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쓰는 분들은 어제 종일 불편이 많으셨겠습니다.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에서 발생한 장애로 새벽부터 네이버나 카카오톡 등 여러 앱에 접속이 안 되는 현상이 계속됐는데요. 정확히는 ‘안드로이드 시스템 웹뷰(WebView)’가 일으킨 오류인데, 최근 OS 업데이트 이후 기존 앱들과 충돌이 일어난 모양입니다.
 

갑작스러운 먹통에 갤럭시폰 이용자들이 삼성전자 서비스센터에 몰려가 아우성 치는 웃지 못할 광경도 연출됐습니다. 삼성 측에서도 웹뷰 삭제 등 임시방편 조치를 긴급 공지해야 했는데요. 정작 문제를 일으킨 구글은 이날 오후 3시가 넘어서야 구글 웹뷰와 크롬을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 하라며 블로그에 알림글을 올렸습니다.
 

구글의 늑장대응으로 이용자들은 영문도 모른 채 7시간 넘게 스마트폰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불편을 겪었습니다. 스마트폰을 초기화하고 앱을 다시 까느라 한나절 이상 업무를 보지 못했다거나, 심지어 주식 매수·매도 타이밍을 놓쳐 경제적 손실을 봤다는 이용자들도 있었죠. 한마디로 많은 이용자들의 일상이 마비된 것입니다.
 

하지만 구글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을 길은 요원해보입니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일단 “전기통신사업법 제33조와 동법 시행령 제37조11항의 적용 대상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현행 법령이 이용자 보호에 대해 구체적으로 담고 있지 않아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 현행법에 따르면 전기통신역무 제공이 중단돼 이용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배상을 해야 하며, 시행령상 부가통신역무의 경우 4시간 이상 중단되면 지체 없이 이용자에게 관련 사실을 알려야 합니다. 다만 안드로이드 OS처럼 이용료가 따로 없는 무료 서비스에 대해서는 예외가 인정되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도 관련해 적용할 법을 아직 찾지 못한 상황입니다. 얼마 전 구글과 같은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들에도 망 품질 유지 의무를 지운 이른바 ‘넷플릭스법’(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제22조7항)이 시행됐지만, 이번 사태의 경우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구글이 전기통신망을 통해 제공하는 서비스에서 오류가 발생한 것이라면 법 적용이 가능하지만, 이번에는 소프트웨어라는 제품에 하자가 발생한 경우로 봐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결국 이용자 피해를 일으킨 구글에 대해 책임을 물을 확실한 법 체계가 없다는 의미인데요. 넷플릭스법 자체도 넷플릭스나 구글처럼 국내 규제가 잘 미치지 않는 해외 사업자들에 대해 서비스 안정성 확보 의무를 부여하고 이용자를 더 잘 보호하기 위함인데 결과적으로 이번 사태에서는 쓸모가 없게 됐습니다.

애초에 유료 서비스이고 또 넷플릭스법을 적용할 수 있다 하더라도 관련 시행령에는 어차피 직접적인 손해배상에 대한 내용은 담고 있지 않습니다. 홍진배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관은 이에 대해 “보상 자체는 개별적 피해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입증해서 별도 분쟁조정절차로 들어가는 것이 결론”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구글의 서비스 먹통이 하루 이틀 있는 일도 아니라는 점입니다. 지난해에도 검색 엔진 서비스와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 등이 오류를 빚어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었죠. 이번에는 특히 OS 장애여서 그 피해가 더 심각한 것이고요. 반복되는 이용자 피해를 막으려면 적절한 보상을 가능케 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해보입니다.
 

[권하영 기자 블로그=잇(IT)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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