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전문 블로그 미디어=딜라이트닷넷] 지난 7월 25일 LG디스플레이가 20조원에 달하는 설비투자(CAPEX) 계획을 내놨다. 액정표시장치(LCD)를 뒤로하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대로 전환을 앞당기겠다는 청사진이다. 이를 위해 국내에 15조원, 중국에는 5조원을 각각 투입한다.

 

이번 발표에서 각 요소가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최신 OLED 팹(Fab)을 해외에, 그것도 디스플레이 굴기에 성공한 중국에 두겠다는 발표를 두고 우려가 많았다. 이에 대해 LG디스플레이는 ‘기술유출’ 우려는 없다고 기회가 닿을 때마다 공을 들여 설명했다.

 

김상돈 최고재무책임자(CFO·전무)는 실적발표 이후 컨퍼런스콜에서 “기술유출보다는 국내 장비 업체에 돌아갈 수 있는 또 하나의 기회가 될 것”이라며 “2013년부터 운영한 광저우 8.5세대 LCD 팹에서 MMG(멀티모델글라스, 한 장의 마더글라스에서 다양한 크기 패널을 생산) 등 최신 공정이 유출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최고경영자(CEO)인 한상범 부회장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2013년부터 중국 정부와 같이 LCD 생산 보안 시스템 노하우를 가지고 대응책이 있어서 4년 동안 9만장에서 18만장까지 문제없이 캐파(Capa·생산용량)를 늘렸다. 한 건의 (기술유출) 사례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후에 이어진 말이 흥미롭다. ‘전산시스템’과 ‘반도체’라는 단어를 언급한 것. 여기서 반도체는 시안에 있는 삼성전자 3D 낸드플래시, 그리고 우시의 SK하이닉스 D램 팹을 뜻한다. 2006년 준공된 우시 팹은 차지하고서라도 시안 팹은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기준으로도 최첨단인 3D 낸드플래시가 핵심이었다는 점에서 기술유출 우려가 적지 않았다. 지금도 여기에서는 48단 V낸드가 계속해서 양산되고 있으며 2단계 투자까지 검토되는 중이다.

 

한 부회장이 반도체를 끄집어낸 것 이유가 여기에 있다. 3D 낸드플래시는 되는데 OLED가 안 될 이유가 없다는 논리다. 그러니 LG디스플레이가 이미 광저우 팹에서 건물의 기초가 되는 파일을 박는 등의 토목공사를 마음 놓고 시작한 것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물론 정부는 기술·경제적 가치가 크거나 관련 산업 성장 잠재력이 높아 해외로 유출되면 국가안보와 국민경제 발전에 중대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산업 기술을 민감하게 관리하고 있다. 기술유출 장치가 철저하게 마련되지 않으면 수출 승인이 이뤄지지 않을뿐더러, 추후에 문제가 발생하면 수출 중지는 기본이고 원상회복 조치를 내릴 수 있다. 다만 정부 연구개발(R&D) 자금을 지원받았는지, 국가 안보에 영향을 끼치는 기술인지 등에 대한 이슈가 있어서 OLED가 여기에 속하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전산시스템이 나온 것으로 추측된다. 기업의 정당한 수출활동을 정부가 앞장서서 규제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국가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기술인만큼 전산을 통해 감시하고 관리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시안 팹도 마찬가지 시스템이 적용됐다는 후문이다. 원료가 얼마나 들어가서 제품으로 완성되고 각 장비의 작동현황 같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니 LG디스플레이가 광저우 팹에 OLED 라인을 마련하더라도 작정하고 이 지역을 군대가 장악하지 않는 이상 기술이 유출될 우려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돌아와서 한 부회장의 의도는 시장을 안심시키고 OLED로 트렌드 전환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아무리 LG디스플레이가 잘 하더라도 국내 중소·중견기업은 관리가 쉽지 않다. 이들 장비 업체는 중국의 디스플레이 굴기 바람으로 짭짤한 재미를 봤다. 앞으로는 OLED로 상당한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대기업이 이런 것까지 감독하기는 어렵다.

 

정부 입장에서 LG디스플레이와 함께 삼성전자의 시안 팹 2단계 투자, 그리고 SK하이닉스 우시 팹 확장 등은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로 경색된 대중관계에 기름칠을 위한 썩 괜찮은 경제적 도구다. 문재인 정부에서 언제 중국과의 대화를 본격화할지는 가늠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기술유출 우려는 차치하고라도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치지는 않을 것 같다. 전에도, 그리고 전전 정부에서도 이런 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왔기 때문이다.

 

[이수환기자 블로그=기술로 보는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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