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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애플의 성적이 공개됐다. 스마트폰 신제품 효과에 힘입어 예상치를 뛰어넘는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스마트폰 양대 산맥 삼성전자의 고전과 비교하면 더욱 놀라운 실적이다. ‘군계일학(群鷄一鶴)’이다. 양사의 희비는 어디서 갈린 것일까.

삼성전자가 제조사고 애플은 소프트웨어 회사라는 이유는 아니다. 이미 애플 역시 아이폰 판매 매출이 최사 전체 매출의 절반을 넘은지 오래다. 삼성전자 정보기술 및 모바일커뮤니케이션(IM)부문 신종균 대표는 엔지니어 출신이고 애플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공급망관리(SCM) 전문가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차이점에서 공장 유무는 근본적인 것은 아니다. 공장이 있든 없든 구조는 양사가 같다. 통신사는 주문을 하고 양사는 주문량에 맞춰 공급을 한다. 주문량과 공급량이 맞으면 상관이 없지만 맞지 않을 때 문제가 생긴다.

현재까지 애플은 모자라서 삼성전자는 남아서 문제가 된 경우가 많다. 모자라면 매출은 줄지만 이익은 계획대로다. 남으면 매출은 늘지만 이익은 떨어진다. 1개 제품에 국한하면 큰 차이가 없지만 계속 신제품을 팔아야 하는 시장은 다르다. 모자란 상황은 다음 제품에 청신호 남은 상황은 다음 제품에 적신호다. 공장이 있는 업체는 재고를 공장이 없는 업체는 수요를 예측하는 힘이 경쟁의 중요한 척도다.

삼성전자는 공장을 유지하고 운영하는 비용이 필수다. 애플은 공장이 없다. 실적이 좋다고 나쁘다고 공장을 증설하거나 처분하는 일은 쉽지 않다. 한 번 증설하면 ▲인력 ▲생산 등을 줄이기 어렵다. 호황일 때 장점은 불황일 때 단점이다. 애플은 이 고민이 없다. 이 고민은 생산을 담당한 폭스콘의 몫이다. 공장은 유연한 사고를 방해하는 요인 중 하나다.

삼성전자의 좋은 시절은 갔지만 애플의 좋은 시절이 다시 돌아온 것은 경제학적으로 시장의 성숙도에 따라 삼성전자와 애플의 관계가 대체재 보완재 독립재로 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013년까지 삼성전자는 애플의 유일한 대체재였다. 대체재는 서로 다른 재화에서 같은 호용을 얻을 수 있는 재화를 일컫는다. 쌀과 빵처럼 말이다. 소비자뿐 아니라 유통을 담당하는 통신사도 그렇게 여겼다. ‘갤럭시S3’의 성공은 애플을 위협했다. 애플이 삼성전자 발목을 잡기 위해 제기한 특허소송은 ‘애플의 대체재=삼성전자’라는 등식에 힘을 보탰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과 휴대폰 판매량 1위에 오르면 애플의 대체재가 아닌 독립재임을 강조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여기서부터 삼성전자의 추락이 시작됐다. 삼성전자의 성공에 힘입어 세계를 재패한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의 품질 향상과 스마트폰 부품 혁신 한계 봉착이 원인이다. 누가 만들어도 삼성전자만큼 만들 수 있게 됐다. 안드로이드 세상에서 삼성전자 대체재를 키웠다. LG전자 소니 등 고난의 시절을 버틴 업체와 화웨이 ZTE 등 광대한 내수 시장을 등에 업은 중국 업체 제품이 그것이다. 프리미엄에선 전자의 중저가에선 후자의 도전이 본격화 됐다.

애플은 애플의 사업구조가 가진 보완재 성격이 빛을 발했다. 애플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유기적으로 연계된다. 자동차와 휘발유처럼 한 쪽을 소비하면 다른 쪽도 소비하는 관계다. 스마트폰 전체로 보면 안드로이드는 80%든 90%든 점유율을 서로 나눠 먹어야 하지만 애플은 20%든 10%든 혼자 독식이다. 전체 시장 성장을 지속하는 한 점유율이 떨어져도 걱정이 없다. 하드웨어가 힘들면 소프트웨어로 소프트웨어가 힘들면 하드웨어의 변화를 꾀하면 된다.

결과론적으로 삼성전자와 애플 즉 안드로이드와 애플의 경쟁은 대체재 관계가 아니었다. 서로는 독립재였다. 삼성전자의 실수는 애플보다 앞서 언급한 업체의 이익으로 돌아갈 확률이 높다. 애플의 실수는 애플 세계의 발전 속도를 늦출뿐 다른 이의 이익으로 넘어갈 확률이 낮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보완재 성격으로 개발한 소프트웨어는 안드로이드에 흡수되거나 사라졌다.

물론 삼성전자가 이대로 무너질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2013년 같은 삼성전자 스마트폰 호황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은 거의 확실하다. 안드로이드 진영은 이미 2012년부터 마이크로소프트(MS)와 PC 제조사 관계로 전이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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