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전문 미디어블로그=딜라이트닷넷] 흔히 록 음악계에서 밴드에 인기를 가져다준 첫 느낌이나 음악적 정체성은 몇십 년이 지난 후에도 그대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중간에 뮤지션이 음악적 변신을 시도하기도 하지만, 이내 팬들의 거센 저항에 부딪히는 일도 부지기수다. 

실제로 트래쉬(Trash) 메탈의 황제 메탈리카(Metallica)는 1990년대 얼터너티브 열풍이 불 당시 비교적 소프트한 음악을 선보였다가 기존 팬들의 거센 저항에 직면해야 했다. 귀를 찢는 굉음 리프와 가공할만한 화려한 기타 솔로를 선보였던 메탈리카가 정체성을 버리고 시대에 부합한다는 것을 기존 팬들은 두고 볼 수 없었다. 결국 메탈리카는 다시 기존 음악 색깔로 회귀해야 했다. 메탈리카는 메탈리카다울 때 가장 환영받았던 셈이다. 

현재 디스플레이 업계에선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각자 장점인 중소형 OLED와 대형 OLED을 벗어나 서로의 영역에 진입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 시장을, LG디스플레이는 중소형 OLED 시장을 노리고 있다. 

그런데 일각에선 각자 강점인 영역에 특화된 상태여서 다른 영역에 진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한 시장조사업체 대표는 최근 OLED 행사에서 “모바일용 시장에선 삼성디스플레이와 타 업체 간 실력 차가 너무 크지만, 대형 OLED 분야에선 반대로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 간 실력 차가 너무 크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국 그는 디스플레이 시장이 기존 ‘삼성D-중소형 OLED’, ‘LGD-대형 OLED’ 구도로 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삼성의 QD(퀀텀닷)-OLED가 LG디스플레이의 WOLED(화이트OLED)와 같은 수율을 가져가려면 5년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도 덧붙였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대형 OLED 시장에서 LG디스플레이를 따라잡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반대로 LG디스플레이의 POLED(플라스틱OLED)도 아직 삼성디스플레이에 멀었다고 전망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각자 잘하는 영역에 집중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주장이다. 트래쉬 메탈의 황제 메탈리카가 얼터너티브한 음악을 했을 때 받았던 수많은 비판이 떠오르는 지점이다. 

하지만 삼성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 시장 진입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2021년부터 LG디스플레이와 대형 OLED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격돌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LG디스플레이도 애플 공급을 시작하는 등 중소형 OLED 시장 진입을 본격화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메탈리카가 비판을 샀던 ‘Load’, ‘Reload’ 앨범도 발매 당시 평단과 기존 팬들로부턴 혹평을 샀지만, 대중적으로는 오히려 성공했다. ‘기존 강점을 이어가야 한다’라는 주문이 현실적 성공과는 괴리가 있을 가능성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각자 잘하는 영역을 벗어나 새롭게 투자에 나선 것이 과연 효율을 헤친 낭비에 불과할까.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외도’가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생각해보면 메탈리카가 ‘Load’, ‘Reload’로 음악적 지평을 넓히게 됐다는 평가도 없지 않다.

<신현석 기자>shs1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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