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화제의 드라마는 단연 SBS ‘스토브리그’일 겁니다. 방송계에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스포츠를 주제로 시청률 고공행진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인기가 많은 게 죄일까요. 요즘 과도한 광고로 시청자 원성이 자자합니다. 60분 분량 드라마를 3부로 쪼개 사이사이 광고를 넣은 것이죠. 이른바 ‘유사중간광고’인데, 논란이 많습니다.
 

지상파 방송은 방송법상 중간광고가 금지돼 있습니다. 하지만 광고수익을 놓칠 수 없던 사업자들은 이른바 ‘프리미엄 광고(PCM)’를 고안해냅니다. 원래라면 1회 분량인 드라마를 2~3회로 나눠 별도의 프로그램인 것처럼 편성하고, 한 회가 끝나면 광고를 내보내는 식입니다. 시청자들에겐 중간광고나 마찬가지지만 법망은 피해 가는 꼼수입니다.
 

비단 스토브리그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공영방송 KBS·MBC와 교육방송 EBS도 쪼개기 광고를 합니다. 민영방송인 SBS가 더 과감하긴 합니다. 드라마 ‘베가본드’로 3부 쪼개기를 처음 시도했고, 스토브리그는 심지어 방영 도중 인기가 오르자 중간 회차부터 3부 편성을 했습니다. 그동안 쌓일 대로 쌓인 시청자들의 불만이 터질 만합니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지상파 프리미엄 광고 프로그램은 2017년 37개에서 2019년 9월 72개로 2배가량 급증했습니다. 수신료를 받고 있는 KBS는 증가율이 4.8배로 MBC(2.2배)보다 더 높습니다. PCM은 일반 광고보다 단가도 높습니다. 프로그램 앞뒤에 붙는 광고보다 최대 3배 가까이 비싸게 팔린다고 합니다.
 

매년 적자를 내는 지상파 사업자들은 중간광고 허용이 절실하다고 주장합니다. 수익개선을 통해 더 좋은 콘텐츠를 발굴할 수 있다고 말하죠. 또 종합편성채널이나 케이블 같은 유료방송은 중간광고가 가능한 점을 들어 차별적인 규제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합니다.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여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일면 타당해 보입니다.
 

그러나 반대여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방만한 경영으로 비판받아온 지상파가 실적 위기를 중간광고 허용으로만 해결하려는 모습이 좋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콘텐츠에 투자하겠다는 말도 글쎄요, 2014~2018년 지상파 프로그램 제작비는 0.3% 줄었습니다. 같은 기간 종편과 CJ 계열방송사들의 제작비는 8.6% 늘었는데 말입니다.
 

지상파 사업자들의 이런 태도는 자칫 부메랑이 될 수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주파수 무상 할당과 같은 공영방송 혜택은 다 받으면서 정작 수익개선 자구책은 부족하다는 쓴소리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주파수나 수신료 문제와 같이 필요할 땐 공적 역할을 강조하고, 아닐 땐 사적 권리만 주장하려 한다는 비판이 거세질 수 있습니다.
 

주무 부처인 방통위는 올해 하반기 중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차별적 규제는 해소하겠다는 것인데, 지금 같은 여론이라면 반발이 적잖을 겁니다. PCM과 달리 중간광고는 방송사가 원하는 시점에 내보낼 수 있어 더 극적인 순간에 흐름을 끊는 일이 비일비재해질 텐데요. 다시금 시청권 침해가 도마 위에 오르겠네요.
 

가장 중요한 시청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2018년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에 반대하는 국민은 60%로 찬성(30%)의 2배입니다. 최근 여론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중간광고, 무작정 도입할 게 아니라 지상파 방송의 장기적인 비전이 함께 제시되어야 시청자들도 신뢰할 수 있지 않을까요?
 

[권하영 기자 블로그=잇(IT)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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