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전자제품 유통업체인 하이마트는 최근 TV 판매 부진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한 관계자는 “안 팔려도 너무 안 팔린다”며 “이렇게 안 좋았던 적이 없었다”라고 하소연했다. 전자업계의 고위 관계자는 “한국 등 프리미엄 제품의 판매 비중이 높은 선진 시장에서 TV 판매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했다. TV가 안 팔리는 이유는 경기 불안 탓이 크겠지만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구매하느라 소비자들의 지갑이 얇아진 이유도 있을 것이다.

정부 지원 정책으로 근근이 이어오던 일부 지역의 ‘판매 특수’도 사라졌다. 디지털전환을 끝낸 일본 TV 시장은 최근 판매량이 3분의 1로 줄었다. 중국도 가전제품 보조금 정책이 중단되자 TV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었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는 올해 전 세계 TV 시장 금액 규모가 전년 대비 4.8%나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작년에 이은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다.

TV 완성품 업체에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을 공급하는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더 울상이다. TV 수요는 감소하는 반면 패널 공급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BOE와 CSOT는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공장을 짓고 또 짓고 있다. 삼성과 LG 국내 패널 업체들은 줄어드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공장 가동률을 조정하고 있지만 BOE, CSOT는 시황에 아랑곳 않고 공격적으로 패널을 뽑아내고 있다. 이 탓에 지난 6월 한 달간 40-42인치 TV용 패널 가격은 10달러나 빠졌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 업체들의 패널 공급량 확대로 인해 업계에 미치는 영향(가격하락)이 상당히 클 것”이라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수급 상황으로 보면 오를 여지가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중국 정부가 매기는 LCD 패널 관세도 국내 업체들의 수출을 감소시키는 부정적 요인이다.

LG디스플레이는 1일 파주 공장에서 8세대(2200×2500m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라인(M2) 장비 반입식 행사를 가졌다. 이날 행사장에 걸린 플랜카드에는 ‘OLED로 세상을 바꿉시다’라는 구호가 적혀있었다. TV 패널 시장의 경쟁 구도를 하루빨리 LCD에서 OLED로 전환해 성장세를 지속하겠다는 의지가 묻어난 구호였다.

시황도 좋지 않은데 7000억원이나 들여 새 라인을 구축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 공장이 내년 하반기 본격 가동되면 LG디스플레이는 55인치 기준 연간 약 200만대(골든 수율 및 100% 가동률 달성시)의 OLED TV 패널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수율을 고려하면 숫자는 더 줄어들겠지만, 이 정도는 팔아줘야 수지타산이 맞는다는 얘기다. LG전자의 연간 TV 출하량 가운데 5% 가량을 LCD가 아닌 OLED로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 낮은 수율을 끌어올리는 것이 과제다. 기술면에서는 LCD보다 해상도가 높아야 소비자들이 얼마라도 돈을 더 내고 OLED TV를 구입할 것이다.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이 LCD 보다 저렴했음에도 불구 시장 경쟁에서 밀린 결정적 이유는 상대적으로 낮은(늦은) 해상도 때문이었다. 55인치 풀HD OLED TV보다 84인치 울트라HD TV가 잘 팔리는 걸 보면 소비자들이 하드웨어에서 찾는 가치는 명확하다. 한상범 사장은 이날 장비 반입식에서 “처음 가는 길이라 쉽지 않겠지만, 협력사들과 힘을 합쳐서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LG디스플레이의 도전이 성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댓글 쓰기

저작권자 © 딜라이트닷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