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에 누워 “Alexa, Turn off the light(알렉사, 불 좀 꺼줘)”라고 하자 방안의 불이 꺼진다. 욕실에 들어가서 다시 알렉사에게 샤워를 하겠다고 말하니 샤워부스에서 물이 쏟아져 내린다. 부엌으로 가서 치킨 요리법을 알려달라고 하자, 바로 옆 삼성 냉장고의 화면에서 다양한 레시피가 검색된다. 이밖에도 공기청정기를 틀어주거나 심지어 팝콘까지 튀겨준다. 

지난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아마존웹서비스(AWS) 서밋 서울 2019’의 전시장(AWS 엑스포)에 내  ‘AWS 스마트홈(Smart Home)’ 부스에선 ‘알렉사’를 부르는 소리가 집안 곳곳에서 들렸다. ‘알렉사’는 아마존의 인공지능(AI) 비서다. 실제 집 크기로 마련된 스마트홈의 곳곳에 알렉사가 내장된 에코(아마존 스피커), 시계 등 다양한 형태의 기기에 내장돼 주인님(?)의 부름에 답한다. 다만 아직 알렉사는 한국말을 못 알아듣기 때문에, 영어로 말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AWS 스마트홈 부스는 GS건설의 아파트 ‘자이’를 그대로 재현했다. 약 25평형 규모의 공간에 침실과 부엌, 거실 등이 깔끔하게 배치돼 마치 이케아에 방문한 느낌이었다. GS건설 측은 “아마존과 손잡고 스마트홈 서비스의 선도적 브랜드로 자리잡고, 고객들에게 앞선 라이프 스타일을 제공함으로써 고급 주거 문화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GS건설의 월패드와 연동돼 음성으로 외출할 것임을 알리면 대기전력, 전등, 방범 등이 외출모드로 자동 전환된다. 엘리베이터를 호출하고 로봇청소기가 청소를 시작하는 식이다. 침실에서 기상 및 수면 모드를 제어하고, 스탠드 조명을 알아서 조절하고 블라인드가 자동으로 개폐된다. 아침에 일어나 욕실에 들어가면 스마트 미러가 동선에 따라 작동하고, 스마트 칫솔관리기기는 최적화된 상태로 준비를 마친다. 

이와 함께 빅데이터 플랫폼을 기반으로 아파트로부터 발생하는 다양한 데이터들을 분석, 자체 개발한 시스클라인 공기청정시스템을 통한 실내 공기질 최적화, 에너지 절약 시스템, 공용부 모니터링 서비스 등도 제공한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이한 AWS 서울 서밋은 이처럼 이전과는 다소 달라진 부스 풍경을 보여줬다. 지난 4년이 클라우드 서비스 자체의 혁신을 제시했다면, 올해는 아마존 내부기술과 결합돼 실제 우리 생활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생생하게 펼쳐보였다. ‘스마트홈’이 대표적이다. 
알렉사로 무장된 스마트홈이 이번 행사 부스에 등장한 이유는 이 모든 것이 클라우드 기반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현재 AWS는 알렉사 등 아마존의 AI를 기업들이 쉽게 쓸 수 있도록 클라우드 기반의 서비스로 제공 중이다.

 

 

AWS은 앞서 지난해 11월 개최한 자사의 연례 컨퍼런스 ‘AWS 리인벤트’에서 아마존 닷컴의 맞춤형 추천 상품 기능을 클라우드 서비스(아마존 퍼스널라이즈)내놓기도 했다. ‘아마존 퍼스널라이즈’는 실시간 개인화 추천 서비스 구축용 API다. 현재 아마존 닷컴에선 이 기술을 통해 매출의 35%를 책임진다.

 

스마트홈 이외에도 블록체인 기반의 맥주 재고 관리 시연도 참석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작년에 출시한 클라우드 기반의 서비스형 블록체인(BaaS)인 ‘아마존 매니지드 블록체인’ 실제 적용 사례는 ‘AWS 블록체인 펍’에서 시연됐다.

 

냉장고에서 맥주가 일정 수량 이상 빠져나가면 냉장고에 설치된 딥렌즈가 이를 탐지해 자동으로 제조사에 제품 주문을 보낸다. 제조사는 요청받은 수량만큼 맥주를 선적한 뒤 이를 QR코드로 블록체인 상에 기록한다. 유통사와 소매점도 유통과정에서 생기는 모든 내용을 블록체인상에 기입해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

 

이밖에 자율주행 레이싱 경기인 ‘AWS 딥레이서(DeepRacer) 리그’가 열려 딥러닝을 직접 체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AWS 딥레이서 리그’는 작년 AWS 리인벤트에서 처음 발표돼 현재 전세계 개발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경기 방식은 실제 자동차의 18분의1 크기로 구현된 차량 모형에 참가자들이 직접 강화학습을 시켜 트랙을 가장 빠르게 주행시키는 사람이 승자가 된다. 

 

AWS코리아에 따르면, 이번 서밋 기간에 열린 리그에선 카카오모빌리티에 근무하는 김예준씨가 7.998초의 기록으로 1위를 기록했다. 김씨는 2번이나 세계 기록을 갈아치운 것으로 전해진다. 리그에서 우승하면 올해 라스베이스에서 열리는 AWS 리인벤트의 참가 권한이 주어진다.
이외에도 AWS은 이번 서밋과 별개로 ‘아마존 이노베이션 데이’를 열고 아마존 각 사업 영역에서의 성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아마존 이커머스와 글로벌 셀링, 트위치코리아 한국인 임원이 참석해 아마존의 기업문화와 소매 시장 혁신, 아마존닷컴의 추천 서비스, 아마존 고, 게임 플랫폼 관련 내용을 공유했다.

 


 

한편 이번 AWS 엑스포는 작년 대비 2배 많은 70여개 파트너 및 고객이 참가하며 참관객의 흥미를 끌었다. AWS가 아마존 사례를 적극 활용했다면, 파트너 중에선 NDS(농심데이타시스템)의 부스가 참가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농심의 IT서비스 계열사인 NDS는 현재 AWS의 파트너로 활약하고 있다. 

NDS는 농심의 대표 제품인 ‘너구리’를 전면에 내세웠다. 우리에게 너무나도 친숙한 라면 ‘너구리’ 인형 및 인형을 뽑을 수 있는 기계가 전시돼 참가자들의 발길을 세웠다. NDS는 부스에서 ‘너구리’와 함께 자사가 진행한 ‘하이퍼레저 블록체인 기반 축산물 이력관리시스템 시범사업’을 소개했다. 농림부가 기존에 운영하던 축산물 이력관리시스템에 블록체인과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해 소 사육과 도축, 포장 및 판매까지 이어지는 정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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