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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식 ‘초격차’ 전략의 명암

통신방송 20.11.19 11:11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특유의 ‘초격차’ 전략으로 유명합니다. 추월 당할 여지를 남기지 않는 압도적인 1등 기술력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죠. 반도체 시장은 가장 첨단의 기술을 가진 회사에 수주가 몰릴 수밖에 없고, 애시당초 투자 규모가 어마어마해 경쟁자들의 의욕을 쉽게 꺾어버릴 수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만큼은 아닙니다만 국내 유료방송시장도 이런 ‘초격차’ 구도를 만드려는 움직임이 있는 듯 합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유료방송 1위 사업자인 KT는 위성방송 자회사 스카이라이프를 포함해 1000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확보했습니다. 점유율로 치면 31.42%, 2위인 SK브로드밴드(25.1%)보다 6%p 조금 넘게 앞서는 정도인데요.
 

사실 지금 수준으로도 KT는 경쟁자들을 상당히 앞서 있습니다. 하지만 KT는 이보다도 몸집을 더 키울 요량입니다. 자회사 스카이라이프가 케이블TV인 현대HCN 인수를 목전에 뒀습니다. 게다가 KT 단독으로 또 다른 케이블업체 딜라이브 인수를 추진하고 있죠. 두 회사가 모두 KT 품에 들어온다면, 유료방송시장 합산 점유율은 총 41.17%가 됩니다. 2위와의 거리는 거의 두 배 가까이 벌어지는 셈입니다.
 

KT가 자꾸만 격차를 벌리려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언젠가 경쟁사로 주도권이 넘어가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유료방송시장은 파이가 정해져 있는 싸움입니다. 국내 시청가구 수는 한정돼 있고 그 안에서 어떻게든 뺏고 뺏기기 다툼을 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인수합병(M&A)입니다.
 

현재 유료방송시장은 그야말로 M&A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성장이 멈춘 케이블TV를 대형 IPTV가 인수하는 것은 이제 꺾을 수 없는 흐름이 됐습니다. 냉정하게 보면 대형 SO부터 개별 SO까지 모두 IPTV에 넘어가는 것은 시간 문제입니다. 결국 KT가 이들을 인수하지 않는다면 필연적으로 다른 IPTV사가 가져가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KT의 1위 지위가 흔들리는 것도 순식간입니다.
 

구현모 KT 대표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는 듯 합니다. 그는 얼마 전 열린 KT 경영진 간담회에서 “미디어 사업에서는 1등이 중요하다”는 소신을 밝히기도 했는데요. “사업을 해 보니 1등과 2등은 다르더라” “1등을 하면 수월하게 사업할 수 있다”고 수차례 강조한 것을 보면, KT의 잇따른 M&A 추진이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초격차 전략은 그만큼 리스크도 클 수밖에 없습니다. 올해 7월 KT가 자사 IPTV에서 넷플릭스 서비스를 시작한 후 큰 우려를 산 것을 기억하실 겁니다. 국내 미디어 플랫폼이 외산 콘텐츠판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었죠. 사실 따지자면 LG유플러스가 가장 먼저 넷플릭스와 제휴를 맺었는데, 유독 KT에 비판이 쏟아진 이유는 850만명에 달하는 막대한 가입자 수 때문이었습니다. 1등 미디어 플랫폼으로서 요구받는 책무도 같이 커지게 되는 것이죠.
 

같은 맥락으로, KT의 최근 광폭 행보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경우도 많습니다. KT가 시장 과반을 독식하게 되는 사태를 업계뿐만 아니라 정부와 국회에서도 예의주시하고 있을 겁니다. 물론 유료방송 점유율 상한제는 사라졌으니, 법적으로 문제가 될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 시장은 여전히 규제산업입니다. 케이블TV와 위성방송의 지역성과 공공성을 생각할 때, 인허가 절차가 까다로워질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과연 KT의 외연 확장은 어디까지 이어질까요? 만약 현대HCN과 딜라이브를 모두 인수한다면, 그 외에 CMB나 다른 개별 SO들을 경쟁사들이 싹 다 인수한다 해도 KT 점유율을 쫓아갈 수 없게 될 겁니다. 물론 현재로서 남은 복합 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인 CMB까지 인수해 과반 지위를 더 확실하게 굳히는 시나리오도 있기는 합니다. 어떤 결과가 되든 국내 미디어 1등 사업자에게 쏠릴 관심은 더욱 커지겠네요.
 

[권하영 기자 블로그=잇(IT)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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