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여년 동안 극장을 찾은 관객의 모습은 같다. 어두운 극장에서 영사기(프로젝터)로 스크린에 비춘 콘텐츠를 시청한다. 극장이 컴컴한 것은 연인의 밀회 또는 내용에 집중하도록 돕기 위해서가 아니다. 간접 광원 방식은 주변이 환하면 명암비 등이 떨어져 콘텐츠를 제대로 감상할 수 없어서다. 

1895년 영화가 등장한 이래 영화를 상영하기 위한 큰 틀은 제자리걸음이다. 흑백이 컬러로 무성이 유성으로 영사기가 프로젝터로 필름이 디지털 파일로 전환했을 뿐이다. 3차원(3D) 영화나 아이맥스도 상영방식은 일반과 같다. OTT(Over The Top) 업체 넷플릭스가 제작한 봉준호 감독의 ‘옥자’도 극장에선 다른 영화와 같은 방식으로 상영한다. 극장의 규모는 커졌지만 똑같은 극장이 많아졌을 뿐이다.

삼성전자와 롯데시네마가 이런 극장의 역사를 다시 썼다. 지난 13일 양사는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에서 세계 최초 영사기 없는 극장 ‘슈퍼S’관을 공개했다.

영화 ‘변호인’의 양우석 감독은 “2017년 7월13일은 영화 역사에 분명히 기록될 것”이라며 “12여년 영화 역사에서 직접 광원을 적용한 시네마 스크린을 통해 영상을 보는 것은 혁신적 변화”라고 말했다. 또 “20여년 전부터 TV는 혁명적 기술을 도입했지만 극장은 진화 속도가 느린 것이 사실”이라며 “시간의 문제지 앞으로 극장은 다 이렇게 변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영화인이 극찬한 영사기 없는 상영관의 원리는 무엇일까. 슈퍼S관은 삼성전자의 ‘시네마 발광다이오드(LED)’를 설치했다. LED 캐비닛 96개를 활용 가로 10.3미터 크기 스크린이다. 해상도는 초고화질(UHD, 4K)다. 디지털 시네마 표준 규격(DCI) 인증을 획득했다.

프로젝션TV가 UHD TV로 변했다고 연상하면 이해하기 쉽다. 프로젝션TV는 TV의 화질이 일반(SD)에서 고화질(HD)로 진화하며 급속히 퇴조했다. 선명한 화질을 즐기기엔 간접 광원보다 직접 광원이 유리하다. HD는 풀HD를 거쳐 UHD로 발전했다.

롯데시네마는 다양한 스페셜관을 운영한다. 이 중 화면과 음향에 특화한 것이 ‘슈퍼플렉스G’관이다. 국내 최초 듀얼 6P 레이저 영사기로 영화를 상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기존 영사기의 160% 이상 밝기를 갖췄다. 명암비는 2800대 1이다.

하지만 시네마 LED와 비교하면 조족지혈(鳥足之血)이다. 시네마 LED는 광원이 직접 빛을 내기 때문에 명암비는 무한대다. 밝고 어두움을 세밀하게 표현하는 HDR(High Dynamic Range)을 지원한다. 밝기는 최대 146풋램버트(fL). 기존 프로젝터 램프 대비 10배 이상 높다. 밝은 환경에서도 시청에 방해가 없다. 스크린 어느 부분에서도 균일한 밝기를 유지하고 숨겨진 디테일을 찾아준다. 색상은 정확하고 풍부해졌다. 요금 프리미엄TV의 장점이 그대로 녹아들었다. 음향은 하만과 협업을 통해 JBL스피커를 설치하고 튜닝은 하만에게 맡겼다.

이날 양사는 트랜스포머 예고편을 비롯 액션, 드라마, 애니메이션 장르 영화 일부를 비교 상영했다. 소위 영상의 짱짱함이 눈에 띄게 다르다.

삼성전자는 2020년까지 전 세계 10%의 극장이 시네마 LED로 바뀔 것으로 예측했다. 3년 뒤다. 관객에게 주는 경험만 놓고 보면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라고 보인다. 일단 롯데시네마가 전국 거점 극장에 슈퍼S관을 설치할 예정이다.

다만 도입 비용과 이에 따른 관람료 인상이 관건이다. 삼성전자는 5년 기준 레이저 프로젝터보다 낮은 도입비와 운영비를 책정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관람료 인상을 전제로 말이다. 롯데시네마는 슈퍼S관 관람료를 일반 대비 2000원 높게 잡았다. 극장업계는 3D나 아이맥스 등 특별관 관람료는 더 받고 있다. 그러나 콘텐츠 질(質)의 혁신이 3D나 아이맥스처럼 충분한 지불가치로 인정을 받을지가 미지수다. 우리의 눈이 고화질에 익숙해져 일반화질 콘텐츠를 참지 못하게 됐던 것 같은 시간이 필요하다.

롯데시네마 슈퍼S관은 지난 14일부터 영화 상영을 시작했다. ‘스파이더맨: 홈커밍’과 ‘카3’를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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