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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시리우스·이자르·베가…26년 만에 멈춘 팬택, 누구의 책임인가

통신방송 17.07.31 16:07
1991년 설립. 2001년 현대큐리텔 인수 팬택앤큐리텔로 사명 변경. 2005년 SK텔레텍 인수합병. 2007년 1차 기업구조개선작업(법정관리). 2009년 팬택앤큐리텔 합병. 2011년 1차 법정관리 종료. 2014년 2차 법정관리. 2015년 팬택 및 팬택자산관리 분할 매각 및 청산. 2017년 스마트폰 사업 중단.

지난 26년 동안 팬택이 걸어온 길이다. 팬택이 마지막으로 내놓은 스마트폰은 ‘IM-100'. 2016년 여름 출시했다. 30만대를 목표로 했다. 삼성전자가 최근 한정판으로 선보인 ’갤럭시노트FE‘가 국내 40만대를 공급하는 것을 감안하면 참 소박했던 숫자다. 하지만 이도 다 채우지 못해 결국 사업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팬택을 지배하고 있는 쏠리드는 팬택의 사물인터넷(IoT) 사업도 매각을 추진 중이다. 사실상 팬택은 끝났다.

쏠리드의 팬택 스마트폰 사업 중단 및 IoT 매각, 특허 수익화를 두고 설왕설래다. 당초 2015년 팬택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쏠리드가 등장했을 때부터 우려가 컸다. 쏠리드는 지난 1998년 설립한 회사. 이동통신중계기가 주력 사업이다. 2014년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0IFRS) 연결기준 쏠리드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006억원과 167억원이다. 회사 규모가 휴대폰 사업을 하기에 충분치 않다는 걱정이 많았다. 인도네시아 진출을 내걸었지만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 벤처기업협회 회장이었던 쏠리드 최대주주 정준 대표를 믿고 맡겨보다는 의견도 있었다. 또 2회의 공개매각과 1회 수의매각이 무산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쏠리드는 자회사 SMA솔루션홀딩스를 통해 496억원에 팬택을 인수했다. 인도네시아는 말로 끝났다. 쏠리드는 K-IFRS 연결기준 2015년 매출액 1900억원 영업이익 53억원을 올렸다. 2016년엔 매출액 2915억원 영업손실 51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1분기 매출액은 442억원 영업손실은 166억원이다. 팬택에 닥친 불행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팬택의 오늘은 휴대폰 사업의 오늘과 연관이 깊다. 2009년 스마트폰 시대가 본격화되며 기존 휴대폰 업체는 삼성전자를 제외하곤 모두 몰락했다. 매출은 어느 정도 나와도 수익은 애플과 삼성전자가 대부분을 가져갔다. 물건을 팔아도 돈을 벌지 못하니 버틸 재간이 없다.

2008년 당시 세계 휴대폰 5위권을 형성하던 기업 중 스마트폰 시대 들어 주인이 바뀌지 않은 곳은 삼성전자와 LG전자뿐이다. 노키아는 마이크로소프트(MS)를 거쳐 폭스콘이 가져갔다. 모토로라는 구글에서 레노버의 손에 들어갔다. 소니는 합작사가 발을 빼 홀로서기 중이다. LG전자도 잊을만하면 매각설이 나온다. 폭스콘 레노버 소니 LG전자 모두 휴대폰은 다른 사업의 힘으로 버티고 있다.

팬택이 LG전자의 실기를 틈타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 2위로 올라섰던 때도 있다. 이 기세를 몰아갔다면 달라졌을까. 그래도 쉽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애플과 함께 스마트폰 시대를 연 블랙베리와 HTC도 지금 존재감이 없다.

경영진의 모럴헤저드와 오판도 겹쳤다. 2011년 1차 법정관리를 벗어나자마자 팬택에 부품을 공급하고 유통을 담당했던 관계사 팬택씨앤아이는 배당을 시작했다. 2014년 2차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전까지 배당금 총액은 83억원. 이 기간 팬택은 다시 적자 행진이었다. 팬택씨앤아이 대표는 박병엽 팬택 창업주다. 팬택씨앤아이 지분 100%를 박 대표가 갖고 있다. 박 대표는 팬택 2차 법정관리 직전 팬택 대표를 사임했다. 박 대표가 법적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물러났다는 의혹가지 나왔다. 여기에 2012년부터 2014년까지 팬택은 기술에 집중했다. 기술이 좋은 제품을 소비자가 선호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음새 없이 금속 테두리를 깎아 만든 ‘베가아이언’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소비자는 이음새가 있고 없고를 신경 쓰지 않았다. 브랜드, 사용자환경(UI), 사후(AS)서비스 등이 부각됐지만 여력이 없었다.

팬택의 몰락의 피해자는 직원과 소비자다. 쏠리드 인수 때 법원은 고용승계를 전제로 인수가를 낮춰줬다. 쏠리드는 법원이 정한 시한이 끝날 때마다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전성기 2000여명의 직원은 쏠리드로 넘어가며 500여명으로 지금은 50여명으로 줄어든 상태다. 지금이라도 이들의 고용보장 또는 재취업 기회를 쏠리드가 주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스마트폰 철수 전 출고한 IM-100은 13만2000여대. 이제 출시 1년이 갓 넘은 제품이다. AS에 대한 지속적 보장이 필요하다. LG전자 매각설, IoT 사업 유지 등을 재료로 비정상적 주가의 움직임이 있었던 점에 대한 검증도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