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얼마 전 서울 구로구 콜센터에서 집단 확진 사태가 있었습니다. 관련 확진자가 152명에 달할 정도였는데요. 규모가 감염도 감염이지만 좁은 업무 공간에서 2·3교대로 오랜 시간 머무르는 상담사들의 처우가 함께 문제가 됐습니다.
 

전국 2만5000여명의 상담 인력을 둔 통신사 고객센터도 이 사태 이후 상담원들의 재택근무를 점차 확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통신사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상담사들의 재택근무 상시 도입 검토를 비롯해 인공지능(AI) 챗봇, 앱, ARS 등 디지털 상담을 강화하려는 추세입니다.
 

통신3사는 현재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극심한 대구·경북 고객센터를 일제히 폐쇄했습니다. SK텔레콤과 자회사 SK브로드밴드는 상담 인력 7300여명 가운데 약 25%가 재택근무 중이며, KT는 1만3000여명 상담사 중 1200명 분산 배치와 300명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LG유플러스는 내달까지 전체 근무 인원의 20% 수준으로 재택근무를 권장한다고 합니다. 3사 중 가장 적극적으로 고객센터 환경을 바꾸고 있는 모습인데요. 휴대전화 관련 상담의 경우 매장 직접 연결 비율을 높이고, 콜센터 상담사들의 재택근무도 상시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재택근무와 함께 3사가 주력하는 것이 챗봇 도입입니다. KT는 올해 3월 기준으로 하루 평균 챗봇 이용자 수가 4만명에 달하는데, 이는 전년 대비 약 2배 확대된 수치입니다. LG유플러스도 지난해 챗봇을 비롯한 디지털 상담 이용이 2017년 대비 37% 증가했다고 합니다.
 

AI 챗봇 기능 강화로 콜센터의 가장 큰 이슈였던 대기 시간도 많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KT의 경우 본인확인 상담시간이 약 19초 단축됐고, 상담시간도 15초 감소했습니다. 이러한 AI 챗봇의 셀프 처리로 비용 절감 효과가 지난해 24억원 수준에 이른다고 추산합니다.
 

통신사 가운데 가장 많은 상담 풀을 가진 KT는 AI 기술 도입에 특히 적극적인데요. 올해 안에 음성 가상상담, 이른바 ‘보이스봇’ 개발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기존 챗봇이 화면상 채팅 방식이라면, 보이스봇은 상담사들의 영역이었던 음성 상담까지 맡게 되는 것이죠.
 

일각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들이 고객센터 상담원들의 고용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단 우려도 나오는데요. 물론 챗봇이나 보이스봇이 완전한 인력 대체 수단이 될 수도 있겠죠. 반면에 업계는 오히려 열악한 콜센터 환경을 보조해주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해석합니다.
 

다만 지금과 같은 비상 상황에선 상담사들도 업무 걱정을 한시름 놓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약 2만5000명에 달하는 전국 통신사 콜센터 구성원들이 건강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동시에 고객들도 더 편리하게 상담받을 수 있는 긍정적인 생태계가 됐으면 합니다.
 

[권하영 기자 블로그=잇(IT)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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