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트온이 최근 메시지 내용과 쪽지를 저장하는 방식을 바꾼 바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네이트온 메시지나 쪽지의 내용이 각 개인의 PC에 저장됐지만, 이제는 중앙 서버에 저장됩니다. 이를 이용하면 전에 받았던 메시지를 PC방 등 공용PC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직장에서 받은 쪽지를 집에서 확인한다거나 집에서 받은 쪽지를 직장에서 확인하는 것도 가능해집니다. SK커뮤니케이션즈 입장에서는 스스로 서버 운영비를 들이더라도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한 조치일 겁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복병이 나타났군요. 민주당 전병헌 의원의 블로그에 ‘이제 메신저도 망명을 해야 하나’라는 글을 보시기 바랍니다. 서버에 메시지를 저장하면 이제는 메신저 내용도 압수수색 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물론 야당 국회의원이라는 특성 때문에 내용이 다소 과장된 면이 있지만 전 의원의 지적이 전혀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내가 생산한 데이터 관리를 내가 아닌 중앙의 누군가에게 맡긴다는 것은 언제나 이 같은 우려를 불러일으키죠. 이 문제는 우리가 앞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숙제입니다. 최근 IT업계의 트랜드인 ‘유비쿼터스’란 데이터를 중앙에 저장하고 언제 어디서나 그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Software as a Service) 등도 이 같은 움직임과 일맥상통합니다. 스마트폰, 넷북, MID 등 휴대형 모바일 기기의 확산은 이런 움직임을 더욱 가속화 시킬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이 가속화 될수록 전 의원이 지적한 문제는 점점 더 커집니다. 선의든 악의든 정보에 대한 권력의 욕심은 끝이 없습니다. 정보화 시대에서는 정보를 가지는 것이 권력을 쟁취, 유지하는 데 매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범죄를 예방하고, 비리를 밝혀내는데도 정보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지난 해 있었던 모 그룹의 비자금 사건이 터졌을 당시 그 계열 IT서비스 업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모든 데이터를 삭제하는 것이었습니다. 업계에서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법이지요. 선의를 가진 정부라면 개인이나 기업의 정보를 취하더라도 범죄예방, 비리예방, 행정편의성 개선 등에만 사용할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요. 결국 이 문제는 IT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전 의원 같은 정치권에 있는 분들이나 시민사회단체 등이 나서야 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분들은 IT에 대한 이해가 너무 낮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이 분들은 IT가 가져오는 부작용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긍정적 영향은 축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행정정보공유, 4대보험통합징수, 통합형사사법체계 등이 그 예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모쪼록 정치인들이나 시민사회단체가 IT에 대한 이해를 늘려 IT의 부작용은 막고, 긍정적 영향은 극대활 할 수 있는 방안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참고로, 네이트온 메시지 서버 저장 문제는 ‘옵션’입니다. 원치 않는 사람은 저장하지 않으면 되는 것입니다. 사이버 망명까지 운운할 만큼 큰 문제는 아니었던 것입니다. 이도 IT에 대한 이해가 낮은 정치권의 한 모습이지 않을까요.댓글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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