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가전은 가사노동을 줄여 삶의 질을 높여왔다. 1969년 금성사(현 LG전자)가 우리나라 첫 세탁기 ‘WP-181’ 등장 이후 빨래는 사람이 일부러 하지 않는 한 기계가 하는 일이 됐다. 세탁기와 냉장고는 없는 집을 찾기가 힘들다. 20세기 생활가전은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줬다면 21세기 생활가전은 나를 위한 시간을 찾을 수 있게 돕는다. ‘삼신(三神)가전’이라는 말도 그렇다. 삼신가전은 ▲건조기 ▲로봇청소기 ▲식기세척기 3종을 일컫는다. 없다고 못 살 정도는 아니지만 한 번 써보면 다시 찾게 되는 제품. 신이 내린 3개 가전이라는 애칭엔 삶이 녹아있다.

건조기가 그동안 없었던 것은 아니다. 드럼세탁기는 대부분 건조 기능을 내장했다. 건조기도 드럼세탁기 건조 기능도 급할 때 아니면 사용하지 않았다. 전기 사용량이 많고 옷감 손상 위험이 컸기 때문이다. 건조기 국내 보급이 활성화한 것은 2017년부터다. LG전자가 ‘히트펌프’식 제품을 내놔 불을 댕겼다. 시장조사기관 Gfk코리아에 따르면 오프라인 기준 작년 국내 건조기 판매량은 63만1000대다. 2015년 국내 출시 드럼세탁기 중 세탁과 건조 기능을 갖춘 제품이 71%였지만 2019년 세탁기 신제품 중 건조 기능이 들어간 것은 없다.

 

히트펌프 방식은 뜨거운 바람을 직접 쐬는 히터 방식에 비해 옷감 보호에 유리하다. 냉매를 순환시켜 세탁물을 건조한다. 히터와 제습기를 결합한 형태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건조 온도가 상승하면 옷감 수축률이 증가한다. 섭씨 60도와 섭씨 70도 수축률 차이는 2배 정도다. 물통에 물을 모아 배출하는 구조라 설치도 자유롭다. GfK 대형가전 담당 김동현 과장은 “히트펌프식 건조기의 경우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높으나 전력 소모와 옷감 손상이 적어 소비자의 만족감이 크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건조 초반 히터가 빠르게 적정온도로 데운 후 저온제습하는 ‘이중 섬세 건조’ 기술을 채용했다. 신제품은 건조통 뒷부분 전면에 360개 에어홀을 배치했다. 많은 양의 빨래를 고르게 말릴 수 있다. 전조통을 양방향으로 회전해 빨랫감이 꼬이지 않게 한다. 설치 환경에 따라 문을 여는 방향을 바꿀 수 있다. 먼지 채집력을 강화한 ‘올인원 필터’를 달았다. LG전자 제품은 4세대 듀얼 인버터 히트펌프를 적용했다. 냉매를 압축하는 실린더가 2개인 컴프레서를 탑재했다. 건조 성능과 에너지 효율을 높였다. 상황에 ㄸ다라 컴프레서 냉매압축 속도를 조절한다. 건조기 하단에 전자동세탁기 미니워시를 결합해 쓸 수 있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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