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인기가 높아져 가정마다 한 대씩 구비하게 된 소형가전은 무엇일까요? 에어프라이어입니다. 2017년까지만해도 15만대 규모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50만대를 넘어 올해 200만대 수준으로 성장할 전망입니다. 특히 대기업이 빠진 상황에서 중견·중소업체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죠. 그만큼 제품 종류도 각양각색입니다.
 

에어프라이어의 흥행 계보를 이을 기대작으로 꼽히는 제품이 등장했습니다. 다양한 음식을 조리할 수 있는 신개념 조리가전 멀티쿠커입니다. 밥을 주식으로 하지 않는 미국이나 유럽에선 이미 보편화됐지만 국내에선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홈쇼핑을 통해 적극적인 판매가 시작됐습니다. 특히 올해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면서 ‘집밥’의 시간이 많아진 점이 기회가 됐습니다.


멀티쿠커는 과연 에어프라이어의 행보를 따라갈 수 있을까요? 올해 쿠첸·쿠쿠·휴롬·신일 등 가전업체들은 물론 이마트도 자체 브랜드 상품을 내놓는 등 다양한 신제품들이 쏟아졌습니다. 그러나 멀티쿠커가 주방가전 ‘왕좌의 자리’에 오르기엔 에어프라이어와 다른 장벽이 있는게 사실입니다.
 

에어프라이어와 멀티쿠커는 음식을 빠르고 간편하게 조리한다 공통점을 갖습니다. 차이점은 어떤 음식을 만드는지 그 종류인데요. 에어프라이어는 기름을 안 쓰고도 튀김요리가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이었습니다. 여기에 냉동식품을 해동할 때 전자레인지보다 음식 맛을 더 잘 살린다는 점도 인기를 끌었죠. 튀김과 냉동식품. 1인 가구부터 대규모 가족까지 모두에게 ‘필수템’으로 인식될 만 했죠.


멀티쿠커로는 주로 찜·탕·죽 등에 사용됩니다. 갈비찜·감자탕·리조또 등 훨씬 다양한 음식을 만들 수 있는데 과정이 간편해졌다해도 재료 준비와 시간에 정성이 들어갑니다. 실제 후기로도 멀티쿠커는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일수록 활용도가 높을 것이라는 공통된 의견이 나옵니다. 레시피를 많이 알고 이를 응용할수록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낼 수 있거든요.
 

가정식 대체식품(HMR: Home Meal Replacement)을 더 맛있게 조리할 수 있기도 하지만 단지 이 목적만을 위해서 구매하기엔 제품 가격도 높은 편입니다. 에어프라이어도 구매가는 천차만별이지만 보통 5~10만원 수준으로 가장 많이 구매하는데요. 멀티쿠커의 경우 10만원대 제품도 있지만 기능이 많을 수록 4~50만원, 100만원이 넘어가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니 멀티쿠커 판매업체들은 소비자들이 제품을 통해 ‘요리의 세계’로 빠져들도록 만드는데 힘쓰는 모습입니다. 기본적으로 제품을 구매하면 만들 수 있는 레시피북을 제공하는데요. ‘요.알.못(요리를 알지 못하는 사람)’도 어려운 요리에 한번쯤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을 불러 일으킵니다. 쿠첸의 경우 플렉스쿡을 이용한 요리클래스를 진행한 적도 있습니다. 유명 요리사나 인플루언서를 초청해 멀티쿠커로 음식을 만드는 과정을 시연하는 사례도 많습니다.
 

특히 업계에선 사용자들 중심으로 커뮤니티가 만들어지길 바라는 모양새입니다. 가령 한 개인 유튜버는 코렐이 인수한 ‘인스턴트팟’ 제품으로 요리를 하는 채널을 운영 중입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서로 새로운 레시피와 직접 만든 음식들을 공유하면 멀티쿠커가 더 알려질 뿐 아니라 충성 고객층이 생길 수 있습니다.
 

멀티쿠커가 에어프라이어처럼 '1가정 1제품'이 될 수 있을지는 아직까지 미지수이지만 요리에 취미가 있는 사람 혹은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겐 혁신적인 제품으로 인식될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이안나 기자>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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