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주요 기업으로 꼽히는 대표 선수들이 뭉치고 있다. 빠르게 신성장산업을 선점하기 위해 이해관계가 맞는 기업끼리 속속 인공지능(AI) 연합군을 형성하고 있다. 각자 키워 온 AI 기술과 데이터를 한데 모은다면, 더 가치 있는 결과물을 내고 상호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판단이다.

 

SK텔레콤, 삼성전자, 카카오는 국내 각 분야 1등끼리 모여 AI 초협력에 나섰다. KT는 LG전자, 현대중공업그룹을 비롯해 각 대표 기업?기관, 학계까지 참여한 ‘AI 원팀’을 구성했다. ‘AI 어벤져스’로 불리는 연합군을 형성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박정호 SK텔레콤 대표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20’에서 삼성전자 IM사업부문장 고동진 사장과 AI 협력을 논의했다. 국내에서 잘하는 대표 선수들이 힘을 합치지 않으며, 글로벌 AI 시장에서 해외 사업자에게 시장을 모두 내줄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을 드러낸 것이다.

 

결국 “함께 하면 1위도 가능하다”는 믿음 아래 3사는 힘을 합쳤다. 지난 3월 3사 공동 실무 그룹을 만들고 최고기술책임자(CTO)급 워크숍을 격주 단위로 정기 운영하고 실무 기획?개발팀이 수시로 온라인 미팅을 진행하면서 핵심 협력 과제를 협의하고 개발 방향 구체적 논의를 진행했다.

 

3사 AI 동맹 첫 합작품은 ‘팬데믹 극복 AI’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을 고려해 사회 안전망에 기여할 수 있는 AI 기술개발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이 AI는 현재 위치 주변 코로나19 위험 상황을 실시간 파악하고 위험도를 분석해 이용자에게 사회적 거리두기를 권고하거나 우회 경로 등을 안내한다. 태풍, 폭우 등 재난 재해 상황에도 적용될 수 있다.

 

KT는 LG전자, LG유플러스, 현대중공업그룹, 한국투자증권, 동원그룹, 한양대학교,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산?학?연 기관?기업 대상 ‘AI 원팀’을 선보였다. AI 원팀은 KT 주도로 만들어졌으며, 구현모 대표가 중요하게 여기는 ABC(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전략 중 하나다. 특히, 구 대표는 전세계가 AI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한국 AI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협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AI 원팀은 AI 구루(Guru) 그룹 중심 라운드 테이블을 통한 기업 문제해결, 기관 간 협력을 통한 AI 인재 육성체계 구축을 성과로 꼽았다. 40여명 전문가들은 오픈 R&D를 추진 중이며 감염병 확산방지 모델, 차세대 음성언어 처리, 머신러닝 기반 산업현장 효율화 등을 주요 과제로 삼았다. 산업현장에 연구사례를 적용하고, 산업별 특성에 맞춘 AI 전문인재 양성을 본격화할 수 있을 전망이다. 향후 AI 원팀은 산업현장 문제해결과 코로나19 경제위기 극복에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다.

 

국내 대표 기업들이 이해관계를 떠나 손을 잡는 이유는 AI 고도화에 있다. 지금은 통신, 전자뿐 아니라 모든 산업이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와 결합해 융합산업으로 변화하는 길목에 서 있다. 제조업은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해야 하고, 가전제품은 음성명령을 소화해야 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려면 방대한 데이터가 필요하며, 이를 분석하고 가치 있는 서비스로 진화시킬 수 있는 AI는 필수적이다. 이에 전세계 주요 기업은 오픈 플랫폼 전략을 구사하고, 상호 협력에 나서고 있다.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사업자들은 이미 합종연횡에 나섰다. 글로벌 시장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국내 대표 기업들이 손을 잡고 빠르게 AI 역량을 모아 각 산업 분야에 테스트하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다.

 

박정호 SK텔레콤 대표가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등은 뒤에서 공동협력을 많이 하고 있는데, 국내에서 우리끼리 따로 해서는 도저히 게임이 안 된다”며 초협력을 강조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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