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수많은 휴대폰이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렸다. 제품을 만든 제조사는 하나같이 ‘최고’와 ‘대박’을 꿈꿨다. 시장은 정해져 있고 흥행작이 있으면 망작도 있다. 기대가 현실로 모두 바뀌는 세상은 없다. 올 해 나온 제품 중 최고의 휴대폰과 최악의 휴대폰은 무엇일까.

내 멋대로 최고 최악 각각 3종의 휴대폰을 꼽았다. 판단의 기준은 ‘기대’다. 판매량은 적었지만 기대에 비해 주목을 받았다면 최고의 제품이, 판매량이 많았어도 소비자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면 최악의 제품이다. 제조사의 명운을 좌우하거나 시장에 한 획을 그은 제품 역시 최고 또는 최악의 제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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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최고의 휴대폰은 LG전자 ‘G3’다. 소비자에게 잊혀졌던 LG전자를 되살린 일등공신이다.

LG전자 최다인 전 세계 170여개 통신사에 제품을 공급했다. 지금까지 누적 판매량은 600만여대. G3의 성공에 힘입어 LG전자는 지난 2분기 1년 만에 휴대폰 사업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3분기는 5년 만에 휴대폰 매출 4조원 3년 만에 분기 휴대폰 판매량 2000만대를 돌파했다.

초고화질(QHD) 화면과 버튼 없는 전면 디자인 등 LG전자가 꾸준히 밀어 온 경쟁 포인트가 인정을 받았다. 삼성전자보다 먼저 ‘화질’에서 앞서가며 소비자의 눈길을 끄는데 성공했다. LG전자 스마트폰도 쓸 만하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일시적이긴 했지만 하루 개통량에서 삼성전자 ‘갤럭시S5’를 제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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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아이폰6’도 빠질 수 없다. 경쟁사는 ‘화면만 커진 아이폰’이라 평가절하 했지만 ‘화면도 커진 아이폰’의 파괴력은 만만치 않았다. 애플의 스마트폰 생태계는 역시 굳건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화면도 커진 아이폰은 전 세계적 애플 열풍을 되살렸다.

그동안 애플은 하드웨어적으로 먼저 무엇인가를 한 적이 별로 없다. 하지만 애플이 시도하면 대중화가 됐다. ▲고성능 카메라 ▲고화질 디스플레이 ▲지문인식 ▲전자지갑 등이 그렇다. 대화면은 조금 늦었지만 그래도 대화면의 새로운 사용 행태를 애플이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방수방진 ▲심박센서 ▲곡면 화면 등 기능이 많고 색다르다고 소비자가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이를 통해 어떤 가치를 얻을 수 있는지가 소비자의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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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택의 ‘베가팝업노트’는 아쉽다. 지난 11월21일 나온 이 제품은 사전주문으로만 3만대를 완판했다. 이 제품은 갤럭시노트급 성능에 갤럭시그랜드급 가격으로 주목을 받았다. 당초 6월 출시 예정이었지만 팬택의 경영난으로 출시가 미뤄졌다. 베가팝업노트가 계획대로 6월에 나왔고 그 때 이런 흥행성적을 냈다면 팬택은 어떻게 됐을까.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과 베가팝업노트 흥행 이후 팬택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출고가 인하도 뒤따랐다. ‘베가아이언2’ 등 팬택 주력제품은 대부분 출고가 30만원대에 만날 수 있다. 보다 빨리 출고가 인하라는 승부수를 던지지 못했던 것이 안타깝다. 결과론적 판단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밖에도 삼성전자의 자존심을 지킨 ‘갤럭시노트4’ 아이폰6 못지않게 인기를 끈 애플 ‘아이폰6플러스’ 등이 최고의 제품 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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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최악의 휴대폰은 삼성전자 ‘갤럭시알파’다. 겉모습은 멀끔하지만 소비자에게도 회사에게도 불만족스러운 제품이다. 태생적 한계를 가진 제품이 태생적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 생기는 부작용을 그대로 보여줬다.

이 제품은 당초 아이폰6의 저격수로 기획됐다. 아이폰과 흡사한 금속소재와 디자인을 채용하고 아이폰보다 싼 값에 빨리 시장에 선보여 대기수요를 흡수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러나 상황은 삼성전자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출시는 지연됐다. 금속테두리 탓에 수신율 저하와 배터리 소모량 증가 문제가 발생했다. 수율과 자존심 탓에 가격을 내리기도 쉽지 않았다. 소비자에겐 시판 시점도 가격도 아이폰에 비해 만족스럽지 않았다. 삼성전자의 전 세계적 재고 문제에 하나 더 문제를 얹은 제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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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삼성전자 ‘갤럭시S5’다. 사실 갤럭시S5는 망작은 아니다. 성능도 판매량도 괜찮다. 갤럭시S5를 최악의 휴대폰 중 하나로 선정한 것은 현재 삼성전자의 위기를 대표적으로 보여준 제품이기 때문이다.

갤럭시S5로 인해 삼성전자가 더 이상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활용하는 제조사 중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점이 시장에 퍼졌다. ‘갤럭시S4’로 한 번 주춤했지만 갤럭시S5는 뭔가 다를 줄 알았다. 두 번 연속 범작의 등장은 경쟁사에겐 ‘해볼 만하다’는 인식을 소비자에겐 ‘갤럭시도 별 것 없다’는 인식을 줬다.

갤럭시S5에 들어간 방수방진은 삼성전자는 처음이지만 소니가 주력으로 밀던 기능이다. 지문인식은 팬택이 이미 보여줬다. 플라스틱 재질에 이런저런 변형을 줘 손에 잡는 느낌을 개선한 점은 신선할 것이 없다. 화질은 G3에 미치지 못했고 나머지 하드웨어는 다른 제품과 거기서 거기였다. 심박센서를 세계 최초로 넣었지만 이를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소비자에게 전달하지 못했다. 세계 1위다운 놀라움을 주지 못한 점이 뼈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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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은 ‘베가아이언2’다. 팬택의 구세주가 됐어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금속 테두리를 국내 제조사 중 처음 쓴 ‘베가아이언’을 계승했지만 비운까지 계승한 것이 문제다. 통신사 사업정지와 물리며 별다른 힘을 쓰지 못 했다. 더구나 홈버튼을 되 살리며 미니멀리즘 디자인은 계승하지 못했다. 삼성전자 '갤럭시S2'와 비슷해졌다.

한편 LG전자가 자체 개발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장착한 ‘G3스크린’, 보급형인데 보급형이 아닌 가격에 시장에 나온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와 LG전자 ‘아카’ 역시 실망스럽기는 매한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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