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전문 블로그 미디어=딜라이트닷넷]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엔비디아 신형 그래픽처리장치(GPU)에 최신 그래픽용 D램인 GDDR6를 공급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삼성전자가 같은 내용으로 발표한 것을 떠올리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추격에 성공한 셈이다.

 

GDDR6는 GDDR5와 GDDR5X의 뒤를 잇는 차세대 그래픽용 D램이다. 데이터 전송속도가 빠르고(최대 12Gbps→18Gbps) 전력소비량을 10% 이상 낮춘 것이 특징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이 엔비디아에 GDDR6를 공급했다고 밝힌 것을 이례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이런 전례가 없기도 했고 마이크론이 예상보다 빠르게 추격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마이크론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GDDR5에 주력할 때 차별화를 위해 GDDR5X를 나홀로 밀어붙였다. GDDR5X는 GDDR5의 변형 버전이었으나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이었고 마이크론만 생산하고 있어서 시장의 주력이 되지 못했다. 고대역폭 메모리(High Bandwidth Memory, HBM)를 만들지 못한 고육지책으로 보였다.

 

실제로 마이크론이 GDDR5X에 집중할 때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HBM을 성공적으로 공급했고 GDDR6에 더 힘을 기울였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월(20나노급 8Gb),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1월(10나노급 16Gb) GDDR6 개발과 양산에 들어갔다고 밝힌 바 있다. 마이크론은 상대적으로 개발이나 양산 계획 발표가 늦어서 이렇게 빨리 공급이 이뤄지리라고 생각한 사람이 많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그만큼 엔비디아가 GDDR6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엔비디아는 올해 업계에 공급될 대부분의 GDDR6 메모리 물량을 우선적으로 확보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인증은 모두 끝난 상황”이라고 전했다.

 

엔비디아는 초기 GDDR6의 물량의 많지 않다는 점을 우려했다. 수율과 함께 올해부터 GDDR6의 전면적인 활용을 우선하고 있어서다. 마이크론이 대놓고 삼성전자와 같은 내용을 언급한 것도 이 때문일지 모른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초기 원가절감을 위해서는 여러 업체가 동시다발적으로 제품을 공급해야 유리하다.

 

GPU는 엔비디아가 만들어도 이를 활용한 그래픽카드는 서드파티가 담당한다. 사양이 적합하다면 어느 업체의 메모리를 사용하더라도 관계가 없다. 이번의 경우 처음부터 협력업체에 레퍼런스 디자인을 보낼 때 그래픽용 D램 이원화를 추진했으므로 부족한 물량을 고려한 결과로 풀이된다. 적어도 올해 물량은 삼성전자가 절반 가까이 책임지고 SK하이닉스 25~30%, 마이크론 20~25%가 예상된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마이크론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됐고 그만큼 설비투자(CAPEX)와 연구개발(R&D)에 들어가는 비용이 커졌다. GDDR6가 전체 D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차지하고서라도 분명히 선두권과의 격차를 줄였다는 점은 분명하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할 시기다.

 

[이수환기자 블로그=기술로 보는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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