콤이 MP3 제조업체로 유명한 아이리버를 295억원에 인수했다. 최근 삼성전자는 헤드폰 브랜드 '레벨'을 론칭했으며 LG전자는 TV 음향을 보조해주는 '사운드바' 제품 출시에 역점을 두고 있는 모양새다. 해외에서는 소니가 이른바 '하이 레졸루션'이라는 고음질 음원 재생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으며 부자들의 전유물 처럼 여겨졌던 하이앤드 오디오 업체들도 디지털 음원 재생을 위한 엔트리 급 제품 출시에 뛰어들고 있다. 콘텐츠 업계의 변화도 심상치 않다. 유니버설 뮤직 등 글로벌 음반사들은 블루레이로 재생되는 음원인, ‘High Fidelity Pure Audio(HFPA)’ 출시에 뛰어들었으며 고음질 음원을 서비스하는 사이트 수도 증가하고 있다. 무엇보다 감성의 영역인 '음악'이 디지털 IT기술과 만나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다만 IT기술이 디지털 음원을 LP처럼 자연스럽게 재생하기 위해 중점적으로 쓰여진다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 물론 IT를 통해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이 개발된다는 점도 최근에 눈길을 끄는 대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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