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대표 한성숙) 자회사 네이버랩스가 세계 유수의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모이는 미국 ‘소비자가전전시회(CES) 2019’에서 뚜렷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네이버랩스가 CES에 출품한 13종 신기술(시제품) 중 하나인 로봇팔 ‘앰비덱스(AMBIDEX)<사진>’가 주된 역할을 했는데요.

앰비덱스는 펀(Fun) 로봇이 넘쳐나는 CES 현장에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펀 로봇은 사람을 본뜨거나 반려동물 모양을 한 엔터테인먼트 로봇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요. 쉽게 말해 재미와 놀이를 위한 로봇입니다.

그러나 기존 미디어를 통해 펀 로봇을 많이 접하기도 했고 CES에서도 펀 로봇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으니 다소 뻔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산업용 로봇으로 혁신성을 보인 앰비덱스가 CES에서 주목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일반이 생각하는 ‘로봇’에 더욱 가까운 것이 앰비덱스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앰비덱스, 타사 엔지니어들이 더 놀랐다

앰비덱스는 정밀한 힘 제어가 가능한 로봇 팔입니다. 팔 무게가 2.6kg에 그쳐 일반 사람 팔(3.5kg)보다 가볍습니다. 어깨에 모터를 집중 배치하고 손가락까지 이어진 혁신적 와이어 구조로 힘을 전달한 덕분인데요. 사람과 손뼉 치기, 어깨동무, 악수 등을 상호작용도 가능합니다. 위험하다고 인식돼온 기존 산업용 로봇의 고정관념을 깨는 지점인데요. 

IT업계 경영진(VIP)이 네이버랩스 부스를 방문했을 때도 앰비덱스가 VIP와 어깨동무 또는 악수를 하는 등 이른바 ‘열일’했습니다.

앰비덱스엔 ‘중력보상’이라는 기술이 적용돼 있습니다. 사용자가 로봇 팔을 움직이는 대로 가만히 멈춰서있는데요. 팔을 들어 올리면 그 자리에 고정돼 있습니다. 보통은 중력 방향으로 팔이 떨어지나 중력만큼의 힘을 반대방향으로 주게 되면서 멈춰있게 됩니다. 이 역시 정밀한 힘 제어가 가능하기에 나올 수 있는 모습입니다. 이런 부분을 시연에서 선보이자 참관객보다 타사 엔지니어들이 더 놀랐다는 후문입니다.

◆눈으로 혁신 확인하자 기술 협력 문의 이어져

네이버랩스 CES 부스에선 앰비덱스 외에 ‘어라운드 지’ 로봇도 관심을 끌었습니다. 실내 길찾기용 로봇인데요. M1 로봇이 고정밀 실내 지도를 완성하면 어라운드 지가 사람들의 길을 찾아주고 가게 간판 등의 변화를 알아채 지도의 최신성을 유지하는 등 여러 일을 해내는 로봇입니다.

이처럼 앰비덱스와 어라운드 지 등의 혁신을 눈으로 확인하자 기술 문의가 이어졌습니다. LG전자와는 현장에서 전격 공동연구 합의가 이뤄지기도 했습니다. 네이버랩스 로보틱스 연구를 이끄는 석상옥 헤드는 “논의가 오간 회사들의 사명을 밝힐 수는 없지만 현장에서 유수 글로벌 기업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온라인에서 자료로 협의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구체적이고 실적인 협력 논의가 진행됐다”고 밝혔습니다.

이 때문일까요. 네이버랩스가 세계적인 기술 경연 무대에서 주목받자 회사 임직원들도 격앙된 분위기입니다. 네이버와 네이버랩스를 보는 외부 시선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선 네이버를 포털 회사로만 보는 일반의 시선이 강한데요. 이제 로봇과 자율주행 분야에서 상당 수준의 진척을 보인 기술 회사로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물론 앞으로 네이버가 가야할 길이 멉니다. 네이버도 네이버랩스도 글로벌 무대에선 이제 시작인데요. 공교롭게도 네이버랩스 바로 앞에 최대 경쟁업체인 구글 부스가 위치했습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앞으로 끊임없이 맞붙게 될 구글과의 일전에 강한 의지를 보였습니다.

◆‘xDM 플랫폼’, 눈에 보이지 않은 혁신에도 주목

전시 현장에선 아무래도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가 눈길을 끌긴 합니다. 앰비덱스와 어라운드 지 등 로봇을 내보이니 네이버도 대번에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소프트웨어 혁신도 주목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그러한 대표적 신기술이 네이버랩스의 xDM 플랫폼입니다.

xDM 플랫폼은 네이버랩스가 ▲지도 구축(mapping) ▲측위(localization) ▲내비게이션(navigation) 분야에서 축적한 고차원 기술과 고정밀 데이터를 통합한 위치·이동 기술입니다. 네이버가 그동안 축적해온 제도 제작·운영 노하우에 로봇, 자율주행, 길찾기 등 모든 기술력이 집결돼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네이버는 향후 xDM 플랫폼의 앱개발환경(API)과 소프트웨어개발키트(SDK)를 공개해 외부 업체들도 활용할 수 있게 할 계획입니다. 물론 국외로 기술이 나갈 수 있습니다. 이미 협력을 맺고 있는 유럽 지도업체 히어(HERE)와 긴밀한 제휴를 이어나갈 수도 있겠습니다. 글로벌 IT시장에서 눈도장을 찍은 네이버랩스의 올 한해 행보가 기대됩니다.

[이대호기자 블로그=게임 그리고 소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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