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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시행 한 달 만에 중대 고비를 맞았다. 불법 지원금 문제가 발생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가 점진적 효과가 나오고 있다고 밝힌 직후다. 이번 일은 통신사가 방조했고 유통점이 실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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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통신사가 가입자를 모을 때 주로 쓴 방법은 지원금을 통해 스마트폰 가격을 내려 고가폰을 싸게 사고자 하는 이를 유혹하는 것이다. 고가폰을 싸게 준다는데 싫어할 사람은 없다. 대신 통신사는 높은 요금제를 가입시킨다. 처음에 줬던 지원금 회수를 앞당기고 더 많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다. 조삼모사(朝三暮四)다. 소비자는 모르기도 알아도 폰을 우선시해 넘어간다.

예를 들어 2년 약정에 70만원 지원금을 지급했다고 치자. 가입자가 월 5만원 요금제를 이용하면 15개월째부터 통신사에게 돈이 된다. 월 9만원 요금제를 사용하면 8개월째부터 돈이다. 전자는 총 70만원 후자는 총 146만원을 번다.

그렇다면 통신사는 가격을 내리면 될 것을 왜 처벌 위험을 감수하고 불법 지원금을 살포하는 것일까. 출고가 인하와 지원금 인상 얼핏 보면 같은 것 같지만 어떤 것을 선택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출고가가 높아서 이익을 보는 쪽은 어디일까. 지원금이 높아서 이익을 보는 쪽은 어디일까. 답은 나와 있다. 어느 분야나 최종 가격 결정권은 유통에 있다. 유통이 거부하면 소비자를 만날 수 없다. 유통이 갑이다. 다만 공급자가 유통과 거의 대등한 관계를 유지하는가 하지 못하는가에 따라 신세가 조금 달라지는 것뿐이다. 가격 결정구조의 갑은 통신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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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는 언제나 ‘출고가 인하 요구에 제조사가 따르지 않는다’는 설명을 한다. 사실일 때도 거짓일 때도 있다. 제조사가 출고가를 낮추지 않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통상 통신사는 출고가를 내리면 먼저 공급한 제품도 그에 상응한 보상을 하라고 한다. 다른 하나는 출고가를 내렸다고 제조사가 부담해야 할 지원금을 깎아주지 않는다. 졸지에 일시적 비용이 커지고 이후 부담해야 할 비용도 커진다. 매출 발생에 따라 잡아놓은 사업계획이 모두 흐트러진다.

제조사가 출고가 인하 대신 지원금 상향을 선호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첫 번째 발생하는 일시적 비용이라도 덜기 위해서다. 내막을 털어놓고 통신사를 압박할 수는 없을까. 없다. 유통의 눈 밖에 나서 좋을 것은 없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팬택을 보면 잘 알 수 있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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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사는 출고가 높다고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다. 출고가 인하 지원금 상향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통신사가 선택할 것은 지원금 상향이다. 제조사는 어느 쪽이든 비용 부담 완화다.

즉 이 핑계 저 핑계 대고 있지만 출고가를 높여둔 것은 통신사다. 통신사가 출고가 인하보다 지원금 상향을 원하는 것은 가입자를 묶어두는데 출고가 인하보다 지원금 상향이 유리해서다. 물론 둘 다 소비자 혜택이라고 포장한다. 실구매가는 같다는 점을 중점적으로 홍보한다. 하지만 실구매가가 같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위약금 탓이다.

지원금에 대한 위약금을 산출하는 공식은 다음과 같다. ‘지원금 위약금=지원금*(남은일수/365일*2)’이다. 실구매가는 30만원인 스마트폰이 있다. 조건은 두 가지다. 출고가 60만원에 지원금 30만원인 제품과 출고가 40만원에 지원금 10만원인 제품 둘이다. 둘 다 1년만 쓰고 해지했다. 전자는 15만원의 위약금이 후자는 5만원의 위약금이 발생한다.

소비자에겐 같은 값이 아니다. 출고가가 낮으면 위약금이 낮고 지원금이 높으면 위약금은 높다. 떠난다는 소비자에게 겁을 주기 딱 좋은 아이템이다. 제조사는 업체별로 상황이 다르다.

한편 최근 불거진 지원금 상한제 조기 폐지론이 위험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지원금 상향을 제조사가 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통신사가 더 원한다. 출고가를 내리지 않고 지원금을 높이면 소비자 부담은 증가한다. 절대 소비자 혜택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 신경을 써야 할 것은 제조사가 출고가를 낮출 수 있도록 잘못된 통신사와 계약 관행에 손을 대야 한다. 관행은 놔두고 제조사에 출고가 인하를 압박하는 것은 주소를 잘못 찾은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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