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은 5G시대 안전담보를 논의할 때 ‘사이버위협’을 주축으로 이야기를 끌어왔다.

 

사이버테러로 스마트시티가 마비되고, 차량 소프트웨어를 해킹해 자율주행차를 멈추게 하고, 스마트홈 시스템에 침투해 집 안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원격조정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는 계속 등장해 왔다.

 

이처럼 줄곧 강조해 온 사이버위협뿐 아니라, 통신망 파괴로도 이 모든 비극이 한 번에 일어날 수 있다. 최근 발생한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 사건을 보자.

 

중요 통신시설로 분류되지 않은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만으로 서울지역 25%가 통신장애를 경험했다. 카드 결제가 안 되니 현금 없는 무일푼자가 됐고, 지도 앱을 열 수 없으니 부동산에 길을 물어야 했다.

 

인터넷·TV는 물론, 전화·문자도 먹통이 됐다. 카페에서 와이파이도 쓸 수 없었다. 바야흐로 디지털 원시시대를 목도했다.

 

5G 시대에 이런 화재로 통신망이 마비된다면 어떻게 될까? 불편하고 답답한 현 상황에서 멈추지 않는다. 목숨과 삶의 위협, 대규모 경제 타격으로 직결된다. 집안 기기부터 교통을 포함한 도시 전체 사회·경제 인프라가 일순간에 마비될 수 있다.

 

자율주행차를 예로 들어보자. 대표적으로 5G가 필요한 분야다. 5G는 초저지연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LTE-A의 경우, 시속 100km로 달릴 때 장애물을 갑자기 발견하게 되면 0.05초 지연된다. 상황을 판단하고 멈추는 시간에 차량은 1.4m 앞으로 가게 된다. 그럼 장애물로 판단한 사람을 치게 되는 셈이다. 반면, 5G는 0.01초 지연되기 때문에 28cm만 움직이게 된다.

 

통신망 장애로 5G가 갑자기 지원되지 않으면, 자율주행차가 장애물 감지에 더딘 속도를 보이거나 빠르게 동작하지 않아 최악의 경우 차량충돌 및 사고로 이어지게 된다.

 

단순히 TV·전화뿐 아니라 인터넷에 연결된 모든 집안 기기도 먹통이 될 수 있다. 인터넷에 연결돼 스마트홈을 지원하는 냉장고, 도어락, 청소기 등 각종 IoT 기기들 모두 안심할 수 없다. 택배를 배송하는 드론이 갑자기 멈춰 땅으로 떨어질 수 있고, 원격진료 과정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 때문에 국제표준화기구인 3GPP는 보안을 강조했고, 실제 5G 보안 표준 버전을 완료하기도 했다. 5G는 반드시 필요한 만큼, 이에 수반한 위험을 예방하자는 것이다. 한국 정부와 통신사도 KT 화재사건을 단초로, 5G 안전망을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

 

한편, 27일(현지시간) 에릭슨 모빌리티 리포트에 따르면 2024년 전세계 인구 40%인 15억명이 5G를 사용할 전망이다. 2026년 5G 관련 시장은 1400조원 이상으로 예상된다. 한국도 이 기회를 잡기 위해 내달 1일부터 5G 전파를 발사하고 내년 3월 단말을 통한 본격적인 5G 상용화에 돌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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