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IT전문 블로그 미디어 = 딜라이트닷넷] 콘텐츠 산업에 블록체인 기술 도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최근 가장 가시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는 분야는 음원이다.

 

지난해 미국 최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스포티파이는 블록체인 스타트업 ‘미디어체인 랩’을 인수했다. 미디어체인랩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콘텐츠 제작자 및 저작권자에게 보상이 이뤄지도록 돕는 기술을 개발하는 업체다.

 

국내에서도 블록체인 음원 플랫폼 도입 소식이 이어진다. SK텔레콤은 올해 초 음원 시장 재진출을 발표하며 오는 6월 블록체인 기반 음원 서비스의 프로토 타입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게임업체 와이디온라인 역시 올해 4분기 블록체인 기술과 인공지능(AI)가 결합된 음원 플랫폼을 내놓는다고 지난 20일 발표했다. 블록체인 전문업체 글로스퍼도 재미컴퍼니와 손잡고 올해 중순 출시를 목표로 블록체인 기반 저작권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

 

창작자들은 이런 변화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전통적인 음원 산업은 유통사와 제작사가 대부분 수익을 가져갔기 때문이다. 음원 소비가 2010년대부터 ‘소유’보다 ‘접근’하는 스트리밍 방식으로 변화하면서 비대칭은 더 심화됐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지난해 세계 디지털 음원 시장에서 스트리밍 서비스 비중을 73%로 추정했다. 국내 역시 스트리밍 이용자 비중은 80~90%로 추산된다.

 

스트리밍 비중이 높아질수록 창작자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더 적어진다. 미국 가수 제임스 블런트는 이런 문제에 대해 불만을 제기한 바 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나는 스포티파이에서 음원 1회 재생 시 약 0.00045 파운드를 얻는다”고 밝혔다. 음원이 100만회 재생된다고 해도 수익은 450파운드(약 67만원) 수준이다. 많은 경우 이보다 배분 수익 비중이 더 적다.

 

국내 역시 사정 역시 다르지 않다. 통상 스트리밍 정액 요금제 기준 1회당 7원의 매출이 발생하면 작사, 작곡, 편곡자들은 0.7원(10%), 가수와 연주자들은 0.42원(6%)을 받는다. 제작사와 플랫폼이 나머지 대부분 수익을 가져간다. 할인 요금제 등이 적용되면 창작자 몫은 더 적어진다.

 

싸이의 인기곡 ‘강남스타일’ 스트리밍 수익이 3600만원에 불과했다던 사례도 있다. 지드래곤 역시 지난해 음원을 내지 않고 USB로 제작된 음반을 발매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톱스타도 음원을 통해 수익을 얻기 어렵다는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블록체인 음원 플랫폼은 대안 음악시장으로 평가받는다. 블록체인은 음원사이트 중개 없이 창작자와 이용자 간 직거래가 가능하다. 보안성, 투명성, 탈중개성 등의 특징 때문이다. 직거래로 줄어든 유통비용이 창작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다.

 

뮤지코인(Musicoin)의 ‘샤리즘 모델’이 대표적이다. 이 플랫폼은 이용자가 음악을 듣게 되면 디지털 코인이 실시간으로 수혜자에게 직접 전송되는 구조(Pay-per-play)로 돼 있다. 거래비용이 적고 누가 음원을 이용했는지 매출 내역도 투명하게 알 수 있다. 정산 문제, 지급 지연 등의 문제에서도 자유롭다. 작곡가, 가수 등 이해관계자의 수익 분배 비율도 창작자가 관리한다.

 

뮤지코인 백서에 따르면 중개 수수료와 음악 재생비는 없다. 사실상 매출 100%를 창작자가 가져갈 수 있는 셈이다. 기획사나 에이전시를 거치지 않고도 직접 판매가 가능한 만큼 플랫폼 진입장벽도 낮다. 아마추어 창작자 활성화 등 다양한 음악 생태계 구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한편 이런 기술들은 분명 획기적이지만 실제로 파급력이 나타날 수 있을 지는 아직은 조금 미심쩍다. 일각에서는 블록체인 플랫폼을 통하면 가수 ‘볼빨간사춘기’의 음원 수익이 10배가 된다지만, 이는 멜론 등 대형 플랫폼이 확보한 막대한 이용자 수 및 저렴한 무제한 스트리밍 요금제에서 기반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플랫폼이 이용자를 유치하기란 쉽지 않다. 만약 인기 가수들이 대거 기존 플랫폼을 포기하고 독점적으로 블록체인 플랫폼에만 곡을 유통할 경우나 어느 정도 가능성이 생긴다. 그러나 인기 가수 수입은 대부분 음원이 아니라 광고나 행사 출연에서 나온다. 그리고 몸값을 올리기 위한 인지도는 대형 플랫폼 높은 순위에서 나온다.

 

앞서 지난 2015년 이더리움으로 결제가 가능한 우조뮤직 플랫폼에서 영국 싱어송라이터 ‘이모젠 힙’이 신곡 음원을 공개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그러나 그의 뒤를 잇는 뚜렷한 아티스트 행보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등장한 지 거의 3년이 다 되어가지만 이 플랫폼은 여전히 ‘알파’ 버전이다. 그래미를 수상한 이모젠 힙이 우조뮤직에서 얻은 수익은 두 달간 100달러가 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볼빨간사춘기는 과연 얼마를 벌어들일 수 있을까.

 

저작권자 © 딜라이트닷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