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전문 블로그 미디어=딜라이트닷넷] 삼성전자가 16일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4년 만에 최대 규모이고 성과주의·세대교체·문호개방을 주요 키워드로 꼽을 수 있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처럼 승진자를 살펴보면 삼성전자가 어떤 사업 전략을 생각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데, 디스플레이에서는 확실히 퀀텀닷(QD·양자점)을 미래라고 점찍은 듯하다.

 

우선 펠로우(Fellow)와 마스터(Master)를 모두 QD 전문가(장은주·전신애)로 포진시켰다. 펠로우는 차세대 핵심기술을 보유한 최고의 기술인재에게만 부여하는 명칭이다. 마스터의 경우 임원급 전문가를 일컫는다. 장은주 펠로우와 전신애 마스터가 모두 여성이라는 점도 흥미롭지만, 삼성전자가 QD를 얼마나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다.

 

QD는 지름이 수 나노미터(nm)인 반도체 나노 입자를 말한다. 양자구속, 양자가둠 효과(Quantum Confinement Effect) 같은 양자역학(量子力學, Quantum Mechanics)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삼성전자는 빛이 QD를 거치면서 발광(Photo Luminescence, PL)하는 방식을 우선 상용화했으나, 전기를 흘리면 발광(Electron Luminescence, EL)하는 방식, 이른바 ‘자발광’을 위한 연구개발(R&D)을 진행하고 있다. 장은주 펠로우와 전신애 마스터가 궁극적으로 넘보고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앞서 언급한대로 현재 판매하고 있는 삼성전자 QLED TV는 PL 방식이다. 발광다이오드(LED)를 장착한 백라이트유닛(BLU)에서 나온 빛이 양자점성능향상필름(QDEF)을 거치면서 전반적인 화질을 높이는 구조다. 다만 이 방식은 액정표시장치(LCD)의 한계, 바꿔 말하면 휘도나 명암비를 비롯해 응답속도 등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불리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삼성전자 TV의 다음 진화는 어떤 단계일까. 전신애 마스터가 기자에게 언급한 부분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그는 “QD는 무기물이지만 리간드는 유기물이다. 무기층과 유기층 사이의 인터페이스에 대한 부분이 해결되어야 하며 여기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며 “OLED 개발자가 관심을 가지면 (빨리)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QD 소재는 무기물로 알려져 있지만, 코어와 코어를 둘러싸고 있는 쉘만 무기물이고 에너지를 주고받으면서 QD 소재를 일정 크기까지 키우기 위한 리간드는 유기물을 쓴다. 삼성전자는 리간드가 유기물이어서 발생할 수 있는 수명 문제를 비롯해 에너지준위 차이로 인한 효율 문제, QD 소재를 발광층에 패터닝하는 기술 등의 기술적 한계를 극복할 것으로 예측된다.

 

사실 QD와 OLED는 개발방향에 있어 종이 한 장 차이다. 예컨대 중국 TCL이 RGB에 솔루블 프로세스(용액공정)을 덧붙여 OLED TV 대중화를 이끌고 이후에 QLED(삼성전자 TV 브랜드가 아닌 EL 방식 QLED)로 진입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용액공정은 잉크젯 프린팅 방식을 활용, 현재 사용하고 있는 증착 방식과 비교해 OLED 재료를 덜 쓰면서 수율과 양산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술이다.

 

업계에서는 궁극적으로 PL에서 EL로 QD가 진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용액공정 OLED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TCL은 지난 5월에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 2017’에서 EL 4.8인치 QLED를 공개해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러니까 QLED를 잘 하려면 OLED를 어느 정도 거쳐야 한다는 의미다.

 

정리하면, 삼성전자가 추구하는 미래 TV는 확실히 EL-QLED이다. 그리고 현재의 PL-QLED의 한계를 명확히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첫 번째 한계극복은 컬러필터(CF)부터 바뀔 공산이 크다. 전신애 마스터는 “블루(소자)가 참 어려운 물질인데, 중간 밴드갭(Band Gap)을 가진 물질로 변환할 수 있다”며 “(밴드갭 조절을 통해) 블루를 조성하고 사이즈를 키우면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블루는 레드, 그린 소자와 비교해 수명이 짧다. QD에서의 블루 소자의 수명을 1만 시간(현재 1000시간)으로 늘릴 수 있다면, CF는 물론 EL-QLED로의 진화에 가장 큰 변곡점이 될 수 있다. 결국 삼성전자가 노리는 것도 이 부분이다.

 

[이수환기자 블로그=기술로 보는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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