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퀄컴과 대만 미디어텍이 세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시장에서 놀라운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이유는 스마트폰 제조업체에 AP와 2G 3G 4G 통신칩(베이스밴드, BB)을 하나로 합친 통합칩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칩에 모든 기능이 통합돼 있으면 제품 설계가 보다 용이하다. 따라서 제조업체들은 통합칩을 선호한다. 삼성전자의 독자 모바일AP인 엑시노스 라인업에는 이러한 통합칩이 없다. 현재 삼성전자의 AP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대부분 가져다 쓰고 있는데, 외연 확대를 위해서는 통합칩 개발이 꼭 필요하다.

삼성전자는 지난 12일 단행한 정기 조직개편을 통해 시스템LSI 사업부에 M&C(Modem & Connecivity)사업팀을 새로 만들었다. 이 사업팀은 시스템온칩(SoC) 개발실장을 맡았던 황승호 부사장이 이끌게 됐다. 사업팀 이름과 사업팀장의 약력, 그리고 통합칩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최근 시류를 종합하면 삼성전자도 통합칩 개발에 나설 것이라는 추정을 쉽게 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관련 기술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LTE 통신칩은 상용화에 성공했고, 영국 CSR의 모바일 부문 인수로 무선랜, 블루투스, GPS 기술 및 특허도 확보해 둔 상태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통합칩을 만들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두 가지 숙제가 있다는 것이 회사 안팎의 시각이다.

우선 통신칩 기술은 시스템LSI 사업부의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을 만드는 무선사업부의 것이다. 시스템LSI 사업부가 AP와 통신칩을 하나로 합친 통합칩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선사업부로부터 통신칩 사업을 이관 받아야 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삼성전자는 사업부별로 철저한 독립채산제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시스템LSI 사업부가 통신칩 사업을 이관 받지 않는다면 통합칩 개발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무선사업부의 신종균 사장이 이를 순순히 내줄 지는 미지수다. 갤럭시 카메라의 사례에서 보듯 무선사업부는 IT 제품의 ‘통신화’를 꾀하고 있다. 당장 내년부턴 노트북 사업도 무선사업부가 관장한다. 갤럭시 카메라에 통신 기능을 심고 통신사를 통해 판매하듯 노트북도 그러한 방향으로 사업이 이뤄질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상황이 이런데 무선사업부가 통신칩 사업을 시스템LSI 사업부로 넘겨줄 수 있을까.

풀어야 할 숙제는 또 있다. LTE 통신칩 사업을 이관 받는다고 하더라도 통합칩에 2G, 3G 하위 호환성을 확보하고 이를 해외에 내다팔기 위해서는 퀄컴과의 계약 내용도 뜯어고쳐야 한다. 퀄컴과 삼성전자가 맺은 통신 특허 계약에는 “자사(삼성전자) 제품에 사용하는 이외의 목적으로 퀄컴 특허를 사용한 모뎀칩을 개발하거나 외주 생산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문항이 있기 때문이다.

퀄컴은 대만 미디어텍과의 통신 특허 계약에선 이례적으로 이러한 문항을 없앴다. 대신 미디어텍이 언제, 어디로, 어느 정도의 물량을 공급했는지 등 공급망 정보를 모두 제공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 했던 퀄컴이 해당 지역의 복잡한 공급망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미디어텍과 이러한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고 있다. 예컨대 특허를 내주고 영업 정보 같은 것을 통째로 받고 있다는 것이다. 미디어텍은 대부분의 중국 휴대폰 업체를 고객으로 삼고 있다. 삼성전자는 퀄컴의 통신 특허를 득하고 이를 적용한 제품을 해외에 내다파는 대신 무엇을 내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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