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MBC SBS 지상파 방송사 3사는 지난 3일 SK텔레콤과 모바일 콘텐츠 공동 사업을 위한 합작법인 설립을 결정했다. 양측 모바일 콘텐츠 서비스 ‘푹’과 ‘옥수수’를 합치기로 했다. 방송사는 콘텐츠를 만들고 SK텔레콤은 돈을 댄다.

지상파 방송사는 시청률 저하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푹 출범 후 다른 모바일 서비스에 실시간 채널을 제외하는 방법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려 했다. ‘지상파’ 프리미엄을 믿었다. 종합유선방송(MSO, 인터넷(IP)TV 등과 콘텐츠 협상에서 군림했던 것도 그 믿음이 바탕이다. 푹은 2012년 서비스를 본격화 했다. 작년 3분기까지 누적 가입자는 370만명이다. 실패다. 시청자는 TV로도 모바일로도 지상파를 실시간으로 보지 않는다.

SK텔레콤 박정호 대표는 지난 9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지상파 방송사 최고경영자(CEO) 3명이 일 때문에 한 자리에 모인 것이 처음이었다. 얼마나 위기를 느끼면 같이 앉았겠는가. 대부분 문제의식을 공유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지상파 방송사에 비해 통신사 상황이 좋을 뿐. 통신사가 생태계 주도자는 아니다. SK텔레콤만 해도 옥수수 가입자는 946만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SK텔레콤 스마트폰 이용자는 2393만명이다. SK텔레콤 스마트폰 이용자 10명 중 6명은 옥수수를 쓰지 않는다. SK텔레콤 가입자도 안 쓰는 서비스를 다른 이가 쓸 가능성은 낮다. 옥수수의 전신은 ‘호핀’이다. SK텔레콤은 2011년부터 N스크린 서비스에 관심을 쏟았다. 삼성전자와 전용 스마트폰도 만들었다. 잠금(lock-in, 락인)효과를 만드는데 성공하지 못했다. KT LG유플러스 마찬가지다.

국내 방송 플랫폼은 지상파, 위성, 인터넷, 케이블 4종이다. IPTV가 이용자가 가장 많다. 국내는 해외에 비해 지상파 직접 수신율이 낮다. 케이블은 인수합병(M&A) 대상이다. 업계가 생동감을 잃었다. 위성은 고객이 한정됐다. IPTV는 통신사가 제공한다. 통신사가 판을 짜려는 노력을 계속하는 이유다. IPTV를 통해야 콘텐츠를 배포할 수 있다. 지상파와 협력(SK텔레콤), 넷플릭스 제휴(LG유플러스) 등은 통로로 만족하지 않고 콘텐츠로 영역을 넓히고자 하는 시도다.

콘텐츠가 없는 방송사의 미래는 밝지 않다. 해외에서 먼저 신호가 오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올해를 기점으로 유료방송 이용자보다 유료방송을 차단하고 OTT(Over The Top)만 시청하는 사람이 많아진다. 시청자가 불특정 다수의 콘텐츠 속에서 선택을 하는 것보다 자신이 선호하는 콘텐츠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은 통로를 선호하게 됐다고 풀이할 수 있다. OTT는 방송채널사업자(PP) 또는 콘텐츠제공사업자(CP) 성격이다. 이들의 출발점이 지상파 또는 유료방송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은 점이 다르다. 또 자체 콘텐츠를 통해 이용자가 접근할 수 있는 독자 유통 플랫폼을 추진했다. 유튜브 넷플릭스 아마존프라임 등이 성공사례다. 다만 각각 서비스를 쓰려면 각각 가입하고 기기를 구매해야한다는 불편이 따른다.

콘텐츠를 즐기기 위한 TV 이용자의 선택지는 3개다. 유료방송 셋톱박스와 OTT기기, 그리고 스마트TV다. OTT기기와 스마트TV의 경쟁은 스마트TV가 앞서고 있다. 닐슨미디어리서치는 2018년 스마트TV 이용자가 OTT기기 사용자를 넘어섰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서비스마케팅 한상숙 상무는 “삼성전자 스마트TV는 매년 300만대 이상 팔린다. 스마트TV 중 인터넷에 연결된 TV 비중은 80%가 넘었다. 인터넷에 연결하면 콘텐츠 서비스 ‘TV플러스’를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TV 제조사도 콘텐츠 유통 플랫폼 중 하나로 자리를 잡았다. 제조사 입장에선 선택이 아닌 필수다. 스마트TV는 부가가가치다. 부가가치가 있어야 저가TV와 차별화 할 수 있다. 스마트TV는 기술보다 협상력이 경쟁력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누가 더 많이 확보하는지 싸움이다. ‘소비자가전전시회(CES)2019’에서 삼성전자 스마트TV에서 애플 ‘아이튠즈 무비&TV쇼’를 제공하기로 한 것이 화제가 된 이유다. 애플은 아이튠즈를 다른 회사 기기에서 처음 제공한다. 삼성전자는 TV 경쟁력 강화를 위해 모바일 경쟁력 약화 우려를 무릅썼다.

TV는 최근 수년간 연간 2억대에서 정체다. 4세대(5G) 이동통신이 PC를 손 안으로 가져왔다면 5세대(5G) 이동통신은 TV를 손 안으로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이 줄을 잇는다. TV제조사의 양극화가 불가피하다. TV의 유료방송화(스마트TV) 또는 TV의 모니터화(일반TV)는 TV 브랜드 가치와 수익성과 직결된다. 콘텐츠 수급 경쟁력과 박리다매 모두 규모의 경제를 뒷받침해야 한다.

집에서 안테나와 셋톱박스가 사라질 것인가. 통신사는 인터넷만 콘텐츠 플랫폼은 스마트TV로 정리될 것인가. 방송사 등은 모두 OTT형태로 전환할 것인가. 지금까지 진행 방향은 이런 관측에 힘을 싣는다. 지난 16일 국회에서 있었던 ‘방송법제 개편과 OTT 정책 방향 세미나’는 이런 관점에서 OTT 규제 모색 시도다. 김성수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이 법안은 OTT를 규제로 끌어들일 생각만 앞섰다는 평가다. 환경 변화를 반영치 못했다. 국내와 해외 업체 역차별에 대한 고민도 미진하다.

확실한 것은 OTT의 대두는 방송과 콘텐츠, 이를 소비하는 기기 제조사까지 구조조정을 수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지상파 방송사 입지 축소는 불가피하다. 유료방송사 인수합병(M&A)을 촉발한다. 유료방송과 스마트TV의 플랫폼 경쟁은 심화할 것이다. 콘텐츠 제작사 목소리는 커진다. 단지 이들이 넘은 재주로 번 돈을 가져가는 이도 이들일지는 미지수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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