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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아동 포르노가 전문으로 유통되고 있는 콘텐츠 오픈마켓이 있다고 가정하자. 아동 포르노는 전 세계 어느 국가에서도 불법이다. 그렇다면 이 오픈마켓은 불법일까 합법일까. 일반인의 법 감정으로는 당연히 불법일 듯 보인다.

하지만 이 오픈마켓 측에서 “우리는 아동 포르노를 제작하거나 올린 것이 아니다. 우리는 거래되는 콘텐츠에는 간여하지 않는다. 중립적인 전자상거래 플랫폼일 뿐”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이럴 때 이 콘텐츠 오픈마켓의 책임은 어디까지 일까.

이런 일은 실제로 인터넷에서 자주 벌어지는 충돌 중 하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저작권 문제다. 예를 들어 포털 사이트나나 웹하드 등에는 불법 복제된 소프트웨에나 영상물이 많다. 이는 포털사이트나 웹하드는 플랫폼만 제공했을 뿐 그 안에서 콘텐츠를 업로드 하고, 다운로드 하는 것은 사용자들이다. 플랫폼 제공자의 책임은 명확하지 않다.

이런 논란이 온라인에서만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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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시는 승용차(렌터카) 공유 서비스인 우버를 불법이라고 판단했다. 국내에서는 면허 없이 여객운송행위를 하는 것이 불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버 측의 생각은 다르다. 앞서 언급됐던 플랫폼 사업자의 논리를 펼치고 있다.

알렌 펜 우버 아시아 총괄 대표는 “우버는 유저와 차량 및 기사를 연결해주는 기술 플랫폼”이라고 반박했다. 이는 운전자나 렌터카 업체의 불법 여부와는 관계없이 우버라는 플랫폼은 중립적 지위에 있기 때문에 법적 책임이 없다는 주장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우버에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현행법 상으로 어려울 수도 있다. 현 여객운수법에는 우버와 같은 플랫폼의 알선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이 없다. 서울시가 국토부에 여객운수법에 유상운송행위 알선금지 규정 신설을 건의한 이유다.

이처럼 플랫폼 사업자들은 일반적으로 플랫폼 안에서 유통되는 것에 대한 책임을 최소화 하려는 경향이 있다. 유통되는 콘텐츠나 사물이 불법적 요소가 있더라도 웬만하면 눈 감고 싶어한다. 더 많은 것들이 유통돼야 플랫폼이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반대의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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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구글 플레이마켓에서 내려받은 웹툰 앱 ‘레진코믹스’에서는 성인 웹툰을 볼 수가 없다. 구글이 성인 웹툰을 금지시켰기 때문이다. 국내법 상으로는 성기노출 등의 음란물이 아니라면 성인인증을 받은 사용자들에게 온라인 상에서 성인 콘테츠를 유통할 수 있지만, 구글은 성인들에게도 성인 웹툰을 막았다. 자체적인 약관을 우선시한 것이다.

이에 대해 구글코리아 정김경숙 상무는 “최근 구글은 안드로이드에서 성인 콘텐츠에 대한 엄격한 적용을 하고 있다”면서 “앱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할 경우 구글에 책임을 물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법에 무조건 플랫폼 업체가 책임을 지도록 돼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국내 저작권법은 현재 플랫폼 제공자가 이를 막기 위한 기술적 보호조치를 취할 것을 의무화 해 놓고, 기술적으로 권리침해를 막는 것이 불가능했다고 인정되면 책임을 묻지 않지 않는다.

구글의 행동에 대해 일각에서는 불평의 목소리도 있다. 구글이 차단 기준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으면서 무조건 차단하는 것은 플랫폼 소유자의 일방적 폭력이라는 주장이다

모바일 앱 업계 관계자는 “뭐가 음란물인지 기준을 알려달라고 구글 측에 요청해도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면서 “누군가 제보를 하면 담당자가 임의대로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는 플랫폼 전성시대다. 플랫폼이 인터넷을 지배하고, 플랫폼이 되지 못한 플레이어는 지배를 받거나 성장에 한계를 맞는다. 하지만 플랫폼의 권한과 책임에 대해서는 아직 모호한 것이 많다. 우버와 같이 ‘중립’을 외치면서 법적 책임으로부터 벗어나려는 플랫폼도 있고, 구글과 같이 적극적 통제를 넘어 통치의 수준으로 관리, 지배하려는 플랫폼도 있다.

플랫폼 전성시대가 더욱 가속화 되고 있기 때문에 플랫폼에 대한 책임과 권한을 어떻게 부여할 것인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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