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국 출장에서 건물과 집, 거리 곳곳에 걸려있는 무지개색 깃발이 계속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프라이드 조이(Pride joy)’라는 문구도 자주눈에 띄였지요. 알고 보니 LGBTQ(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성적 정체성이 확실하지 않은 사람)와 같은 성소수자를 위한 축제기간이었습니다. 미국 주요 도시마다 ‘프라이드 퍼레이드’도 열리는데, 이건 보지 못해서 아쉬웠어요.

 

이와 함께 이 기간 동안 주요 백화점, 상점에선 이를 기념한 할인행사가 진행됐는데요. 최근 LGBTQ의 구매력이 높아지면서 ‘프라이드’ 행사는 어머니의 날(Mother’s day), 할로윈 등 주요 기념일과 맞먹을 정도의 효과가 있다고 하네요. 국내에서도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퀴어문화’ 축제가 서울과 대구 등에서도 열리며 ‘다양성’을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처럼 점차 개인의 성정체성 등 다양성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무르익고는 있으나, 여전히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직장에서 차별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폐쇄적인 조직문화를 가진 곳에선 더욱 그렇습니다.
 

그나마 현재 LGBTQ에 포용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산업군이 바로 IT분야입니다. 애플, 페이스북, 구글, IBM 등 미국의 대표적인 IT기업들은 퍼레이드에도 적극 참여하며, 이들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성정체성에 상관없이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고 이들이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한다면, 기업에도 분명 좋은 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실제 맥킨지의 조사에 따르면, 성별·인종·민족·성적지향·성정체성 등 다양성이 높을수록 기업의 수익률이 높다는 결과도 있습니다.

 

LGBTQ를 지지하는 대표적인 곳이 애플입니다. 애플의 수장인 팀 쿡 CEO는 지난 2014년 10월의 마지막 날, 자신이 게이임을 공식적으로 밝히기도 했지요. 그의 커밍아웃은 포춘500대 기업 CEO 중 최초라고 합니다. 당시 그의 용기 있는 행동에 많은 이들이 지지 의사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구글은 ‘게이글러스(Gayglers)’라는 성소수자 지지모임이 있습니다. 구글코리아에도 2014년 만들어져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 모든 사람에게 일하기 좋은 직장으로 만들기 위한 프로그램과 정책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재무관리 소프트웨어회사인 미국의 인튜이트와 클라우드 기반 고객관계관리(CRM) 기업인 세일즈포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일즈포스의 경우 ‘아웃포스’라는 성소수자 지지모임을 통해 다양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2016년 처음으로 ‘최고평등책임자(Chief equality officer)’라는 직책을 신설하기도 했습니다.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CEO는 “비즈니스(기업)는 세상을 바꾸는 최고의 플랫폼이며, 모든 인류는 평등해야 하고 모든 사람은 동일한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차량공유플랫폼의 대명사 ‘우버’의 경우, 트랜스젠더나 성전환을 계획하거나 진행 중인 직원들을 위한 내부 지침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현재 전세계 성소수자비율은 대략 6~7% 정도로 추정됩니다. 높은 업무능력과 창의성을 갖고 있지만, 단순히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숨어지내는 직원도 많을 것입니다. 가장 혁신적이라는 실리콘밸리 기업 역시 마찬가지일테구요. 기업 입장에선 단순히 성정체성이나 성적취향 때문에 우수하고 창의적인 직원을 잃고 싶어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국내기업들은 어떨까요. 

 

몇 년 전 국내 모 IT기업의 한 직원이 성전환수술을 받기 위해 병가신청을 냈지만 거부당하자 항의의 의미로 자신의 여장 사진을 사원 정보란에 올렸다는 소문이 있었고, 이러한 내용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타고 빠르게 확산된 적이 있습니다.

해당 IT기업 관계자는 "외부에 알려진 것과 다르다.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한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달해 왔습니다. 지금은 퇴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여전히 국내 기업의 조직 문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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