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수 파운드리’ TSMC와 차별점 부각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시장이 어느 때보다 뜨겁습니다. 수요공급 간 불균형으로 반도체 부족 사태가 심화했죠. 이러한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입니다.

파운드리 업계에서는 대만 TSMC가 독보적인 업체입니다. 이 회사는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모토를 내세워 시장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제조만 담당하는 순수 파운드리죠.

유일한 대항마 삼성전자는 좀 다릅니다. 반도체 설계와 생산을 동시에 하는 종합반도체기업(IDM)이죠. 스마트폰 노트북 등 완제품까지 만듭니다. 파운드리 사업부 고객인 애플 퀄컴 등의 경쟁사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죠. 이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태생적 한계로 꼽힙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시스템LSI 사업부에 속한 파운드리 팀을 독립부서로 분리했습니다. 고객사의 기술유출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는 의도입니다. 이후 극자외선(EUV) 공정 선제 도입 등을 통해 후발주자임에도 ‘확실한 2위’로 올라섭니다. 2019년에는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면서 1위 등극을 목표로 세웠습니다.

여전히 1위와 격차가 크지만 분위기는 나쁘지 않습니다. TSMC와 ▲7나노미터(nm) ▲ 5nm ▲3nm 등 첨단공정 경쟁에서 밀리지 않고 있습니다. 주요 공정인 아닌 8nm 및 4nm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빈틈 공략을 통해 엔비디아 퀄컴 등 최신 제품을 담당하는 성과도 냈습니다.

그동안 파운드리 사업의 발목을 잡은 IDM이라는 ‘단점’은 ‘장점’으로 바뀌는 추세입니다. 데이터센터 PC 자동차 등을 판매하는 업체들이 반도체를 자체 설계하기 시작한 덕분이죠. 이들은 설계 경험이 많지 않습니다. 관련 서비스까지 제공할 수 있는 삼성전자는 매력적인 협력사로 떠올랐습니다.

테슬라 완전자율주행(FSD) 칩과 구글 웨이모 자율주행 칩을 수주한 것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두 회사는 자체 운영체제(OS) 구축을 위해 전용 반도체를 원했습니다. 삼성전자는 개발단계부터 고객사와 협업할 수 있습니다. ‘엑시노스오토’를 만들어 본 경험도 있죠. 향후 삼성전자에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전망입니다.

대만에서는 2위 견제에 돌입했습니다. 현지 언론에서 삼성전자 수율 이슈를 거론하고 TSMC는 투자 규모를 계속 늘리고 있습니다. 그만큼 삼성전자가 신경 쓰인다는 의미죠. TSMC 독주가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모르나 삼성전자가 자신만의 강점을 앞세워 유의미한 결과를 내는 중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김도현 기자>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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