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녹색소비자연대 전국협의회 정보통신기술(ICT)소비자정책연구원은 ‘삼성공식홈페이 판매 ’갤럭시S8(64GB)‘ 언락폰 한국 2배 비싸’라는 자료를 냈다. 해외와 가격차별 등 제조사와 통신사가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하고 있으니 단말기 완전 자급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단말기 완전 자급제는 통신과 기기 판매를 분리하는 제도다. 통신사는 통신상품만 팔고 휴대폰 유통은 제조사가 담당하게 하는 것이 골자다. 현재 단말기 완전 자급제 도입을 원하는 쪽은 통신과 기기 판매를 따로 하면 각각 경쟁이 불가피해 요금도 단말기 가격도 내려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이편에 서 있다.

이들의 주장은 타당한가. 삼성전자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 갤럭시S8(64GB) 판매가는 각각 102만8000원과 724.99달러다. 환율을 감안하면 미국 판가는 약 81만9700원이다. 녹색소비자연대는 미국은 중고폰 보상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점을 추가 한국과 미국 소비자의 갤럭시S8 구매가 차이가 약 2배라고 발표했다.

기업은 국가별 시장 상황에 맞춰 가격과 정책을 운영한다. 전 세계 동일 가격 같은 정책을 취하는 기업은 없다. 국가별 세금정책도 다르다. 삼성전자 영국 공식 홈페이지의 갤럭시S8 가격은 689파운드다. 약 105만2700원이다. 독일 공식 홈페이지 가격은 699유로 약 94만5500원이다. 당초 799유로 약 108만700원였지만 출고가를 인하했다.

한국과 미국 소비자 가격이 2배이니 완전 자급제를 도입해야한다는 논리는 성립치 않는다. 유리한 근거만 취사선택했다. 삼성전자에 대한 반감을 활용하는 방식도 적절치 않다. 왜곡된 정보로 소비자와 기업을 대립 관계로 만드는 것은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애플은 어떨까. ‘아이폰7(32GB)’ 미국 판매가는 549달러 약 62만800원이다. 같은 기종 한국 판매가는 78만원이다. 2년 사후서비스(AS)를 받으려면 9만5000원을 추가해야한다. 갤럭시S8 가격차와 비슷한 수준이다. 영국 판가는 549파운드다. 83만9000원으로 뛰어오른다. 독일은 629유로다. 약 85만1200원이다. 같은 논리면 독일과 영국 소비자는 애플 불매운동이라도 벌여야할 판이다.

유통 구조 변혁은 그동안의 질서를 깨고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 기득권을 잃는 쪽과 기득권을 얻는 쪽이 생긴다. 무엇이 적절한지 따져보는 자리가 있어야한다. 단지 가계 통신비 절감 측면의 문제가 아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12일 ‘갤럭시노트8 한국 미디어데이’에서 완전 자급제에 대한 우려의 뜻을 내비췄다. 삼성전자 한국총괄 김진해 전무는 “단말기 완전 자급제는 전체 유통구조를 바꾸는 것이라 충분한 공론화로 결론을 내야한다”며 “삼성전자 입장은 우려가 되는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단말기 완전 자급제를 하면 가격이 많이 떨어질 것이라 기대를 하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유통 붕괴에 따른 고용 등 생태계 파괴도 걱정된다”고 설명했다. 단말기 완전 자급제 도입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는 곳은 삼성전자뿐이 아니다. 정부와 제조사, 유통업계는 대부분 반대다.

앞서 언급한 국가별 상황은 반대편의 걱정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미국은 한국처럼 통신사 주도 유통구조가 강세다. 유럽은 자급제 비중이 절반을 상회한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가격을 보면 완전 자급제가 단말기 가격을 떨어뜨린다는 전제는 틀렸다. 영국과 독일 가격이 미국보다 비싸다. 우리의 경우 시장 재편에 따른 기존 소규모 유통점 붕괴 등 사회적 비용에 대한 검토도 있어야한다.

기대는 기대일 뿐이다.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 시장은 기대대로 움직이지 않을 때가 더 많다. 기대대로 흐르지 않는다고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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