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슨의 역습’이라고 지스타 슬로건을 했다. 유저들에게 선언하는 의미도 있었지만 내부에 강한 메시지를 주기 위한 측면도 없지 않았다. (중략) 천년만년 랜덤(무작위 뽑기) 아이템이 수익을 내거나 하진 않을 거라 보고 지난 몇 년간 수익구조에 대한 고민도 끊임없이 하고 있다.”(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

이정헌 대표가 25일 넥슨개발자컨퍼런스(NDC) 경영진 간담회에서 언급한 돈슨은 풀어쓰면 ‘돈 밝히는 넥슨’ 정도의 말입니다. 회사가 돈 버는데 급급해 게임성은 뒷전으로 미룬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는데요. 게이머들이 넥슨을 낮잡아 부를 때 쓰는 속어입니다. 

그런데 이 말을 넥슨이 지스타 행사 슬로건으로 활용했습니다. 요즘 말로는 ‘셀프디스’(자기비하)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그만큼 회사 이미지를 바꾸겠다는 강한 의지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날 경영진 간담회에서 나온 발언을 종합해보면 “돈슨의 역습은 계속된다”입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치열하게 고민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내비쳤는데요. 박지원 전 대표에 이어 이정헌 대표가 경영 바통을 이어받았습니다. 앞으로 넥슨은 어떻게 바뀔까요.

◆“저만의 철학을 펼치라는 메시지를 주신 것”

이정헌 대표는 작년 12월 사업본부 총괄 부사장 시절, 당시 박지원 대표로부터 대표이사 취임에 대한 얘기를 듣게 됩니다. 이후 김정주 넥슨 창업자(지주사 엔엑스씨 대표)와 만나게 되는데요. 이 대표는 김정주 대표를 지나치면서 마주친 적은 있었지만, 제대로 얘기를 나눈 적은 그때가 처음이었다고 합니다.

이 대표는 “김정주 대표는 ‘회사의 매출이 10분의1, 100분의1이 되면 회사가 변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하셨다”며 “충격적인 말이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모든 고정관념을 내려놓고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보라는 말씀이셨던 것 같다”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이어서 그는 “저한테는 임기 내 권한이 주어졌고 저만의 철학을 펼치라는 메시지를 주신 것으로 해석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넥슨 초창기 멤버이기도 한 정상원 넥슨 개발총괄 부사장은 “권한을 넘기는 이유가 당신과 내가 다르기 때문이라는 점”이라며 “자신만의 생각을 펼치기 보다는 다양한 사람들의 도전을 지원하고자 하는 방향성을 가지고 계실 것”이라고 의중을 파악했습니다.

◆사원에서 경영진까지 ‘샐러리맨 신화’

이 대표는 전임 박지원 대표와 같이 넥슨에 신입 사원으로 입사해 대표직까지 오른 인물입니다. 그만큼 넥슨을 잘 아는 인물이자 내부에서 수많은 검증을 거쳐 인정을 받은 경우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넥슨의 DNA 자체가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창의적인 의문을 품고 이를 실행에 옮기는 사람들이 좋은 평가를 받았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넥슨에서 인텔리전스랩스와 라이브 운영을 총괄하는 강대현 부사장도 한마디 보탰습니다. 

강 부사장은 병역특례로 넥슨에 입사해 부사장까지 오른 인물입니다. 강 부사장은 “넥슨은  한 사람의 표면적인 스펙보다는 ‘일을 잘 하는가?’에 대해 깊이 살펴보는 문화가 있다”며 “열심히 일한 부분에 대해 인정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업무역량을 인정해 주는 점이 회사 DNA라고 느낀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정헌 대표도 여러 신입사원 중 한 명으로 입사했지만 업무역량을 중요시하는 문화에 힘입어 대표까지 오르게 된 케이스”라며 “저는 공돌이 출신이라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공감해주는 능력이 무딘 면이 있었다. 정헌 대표는 유저들의 깊은 감성을 이해하거나 숨은 니즈를 발견하는데 있어서 탁월하다고 생각한다”고 현 대표를 추켜세웠습니다.

◆넥슨은 인공지능(AI)을 어떻게 활용할까

넥슨 인텔리전스랩스 조직을 이끌고 있는 강대현 부사장은 AI 활용 방안에 대해 “우선순위는 서비스에 AI를 접목하는 것”이라며 “무형으로 가지고 있는 노하우를 유형화해서 시스템화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예를 들면 축구 게임과 총싸움(FPS) 장르의 경우 전혀 다른 게임이지만 공통된 노하우 관점에서 보면 흡사한 측면이 많다는 것인데요. 적을 처치하는 행위를 골을 넣는 것으로 동일시한다면 비슷한 구석이 많다는 겁니다. 이 데이터를 게임 디자인에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해 AI를 연구 중입니다.

정상원 부사장은 “얼굴만 봐서는 어디가 아픈지 모르는 것처럼 AI 부서에선 유저 패턴을 미리 확인하고 데이터를 통해 플레이 경험을 개선해 나가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게임 확률 연구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강 부사장은 “유저가 민감하게 생각할 수 있는 확률에 대해 공지하고 그 확률이 나오게 된 과정을 증명하는 방향도 연구 중 하나”라며 “확률형 아이템과 별개로 게임 내에서 몬스터 확률 등 유저들이 게임을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확률 연구도 있는데, 이런 부분에서의 연구 분야는 앞으로도 강화해나갈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이대호기자 블로그=게임 그리고 소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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