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산업이 우리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상당하다. 조선, 철강, 자동차 등의 부진으로 수출 포트폴리오가 기울어져 있는 상황에서 반도체, 디스플레이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그동안 위기가 닥칠 때마다 업계, 학계, 정부에서는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생태계를 꾸리자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원하는 만큼의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각각의 이해관계를 받아들이고 유연성 있는 조절이 필수적이다. 첨단산업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 계획을 살펴본다.

 

기사순서

① 허리가 중요…반·디 생태계 구축 현황은?

② 잘 나갈 때 필요한 ‘초격차’ 전략의 필요성

③ 中 굴기에 맞선 첨단산업…핵심은 산학협력

 

우리나라가 반도체·디스플레이와 같은 대규모 생산 설비를 기반으로 한 장치산업을 육성했다는 일은 기적과 같은 일로 평가받는다. D램,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하더라도 긍정적인 평가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산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겠다고 밝히자 일본 미쓰비시 연구소는 한국의 작은 내수 시장, 빈약한 관련 산업과 간접 자본, 삼성의 낮은 기술력과 규모 등의 이유를 들어 삼성의 반도체 사업이 실패하리라 예상했다.

 

LCD는 어떨까. 반도체와 마찬가지로 디스플레이, 특히 브라운관(CRT)에서 일본의 영향력은 절대적이었다. 평판디스플레이(FPD) 시대로 접어든 1990년대에도 마찬가지였다. 플라즈마디스플레이(PDP), LCD에서 늘 선두를 뒤쫓는 형편이었다.

 

하지만 시장의 추세를 읽고 과감한 투자를 집행하면서 핵심 기술을 확보하면서 상황을 뒤바꿨다. PDP와 LCD의 대결 구도에서도 TV 하나만 따진 것이 아니라 디스플레이 그 자체인 영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도구로 바라보면서 다양한 분야에 접목할 수 있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모두 세계 정상권에 올랐으나 여전히 생태계 구축에서는 부족한 점이 적지 않다. 이는 첨단산업 육성에 있어서 시간이 오래 걸리는 기초기술 확보가 아닌 양산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물론 양산도 어느 정도의 기초기술이 필요하고 세계 최상위에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하지만,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것과는 궤가 다르다.

 

생태계 구축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먼저 반도체는 원천기술과 함께 반도체성장펀드를 통해 초기기업 창업·성장 지원, 국내 파운드리-팹리스 기업 간 협력모델 구축, 반도체 설계 전문인력 양성과 고용연계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개별 기업의 추진성과도 눈여겨 볼만하다. 삼성전자는 서울대학교에 ‘산학협력센터’를 만들고 기초과학 연구지원은 물론 장학금 확대 및 설비 인프라 무상 제공을 진행하고 있다. 기존 산학협력 프로그램도 강화됐다. 대학의 연구 개발 환경을 개선하고 현장에 필요한 유능한 미래 인재를 육성하는 양질의 산학협력 생태계를 구축해 기술 한계 극복과 국가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사회가치창출이 특징이다. 1차뿐 아니라 2·3차 협력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공유인프라 포털을 활용한 각종 교육 프로그램과 경영 컨설팅 등을 시행 중이다. 2·3차 협력사 전용 600억원을 포함한 총 4200억원 규모 동반성장펀드와 상생결제시스템도 운영 중이다.

 

 

디스플레이는 어떨까. 기본적인 내용은 반도체와 비슷하지만, ‘디스플레이 혁신공정 플랫폼 구축사업’ 예비타당성 조사사업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그동안 디스플레이 기술개발 사업은 전자정보디바이스 재원을 바탕으로 이뤄졌으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성숙한 산업의 연구개발(R&D)을 민간분야로 이양하겠다고 밝히면서 신규 지원이 끊어졌다. 예타사업의 향방에 따라 쪼그라든 국책 R&D 사업 규모를 대체할 수 있을지가 결정된다.

 

여기에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개발을 비롯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혁신공정 플랫폼을 구축하고 R&D는 물론 인프라 구축에 관한 내용까지 포함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연계, 생산설비에서 테스트할 수 있도록 했다. 업계에서는 중국의 디스플레이 굴기가 현실적인 위협이 됐고 정부 차원의 지원에서도 비교가 어려울 정도로 격차가 벌어진 만큼 예타사업을 통해 제대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디와 같은 첨단산업은 건전한 생태계 구축이 필수이고 프레임에 얽매이지 않은 접근이 필요하다”라며 “정부 차원에서 전체 업계를 담아낼 수 있는 지원책이 필수적”이라고 전했다.

 

[이수환기자 블로그=기술로 보는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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