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Chaebols). 

 

글로벌 IT업체의 기자간담회를 참석하거나 인터뷰를 할 때 한국 전략에 대해 묻는 질문에 항상 등장하는 단어. 한국의 IT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핵심 키워드다. 

 

‘재벌’은 딱히 번역할 영어단어도 없이 그냥 ‘chaebols’이다. 외국인들에게 이 단어를 직접 발음하는 것을 들으면 씀쓸해진다. 이들이 말하는 ‘재벌’의 정의는 삼성이나 LG, SK와 같이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의 IT계열사 혹은 자회사를 뜻한다. 

 

최근 내부거래금지 등에 따른 지배구조 개편, 사업 다각화에 따라 다소 약해졌다고는 하나 이들이 한국IT시장에서 갖는 힘은 막강하다. 이는 클라우드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구글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의뢰해 발간한 ‘클라우드 도입: 아태지역 6개국의 도약(Ascent to the Cloud: How Six Key APAC Economies can Lift-off)’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퍼블릭 클라우드 성장 동력으로 미디어·게임. 소매·소비재와 함께 대기업(재벌)이 꼽혔다. 
 


보고서는 “한국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은 강력한 성장 잠재력을 갖고 있으며, 연평균 성장률은 15%로 시장규모는 2018년 15억달러(한화로 약 1조7541억원)에서 2023년 30억달러로 2배가 될 것”이라며 “디지털 네이티브 비즈니스, 게임이 주요 성장 동인이지만 소매업체, 그리고 디지털을 필두고 내세워 해외사업을 확장하려는 ‘재벌’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삼성SDS는 지난해 말 기준 그룹 관계사 IT시스템의 90%를 클라우드로 전환했고, 올해 LG그룹이 2023년까지 계열사 시스템 90%를, SK그룹도 2022년까지 계열사의 주요 IT시스템 중 80%를 클라우드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밖에 두산그룹, 대한항공 등도 클라우드로의 ‘올인(All in)’을 선언했다. 

 

물론 이같은 클라우드 전환 과정이 결코 쉽지 않다. 보고서는 국가별 세부 보고서를 통해 한국 퍼블릭 클라우드 전환을 위해 극복해야 할 주요 과제로 ‘레거시 마이그레이션 비용 및 리스크’를 꼽았다.

 

한국의 ‘재벌’에는 일반적으로 IT자회사가 구축한 온프레미스(내부 구축) 또는 프라이빗 클라우드와 같은 레거시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대규모 애플리케이션을 마이그레이션하는 것은 기존의 조직에게는 심각한 과제이며, 이러한 이유로 사용 편의성은 클라우드 벤더를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또, 퍼블릭 클라우드로 데이터를 이전하거나 통합하는 데 드는 비용이 클라우드로 인한 비용 절감 총액을 초과할 수 있다는 우려를 극복하기 어려울 수 있다. 특히 더 많은 디지털 혁신 기회가 증가함에 따라 기업은 마이그레이션 비용을 넘어 디지털 경쟁력을 갖춰야하는 필요성에 더 초점을 맞추고 새로운 수익원을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한편 조사에 따르면, 한국에서 퍼블릭 클라우드 도입이 가져올 경제효과는 2023년까지 약 450억 달러(약 54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한국 연간 GDP의 0.6%에 달하는 규모로, 자동차 제조업이 GDP에 미치는 효과의 20% 수준이다. 

 

또한 클라우드 도입은 직접적으로 1만5000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고, 간접적으로 3만5000개의 일자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직접 창출되는 1만5000개 일자리 중 8000개는 IT 시스템 관리, 데이터 과학자 등 디지털과 IT에 관련된 직무이고, 7000개는 영업, 마케팅, 재무, 인사 등 기업의 핵심 직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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